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잃어버린 것. 그리고 또…
이 글은 PIMU(Problematic Interactive Media Use)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는 시도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원래부터 우리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를 역추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 하에 그 질문에 접근하려 한다.
어떤 것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내게 없었다면?
나는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무언가'가 도대체 무엇인지 나조차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코로나 19의 세계적 확산은 우리의 생활 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급증하였고, 온라인 학습과 원격 근무,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급속히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은 PIMU, 즉 대화형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문제점들을 가중시키기 시작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에 몰두하는 시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내 집중력과 인내력또한 처참하게 망가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전에는 쉽게 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마치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이 빠져나가듯... 그냥 그렇게 쉽게 사라져버리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장난스럽게 말하곤 했다. “나 ADHD인가?”
그러다가 일상의 부적응이 어느 정도 임계점을 넘었다고 느낀 어느 날, 나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그리고 ’에이 설마…’했던 ADHD 진단을 받았다.
나는 이것이 내가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라 생각했다. 항상 나와 함께 해서 성격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진 것. 그래서 아주 오래된 것, 나의 일부, 아마도 평생을 동반해야 할 정체성으로 인식되었다.
“나는 늘 칠칠 맞으니까”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내가 잘 따라가지 못하는 건, 충분히 집중하거나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일 테니까”
“분명히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늘 잃어버리게 되네. 나는 왜 이럴까?”
당연시 여겼던 나의 결점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내가 가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던 것에 가깝다. 잃어버린 것도 아닌, 단순히 처음부터 부재한 상태였던 것.
PIMU는 그 부재를 조명해주었다. 원래부터 없었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드러내 주었다. PIMU를 통해 이런 증상이 악화된 건 사실이지만, 그 문제적 현상 아래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문제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준 점 역시 사실이다. 그렇기에 PIMU는 어쩌면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로 볼 수도 있다. 웃기지 않은가?
그렇지만, PIMU가 더 큰 파괴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에, 내게 주어진 과제는 이 두 가지 요소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PIMU는 일상생활을 방해하며, 특히 ADHD가 있는 사람들은 그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수 있다. ADHD의 증상인 주의력 결핍, 충동성, 과잉 활동 등으로 인해 디지털 미디어 사용 제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ADHD와 PIMU 사이의 연관성은 ADHD의 몇 가지 특징만 생각해도 명확하다. ADHD 환자들은 종종 집중력 부족으로 고민한다. 그 결과로 일을 시작하고 완료하는 것이 어렵고 시간 관리에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 감각'이 부족하면 디지털 미디어 사용 시간 제어는 더욱 어려워진다. 게다가 ADHD 환자들은 지루함을 참기 힘들어 하며 항상 새로운 자극과 변화를 찾아 다닌다. 이런 자극은 비디오 게임이나 소셜 미디어 같은 디지털 매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PIMU를 악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일상생활에서 기능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모든 ADHD 환자가 PIMU를 경험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PIMU 경험자가 ADHD라는 것도 아니다. 각 상태는 복잡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ADHD에서 비롯한 취약점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도록 도와주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또 다른 카드가 남아있다. Belsky가 제안한 '민감성 차이 가설(Differential Susceptibility Hypothesis)’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가설은 ADHD의 특성이 PIMU에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특성 때문에 치료나 개입이 이루어졌을 때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여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우리의 취약점은 역으로 환경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
그 긍정적인 영향을 증가시키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PIMU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빼앗아 갔을 수도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나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알아야 하며, 그것이 어떤 형태로 존재했었는지, 심지어 그것이 원래부터 내게 있던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올 수 있고, 원래부터 없던 것은 새롭게 채워나갈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모든 기억이 우리의 무의식 속 어딘가에 남아 있다고 말한다. 잊혀진 것, 다시 회복할 수 없으며 영원히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조차도 우리는 다시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모든 걸 잃은 사람처럼 낙담하지 말고, 천천히 되찾아 나가자.
잃어버린 것은 되찾고, 원래부터 없던 것은 채워나가면 된다.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건 원래부터 내게 없었으며 '잊혔다'라는 말조차 성립하지 않는 본질적 부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나는 부재가 반드시 부정적일 필요는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앞으로 만들어낼 많은 순간들에서 부재란 무한한 가능성의 시작점이며, 미완성, 기대, 희망이 내재된 공백의 상태이다.
결국, 부재란 결함이 아니라,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한 가능성일 뿐이며, 우리의 삶에서 'All Day Happy Days'를 채워가는 여정의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