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 Vinn Dec 21. 2021

1.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던 내가 너무도 버거웠던 날

' 이제 그만 떠들었으면 좋겠다.' 

' 제발. 너무 시끄러워. '


혼자 있는 방에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는 놀라거나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난 혼자 있는 방에서 늘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제 그만 시끄러웠으면 좋겠어.'

'제발 좀 멈춰줘'


밖에 나가 친구들과 만날 때던, 집에 들어와 혼자 있을 때던, 심각할 때건 기쁠 때건 슬플 때건 내 머릿속 생각은 늘 멈추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든 내 머릿속에선 계속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다른 화제로 전환이 되었다. 조금만 내버려 둬도 생각들은 일파만파 퍼져 금세 머릿속을 집어삼켰다. 머릿속 생각으로 땅따먹기를 할 수 있었더라면 내 머릿속 땅은 다 생각이라는 녀석의 독차지였을 것이다. 모든 지분이 다 그 녀석에게 있었을테니까. 생각이라는 녀석은 나타나는 형태도 다양했다. 머릿속에 전구가 있는지 반짝하고 생각들이 떠오를 때도 있었고, 마음속에서 나와 내가 대화를 하는 듯 계속해서 생각이 이어 나가 질 때도 있었다. 어느 날은 쓸모 있는 생각, 어느 날은 쓸모 있는 생각인 줄 알고 꼬리의 꼬리를 타고 갔더니 결국은 어디서 시작된 얘기인지 알 수 없게끔 복잡하게 엉켜버린 엉터리 생각, 어느 날은 쓸데없는 근심, 걱정, 초조함 따위의 오밀조밀한 잡생각들이 모여 눈덩이를 만들기까지.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 "

오징어 게임에 나온 할아버지의 말이 떠오른다. 할아버지로 인해 과열 상태가 진정되었던 것처럼 내 머릿속 생각들도 진정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너무 많고 멈추지 않아서 잠을 못 자던 날도 있었다. 불면증이 지속되어 몸이 피곤한 날에는 멈추지 않는 생각이 날 더 위험하게 만들기도 했다. 생각이라는 것에 내가 먹혀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중요한 생각과 중요하지 않은 생각을 구분 못한 채 하루 이틀을 보내다 보면, 기억하지 않아도 될 것들만 기억나고 꼭 기억해야 할 것을 놓치기도 했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핸드폰을 찾는다던지, 수업을 들으러 가야 하는 데 수업시간을 잊어버린다던지, 강의실을 잊어버리거나 전공책을 집에 떡하니 두고 수업을 들으러 간다던지.. 어느 날은 시험을 보는데 수험표를 놓고 와서 시험을 못 볼뻔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도 집이 가까워 수험표를 챙겨 시험을 볼 수 있었다. 건망증, 불면증이 일상에 침투하고 피해를 주는 수준까지 오자 나는 나를 탓하기 시작했다. 



나는 생각이 왜 이리 많은 거야.

난 쓸데없는 생각까지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아.

생각에도 전원 스위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웠을 때는 제발 생각이 좀 멈춰줬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들한테 이런 얘길 하면 날 이상한 사람으로 보겠지?

내 머릿속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머리라도 때리면 좀 나아질까. 




생각이 너무 많던 나는 '생각이 많다'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한참 여러 생각을 풀어내며 출구 없는 생각 미로 속을 헤매고 다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참을 수 없는 일종의 분노 같은 폭발 감이 밀려왔다. 생각이라는 이 녀석을 처리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생각 때문에 일상이 무너진다는 사실에 화가 너무 났고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렇게 본능적으로 메모장을 샀고, 생존을 위해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건망증 해결을 목표로 잡았다. 꼭 챙겨야 할 것들, 필요한 것들, 안경, 양말, 필통 등 사소한 것들까지도 일일이 적어가며 등하교를 했다. 수업 내용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적어내기 위해 선생님의 작은 농담까지도 손이 부서져라 필기를 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노트에다가 머릿속 생각 전부를 다 해체시켜서 적어놓고 빤히 바라보았다. 다 적어나가다 손이 아팠던 적,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확 차오르는 짜증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그렇게 참다 보니 생존을 위한 노트 쓰기도 어느덧 10년 차다. 그 노트 안에 쓰인 글들은 때로는 악상이 되어 노래 몇 곡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덕분에 대학 시절 창작가요제에 나가 수상도 여러 번 했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사람에 대해 예민하고 마음과 머릿속 생각에 대해 진심이었던 세월이 10년쯤 되니, '생각이 깊다', '너한테 고민상담을 했더니 못 보던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너의 생각이 내게 도움이 많이 된다'는 등의 얘기도 주변에서 많이 들려왔다. 생각이 많아 뇌가 터질 것 같던 난 어느덧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남녀노소 상관없이 고민을 잘 들어주고,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고민상담소 카운슬러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이라는 녀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내 모든 생각들이 가치 있는 것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정리해서 잘 활용만 한다면, 내 생각들이 반짝이는 보석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절망과 고통이 가능성으로 변하던 그 시점이 생각난다. 그때부터 나는 답을 찾아가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곤 했다. 우연히 간 서점에서 내 고민들을 풀어줄 여러 책들을 만나고 방에 한 두 권씩 채워 넣어 가며 머릿속이 복잡할 때마다 책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집중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나의 생각을 깊어지게 하고,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여러 인생 책들에 대해 소개해보려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