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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모사 Jun 08. 2022

빛나는 나의 밤

일광전구 Snowball22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낮에는 공간을 빛내는 오브제로, 밤에는 어둠을 밝히는 조명으로 빛을 발하는 반려 조명.


ⓒ 일광전구

한동안 집안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안온한 실내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평소 사용하고 있던 조명이 있었음에도 그건 눈부시다는 핑계를 일삼아 새로운 조명을 탐색했다. 하나 같이 마음에 드는 건 선뜻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지만서도 고르고 골라, 거지가 돼도 조명 있는 거지가 돼고 싶은 마음으로 새로운 조명을 곁에 두게 됐다. 층간 소음으로 예민해진 청각과 원룸의 적막을 상쇄시켜 주길 바라는 기대를 잔뜩 담아.



머리부터 받침까지 전부 사랑스러워

유리알처럼 매끄러운 원의 곡선과 진한 버터를 연상하게 하는 노르스름한 색상.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갓은 가까이서 보면 유리의 섬세한 가공이, 이를 묵직이 받치고 있는 실버 기둥은 현대적이면서 간결한 북유럽 디자인의 면모가 엿보인다. 빈티지한 갓과 현대적인 기둥, 상응하지 않을 것 같은 만남의 시너지는 눈부시게 다가온다. 그 어느 곳에도 조화로우면서 개성 있는 오브제 역할을 여실히 보여준다. 단순히 예쁘단 말로는 부족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져서 계속 바라보게 되고, 어떤 모습이 아름다울지 자꾸 밝기 조절 스위치에 손이 가는. 이 정도면 조형물에 반려란 수식어를 붙여도 모자람이 없지 않을까.



그 이름하야 일광전구

한때 마케터들을 놀라게 했던 카카오뱅크 카드 발급의 가장 많은 이유가 '예뻐서', '귀여워서'라는 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조명도 그렇다. 하지만 소비의 이유가 별 게 아닐 순 있어도 지금의 일광전구 제품이 있기까지에는 결코 녹록치 않은 오랜 시간이 함께 했다. 빛나는 제품 디자인, 매혹적인 카피와 함께 정직한 이름의 브랜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구를 생산하는 회사' 단 한 줄로 뇌리에 각인시킨다. 과거의 브랜드는 시대의 변화라는 혹독한 시련 속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것이다. 1962년부터 시작해 올해 60주년을 맞이한 일광전구의 곧은 신념이 브랜드와 제품의 행보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조명 하나 두었을 뿐인데

스노우볼로 인한 변화는 뚜렷하다. 거주 중인 도시형 원룸의 내부는 깔끔하지만 기숙사나 고시원에 있는 듯한 삭막함을 동반한다. 처음엔 이런 생활도 새로워 얼마간은 주어진 대로 있는 대로 지내다보니 익숙해졌다. 그러나 익숙해진다는 건 변화를 주저하고 지금에 안주하게 만드는 근거가 된다. 조명을 발판 삼아, 하나씩 나의 취향을 담은 것들로 집안이 채워지자 공간에 머물고 싶은 온기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조명이 필요했던 이유처럼 오래 바라보고 있어도 눈부시지 않고 마음까지 차츰 온기로 물들어 가는 듯하다. 캄캄해서 찾아 오는 게 싫었던 아득한 밤도 이제는 기다리게 됐다. 나의 밤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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