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마틴 DB 시리즈 - 1편 - 007 시리즈의 본드카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아침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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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시리즈만큼 긴 세월 동안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 시리즈도 흔치 않다.
첩보물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은 007시리즈는 요즘은 어찌 보면 뻔해 보일 수도 있는 스토리 구성이다.
하지만, 첩보물이라는 박진감 넘치는 소재에, 제임스 본드라는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와 본드 걸, 걸출한
악당들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보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영화의 배경은 물론 등장하는 요소들 하나하나가 매력적인 것들로 넘쳐나는데,
특히 그중에서도 제임스 본드의 애마 본드 카는 007시리즈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써 자리 잡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본드 카가 영화에 중요하게 역할을 한 것은 아니었다.
첫 007시리즈인 ‘살인번호’에 등장한 본드 카는 평범한 자동차에 불과했다.
이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는 약 60년 전 사라진 '선빔'사의 1961년식 알파인 로드스터를 타고 등장하는데,
이 차가 최초의 본드 카이다. 선빔은 1920년 350HP 블루버드을 제작하면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는데,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350마력을 내는 18.3리터 항공 엔진을 장착해, 세계 최초로 150마일(240KM)을
돌파한 차로 기록되었다. 이후, 선빔은 영국 자동차 기술의 결정체로 손꼽히는 메이커로 자리 잡았었다.
두 번째 시리즈인 ‘위기일발’에서 제임스 본드는 1935년식 3.5리터 벤틀리 마크 4를 타고 나온다.
사실 이 영화에서 본드가 이 차를 운전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차량에 장착된 카폰으로 잠시 MI6 본부와 연락하는 장면이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스토리 상 Q가 만든 최초의 본드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차는 당시 영국 상류층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자동차로 007소설의 원작자인 이안 플레밍이
타고 싶어 했던 자동차 중 하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본드 카는 3번째 시리즈 ‘골드핑거’부터 중요한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골드핑거는 본드 카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리즈라 할 수 있다. 이전 007시리즈에 등장했던 자동차들이 단순한 운송 수단에 불과했다면
'골드핑거’부터는 제임스 본드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없어서는 안 될 분신과 같은 역할로 격상됐다.
원작 소설이 출판되던 시점에 이전 편에서 본드 카로 등장한 벤틀리 마크 4가 단종되자
이안 플레밍은 영국의 또 다른 럭셔리 브랜드인 애스턴 마틴을 본드카로 출연시킨다.
이때부터 영화사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자동차 심벌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애스턴마틴 본드카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007시리즈의 대표적인 본드카 애스턴마틴,
그중에서도 가장 근간이 되는 대표 라인업, DB 시리즈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라이오넬 마틴과 로버트 범포드가 설립한 회사 범포드 & 마틴은 '싱거'라는 메이커에서 만든 차량을
판매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었으나, 1915년에는 공장을 사들여서 직접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두 창업자 모두 군인으로 복무하게 되었고
자동차 생산은 중단된다. 종전 후, 범포드는 회사를 떠나고, 라이오넬 마틴 혼자 '애스턴마틴'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회사를 설립해 차량을 만들기 시작하며 애스턴마틴의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된다.
(애스턴 마틴은 리오넬 마틴이 사이클 선수로 활동하던 당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선수로써 명성을 얻게 된 ‘애스턴 클린턴 힐클라임’ 경주와 자신의 이름을 조합해 만든 것이다.)
설립 후, 프랑스 그랑프리 등에 출전하여 소기의 성적을 거두며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차량 판매 실적으로 연결되지는 못했고, 결국 1925년에 파산해 1926년에 최종적으로 문을 닫는다.
그렇게 애스턴마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으나, 다행히 주주들이 다시 모여들어
애스턴마틴 모터스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세우고 엔진과 차량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1932년에도 재정 문제가 생겼지만, 투자를 받아 위기를 모면하고, 1936년부터 실용적 차량 제작에 집중한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다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항공기 기체를 제작하게 된다.
종전 후, 재정 상태 악화로 파산 직전까지 간 애스턴 마틴은 1947년 말,
당시 유럽 최대의 변속기 업체 소유주인 데이비드 브라운 경에 인수된다.
(그는 애스턴마틴과 함께 생산 공장을 사용하던 라곤다도 함께 인수하여 '애스턴 마틴 라곤다 Ltd.'로 통합했다.
원래 라곤다의 엔진만 쓰려했으나, 요구 단가가 너무 높자 회사를 인수해버렸다.)
이때부터 그의 이름 약자를 따와서 모델 명을 DB+숫자로 짓기 시작하였다.
인수 직후, 1948년 DB 시리즈의 첫 모델 DB1이 출시되었다. 그런데 위의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DB1의 디자인은 1930년대 후반의 차체 스타일 (지붕이 없는 차체 구조에 분리형 앞뒤 펜더 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2차대전으로 인해 회사가 전쟁 물자 생산 체제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이 차를 개발하던 당시
회사가 거의 도산 직전이었었기 때문에 새로운 차체나 디자인을 개발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차 덕에 애스턴마틴은 구사일생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데이비드 경이 애스턴마틴을 인수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이 차 때문이었다. 이 차의 엔진은 벤틀리 설립자이기도 한 W.O 벤틀리가 개발했는데,
(W.O 벤틀리는 자신의 이름을 딴, 벤틀리 설립 후, 경제 대공황과 세계 대전으로 인해 자금줄이 끊겨서 더 이상
회사를 유지할 수가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롤스로이스에 회사를 넘긴 후, 라곤다에서 기술이사로 근무했다.)
당시 그는 "곧 출시될 애스턴 마틴 2리터 스포츠 (DB1의 또 다른 이름이다.) 등 애스턴 마틴의 차량은 성능은
무척 훌륭하나, 사업성 자체의 수익이 보잘것없다"라고 언급했다. 당시 많은 부를 축적했던 데이비드 경은
단순히 취미 차원에서 개인용(소장용) 스포츠카 제작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말을 듣고 애스턴마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상황이 좋지 않았던 회사를 쉽게 인수하게 되었다.
인수 후, 데이비드 경의 든든한 후원 아래 등장한 DB2에서는 철제 지붕을 가진 3박스 차체 구조에, 일체형 펜더로 변화되며 당시 시대 흐름에 맞는 세련된 디자인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애스턴마틴 최초의 DOHC엔진을
탑재하기도 한 DB2는 2인승 형태였던 초기의 DB2(1950~1953년)에서 출발하여 2+2인승 형태로
마이너 체인지 된 DB2/4(1953~1957년)로 발전하며 1950년부터 1957년까지 약 8년간 판매되었다.
이 차의부터 애스턴마틴의 시그니처 그릴의 형상을 서서히 찾아볼 수 있는데, DB1 모델에서 중앙에
큰 라디에이터 그릴과 양측에 작은 그릴로 나뉘어 있던 것이 이 모델에 이르러 하나로 통합된 형태가 되어,
지금의 시그니처 그릴과 비슷한 형상을 띈다. (이 그릴의 형상은 엔진과 브레이크 냉각을 최적화
할 수 있는 형상을 찾아 애스턴마틴 레이싱카에 적용하던 것을 다듬어 적용한 것이라 한다.)
이후 1957년에 출시된 DB Mark 3 모델에서 그릴의 형태가 곡선형으로 정리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시그니처 그릴의 모양으로 완전히 다듬어져서 적용된다.
이 차는 출시 전, 레이싱 버전으로 개조되어 르망 24 클래스 우승 2회, 밋레미리아 클래스 우승 등
레이싱에서 성과를 거두며 애스턴마틴의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처음 밴티지 라인업이 등장한 것도 이때다. 지금은 애스턴마틴의 엔트리 모델명이지만, 원래는 애스턴마틴의 고성능 버전을 일컫는 말로 사용됐다.
1951년 처음 출시된 밴티지는, 당시 유명 레이싱카 디자이너 로버트 에베 홀스트가 프로젝트를 총괄하여
기존 125마력에서 140마력으로 출력이 강화되어서 출시되었으며, 많은 스포츠카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며, 250여 대가 판매되었다.
이 차의 실내를 보면, 이 전까지의 애스턴마틴과는 사뭇 다른 실내를 볼 수 있는데, 이 전 차들은 레이싱에 초점을
맞춘 차량들을 양산했었다면, 이 차는 고급 가죽으로 마감된 시트와 도어트림, 우드로 제작된 대시 패널,
지름이 크고 가는 목재 스티어링 휠, 시계와 태코미터 그리고 전압계 및 수온계까지도 갖추고 있어
럭셔리함과 당대의 첨단 기술을 모두 갖춘 럭셔리 GT의 모습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차를 기점으로,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애스턴마틴의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인,
럭셔리 GT 카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1957년 공개된 이 차는 네이밍 규칙대로 라면, DB Mark 3가 아니라 DB3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예외적으로 DB2를 베이스로 한 레이싱 버전에 DB3라는 이름을 주었고, DB Mark 3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선술 했듯, 처음으로 오늘날과 같은 시그니처 그릴을 처음 적용한 차량이다.
풀체인지가 아닌 DB2의 개량 버전이다 보니 리어 부분을 제외한 보디 형상은 거의 DB2/4와 비슷하며,
엔진 또한 DB2/4에 사용된 동일한 엔진 배기량을 2.9L로 높이고, 개량하여 최대출력 195마력을 발휘했다.
약 2년간의 짧은 기간 동안 550여 대가 생산된 후, 후속 모델인 DB4로 대체되게 된다.
(심지어 출시 다음 해에 바로 DB4가 공개되었다.)
007 원작 소설에서는 이 차가 본드카로 등장하지만, 영화 촬영 당시 최신 모델이었던 DB5로 대체 되게 된다.
애스턴 마틴을 영국의 고성능 GT 대열의 정상에 올려놓은 모델인 DB4는
1958년 런던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다.
등장과 함께 당대 최고의 GT 카들인 페라리 250GT와 메르세데스 벤츠 300SL과 비교됐다.
DB4는 3.7L 직렬 6기통 알루미늄 합금 엔진을 얹어 240마력에 최고 속력 225㎞/h, 제로백은 9초 정도였다.
이탈리아의 유명 카로체리아인 투어링 슈퍼레제라가 디자인한 외관은 우아함과 세련미가 넘쳐났다.
스포티한 라인이 주를 이뤘고 유선형의 지붕과 리어 디자인은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 실용성까지 겸비했다.
DB4는 출시 이듬해 ‘월드 스포츠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주목을 받았으나 데이비드 경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같은 해 10월 그는 DB4의 전장을 127mm 줄고 알루미늄 차체를 써 무게를 84kg 줄인
고성능 버전 DB4GT를 공개했다.
신형 캠축과 이중 플러그 실린더 헤드, 3개의 웨버 카뷰레터 덕분에 출력은 302마력으로 높아졌다.
또한 유리창 대신 플렉시 글라스를 사용해 무게를 줄였으며, 짧아진 차체 덕에 핸들링이 개선됐다.
영국 실버스톤에서 열린 경주에 벤츠의 드라이버로 유명한 스털링 모스가 몰고 나온 DB4GT는
예선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신기록을 세우며 최종 우승했다.
강력해진 DB4 GT였지만 여전히 라이벌인 페라리의 250GT
(사실 250GT가 너무 뛰어난 차이기도 했다.)에 비해서는 다소 아쉽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자 데이비드 경은 오랜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 밀라노의 자가토와 손을 잡고
경주용 ‘DB4GT 자가토’를 만들어냈다. 범퍼 등 경주용 차에 필요치 않은 부분은 과감히 덜어내
차체 중량을 70㎏ 감량, 1,224kg이 됐다. 엔진 역시 개조해 314마력으로 끌어올렸으며,
제로백은 6.1초, 최고 속도는 246㎞/h에 달했다.
DB4 GT 자가토는 당초 25대가 생산될 계획이었으나 실제로는 19대가 생산되었다.
DB4는 4년 동안 1,100여 대가 제작됐는데, GT 버전은 자가토 모델을 포함해 100여 대가 생산됐다.
1963년 DB4의 후속으로 애스턴마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차로 손꼽히는 차이자 가장 유명한 DB5가 출시됐다.이 차는 풀체인지 모델은 아니고 DB4의 개량형으로 보는 편이 맞다. 차체 디자인은 DB4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의 유명 카로체리아인 투어링 슈퍼레제라가 맡았다. (사실상 디자인이 거의 동일하다.)
DB4의 엔진 배기량을 늘린 4.0ℓ 엔진에 5단 기어를 장착하여 282마력으로 끌어올렸으며,
제로백은 8초, 최고 시속 238㎞/h에 달했다. 또한 모델 처음으로 3단 자동변속기를 옵션으로 고를 수도 있었으며,
쿠페 외에도 컨버터블과 슈팅 브레이크 (특수 제작 모델로 10대 미만 생산) 등 다양한 형태로 생산되었으며,
1965년까지 3년 동안 총 1100여 대가 생산되었다.
이 차는 1964년 007시리즈 3탄' 골드핑거'에 DB5가 본드카로 발탁되면서 DB 시리즈가
당대 최고의 스포츠카들과 경쟁하는데 큰 힘을 실어주게 된다.
영화에 등장한 이 모델에는 다양한 특수 기능이 장착되어 있는데, 헤드램프에서는 기관총이 나오며
위장 능력을 위한 번호판 변경 시스템과 뒤쫓아 오는 차량을 대비해서 연막탄과 기름을 뿌릴 수 있고
총격전에 대비하여 유리를 보호해 주는 방탄 철판이 달려있기도 했다. 카폰은 물론,
시트 아래에는 무기 세트도 숨겨져 있었는데, 당시로써는 무척 파격적인 것들이었다.
영화에는 총 2대의 차량이 사용되었으며, 영화 촬영이 끝난 후, 여러 컬렉터들의 손을 거쳐갔으며,
마지막으로 2019년 7월 소더비 경매에서 640만 달러(약 79억)에 거래되었다.
이 차는 007역사상 가장 많은 시리즈에 등장한 차량이기도 한데, '골드핑거' 개봉 바로 다음 해 개봉한 4탄
'썬더볼'에도 본드카로 등장한다. 이후에는 한동안 등장하지 않다가, 1995년작 골든 아이에서도 등장했으며,
후속작인 '네버 다이'에도 등장했다. 또 한동안 등장하지 않다가,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의 첫 작품인
2005년 '카지노 로열', 2012년 '스카이폴', 2015년 '스펙터'에서도 모습을 볼 수 있다.
1965년 DB5의 후속으로 출시된 DB6에는 최신 사양이 대거 적용되었다.
(DB6는 사실상 DB4의 최종 개량 모델로 보는 것이 맞다.)
차체는 스틸 플랫폼 구조에서 좀 더 현대적인 모노코크 디자인으로 변경되었으며,
휠베이스가 94mm 길어진 덕분에 거주성이 향상되었다.
엔진은 DB5와 동일한 엔진을 사용했는데, 배기량과 출력이 동일하여 성능은 동일했다.
다만, 밴티지 모델은 325마력에 달하는 출력을 발휘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DB5와 유사하나, 리어 테일을 한껏 끌어올린 후면부는
완전히 변경되어 독특한 매력을 뽐냈다.
또한 인테리어에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하여 사용해 고급 GT 카로 써의 면모를 뽐냈다.
이 차량은 1970년까지 1800여 대가 판매된 후 후속 모델 없이 단종되게 된다.
후속 없이 단종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후 애스턴마틴이 또다시 격변의 시기를 겪게 되기 때문인데,
다음 편에서는 이 이야기와 함께 DB 시리즈의 나머지 부분( DB7부터 가장 DB11)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원래 의도했던 것보다 글이 길어지게 되면서 부득이하게
2편으로 나누게 되었다.
이렇게 글자를 입력하고 드래그하면 메뉴를 더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