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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창 Jun 01. 2017

해외 취업 적응기 #1

개발자 해외 취업, 첫 커밋 후 기록

밴쿠버에 온 지 두 달, 회사일을 시작한 지도 거의 8주가 되었다. 정신없었던 시간 속에서 새로운 회사와 언어, 낯선 도시와 나라에 적응 중이다. 많은 일이 있었다. 그새 급여를 몇 번 받았고 (세금에 충격도!) 본사가 있는 미국으로 교육 겸 출장도 며칠 다녀왔다. (미국 처음 가봐서 약간 설렘) 코드를 보기 시작했고 적당한 집을 구해 이사도 했다. 오늘은 지난 2주간 진행했던 스프린트에 대한 코드를 마무리해서 리뷰로 넘기기도 했다. 점점 평일은 평일스러워지고 주말은 주말처럼 보내게 되었다. 


생활과 환경 

회사는 규모가 크고 외국인을 워낙 많이 채용하기로도 유명한 회사라 예상보다 좋은 지원과 환경에서 이주를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해외로 이사하기 위해서 필요한 각종 서류 작업, 비자, 자산 정리, 가족 지인들과의 인사 등으로 신경 쓸 일이 많았다. 회사에서는 한 달가량 현지 숙소와 차량 지원, 현지 적응 도움 업체 등을 통해서 초기 정착에 대한 어려움을 많이 줄여주었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라 인터넷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아내의 열정적인 노력으로 처음 예상보다 약간은 저렴한 가격에 임대 아파트도 구했다. (60년대에 지어졌다나...) 그 사이 한국에서 보낸 이삿짐도 도착했고 은행과 신용카드, 운전면허, 인터넷과 TV, 전기, 의료보험 업무를 마쳤다. 차는 보험료와 주차비에 대한 압박도 있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곳이라 당분간은 없이 살기로 했다. 다행히 새롭게 구한 집이 상가 밀집 지역과 바다, 공원 등으로 둘러 쌓여있는 동네라 차 없이 생활하기에 큰 부담이 없다.


회사와 업무 적응 

첫날 반나절 입사 교육 후 장비 받고 바로 팀에 배치되었다. 역시나 각지에서 온 외국인이 많았고 밴쿠버에 있는 매니저와 시애틀에 있는 매니저를 함께 만났다. 나 말고 우리 팀에 같은 날 입사하는 동료가 두 명이나 더 있었고 그중 한 명은 같은 시기에 면접을 본 한국인이다. 정신도 없고 잘 못 알아들어 놓치는 것도 많았는데 다행히 서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 팀은 기존의 팀에서 하지 않던 업무를 하기 위해 새로운 팀을 빌딩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아는 정도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직 다들 모르는 부분이 많다. 크게 이야기하자면 앱에서 호출하는 API [레거시 덩어리]를 운영하면서 최종적으로 이 시스템을 deprecated 시키고 그중 지표 관련 부분은 직접 대안을 마련하는 업무를 하게 됐는데 이미 시스템의 여러 부분이 쓰이지 않는 코드임에도 트래픽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수준이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바일 팀임에도 기존에 하던 서버사이드 업무를 계속하게 된 것이다. 


영어와 회의 

외국인이 많은 회사라서 처음엔 영어를 잘 못해도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다들 영어를 잘 한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진짜 영어로만 일한다. ㅎㅎ 함께 일하는 매니저들이 시애틀에 있는 상황이라 거의 매일 콘퍼런스 콜을 하고 1주일에 한두 번씩 추가적인 미팅을 하는데 두 달이 지난 시점이지만 아직 대부분의 말을 느낌과 눈치로만 알아듣고 있다. 첫 달은 정말 절망적이었고 이제 나도 일을 시작하니 내 일과 관련된 이야기는 조금씩 알아듣고 있는 수준이다. 가끔씩은 의견을 말해야 할 때도 있는데 아직 말이 잘 안 나와서 서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2주 전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같이 입사한 외국 친구와 커뮤니케이션 속도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레거시를 보아하니 코드를 보는 시간보다 관련 팀과 채팅과 메일로 대화하거나 위키를 보거나 하면서 히스토리를 파악해야 하고 업무 진행 중간이나 완료 후에 계속 상태 업데이트나 문서화를 해야 하는데 퍼포먼스 차이가 안 날 수가 없다. 영어 수업을 신청했는데 아직 시작은 못했고 어린이 동화책을 간혹 읽기 시작했다. 


여기 와서 가장 다른 것 하나는 매니저와의 주기적인 미팅이다. 

1. 매일 팀원 + 직속 매니저와 스탠드업 미팅 

2. 직속 매니저와 매주 1:1 미팅

3. 그 위 매니저와 매주 1:1 미팅

4. 또 그 위 매니저와 매주 1:팀 미팅

5. 3번 매니저 팀 전체 격주 미팅 


이전 회사에서는 윗분들? 과 가끔 커피 마시거나 회식 자리 나 워크숍 가서 종종 팀을 위해 또는 나를 위해 어떻게 일하면 좋을지 이야기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여기 와선 저렇게 주기적으로 일정을 잡아 서로 의견을 나눈다. 보통 각 회의는 30분 정도 진행하는데 아직은 영어가 너무 안돼서 내가 일방적으로 듣거나 의견을 물으면 지금은 별 의견 없다고 하고 말았다. 그것도 한두 번이고 오늘은 1:1 미팅에서 두 가지 꽤 큰 주제에 대해서 피드백을 요청받았다. 팀의 업무 방식과 향후 팀 업무 계획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별 생각도 없었고 도저희 말할 자신이 없어서 다음 주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고 말았다. 한국에 있을 때는 대부분 내 업무에 대해서만 고민했었는데 여기서는 팀, 개인이 일하는 방식이나 애로사항, 요청 사항, 내 커리어 목표에 대해서도 항상 고민을 하고 의견을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걸 말할 줄 알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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