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회사에도 꼰대가 있으시겠죠? 만약 우리 회사는 꼰대가 없는데? 하신다면 축하드립니다.
40대 초반 직장상사가 알고 보니 지독한 꼰대였습니다.
제가 아는 꼰대의 정의로 내린 호칭이며 혹여 꼰대가 아닌 그냥 직장상사 수준이라도 저는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여태껏 겪어본 꼰대의 주된 특징은 이랬습니다.
1. 어 다르고 아 다르다.
그들에겐 정해진 규칙은 내 마음대로입니다. 회사에서 모두가 지키는 규칙이나 규율, 시간 등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되고 이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어 여기서는 흡연 금지입니다. 담배꽁초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했다면 이들은 남들 안 볼 때 그곳과 다른 곳에서도 흡연을 하며 아무 곳에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버리는데 조금도 거리낌이 없더군요.
시간 약속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늦으면 얼렁뚱땅 넘어가고 만약 후배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길길이 날뛰며 불같이 화를 내고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고 다음번에 갈굴 미끼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2. 업무적인 거 외의 감정을 건드리는 비꼬는 말을 잘한다.
말 그대로입니다. 후배가 작든 크든 실수를 했다고 칩시다. 꼰대에겐 좋은 기회입니다. 단지 퍼포먼스를 위해 과장된 액션을 취해 이번 기회에 버릇을 고치겠다는 일회성 이벤트인지 원래 이런 상황에선 계속 이렇게 혼을 내는지 처음엔 헷갈렸지만 이내 후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엄청난 실수를 했다면 (업무미숙, 단순 실수 등) 그들은 곁에서 절대 도와주지 않고 슬금슬금 곁에 와서는 비꼬는 말을 시전 하더이다.
예를 들어 커피를 서빙하다가 쏟았다고 칩시다. 그럼 도와주진 못할망정 곁에 와서는 말을 겁니다.
"내가 이제껏 너처럼 실수로 쏟은 애들을 많이 봐왔는데 너만큼 많이 쏟은 애는 못 봤어."
참 이상하죠? 그래서 어쩌라는 거죠? 안 도와줄 거면 빈정거리나 말던지 사람 속을 긇어버리곤 멀찍이서 그 광경을 관망합니다. 반대로 꼰대가 실수를 하면 마치 공동의 책임처럼 저를 부려먹습니다, 그 와중에도 제겐 허드렛일 같은 것만 자꾸 지시하고 맡기려 하죠. 아주 지독히도 전형적인 유형입니다.
3. 후배가 가만히 있거나 편한 꼴을 못 본다.
그들에게 후배는 나의 업무를 보조하고 거들어주는 있으면 부려먹고 없어도 그만인 하는 일도 별로 없이 월급은 나랑 비슷하게 가져가는 밉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일정 시간 할 일이 없거나 여유가 생길 때도 있습니다. 후배는 당연히 조금 눈치를 보며 여유롭게 행동하려 하는데 마치 군대 못된 선임처럼 그 광경을 보지 못하고 뭐든지 일거리를 찾아서 시키려고 애를 씁니다. 안 하던 구석구석 청소를 시킨다던가 간단한 일을 장황하게 풀어서 설명하며 이것저것 시켜놓고는 천천히 하라고 합니다. 그 일이 끝나갈 무렵까지 자기는 관리감독처럼 쳐다만 보고 간섭하다가 끝나갈 때쯤 다른 일을 또 지시합니다. 그럼 결국 여유가 없을 때랑 똑같은 피로도가 쌓이죠.
4. 다혈질이라고 하기엔 심하게 정색하며 표정과 태도 언행, 목소리가 순식간에 바뀐다.
개인적으로 참 밥맛 떨어지는 순간입니다. 실수를 하거나 자기 기분에 거슬리거나 제가 한 말을 부정적으로 자기 맘대로 해석하더니 무척 기분 나빠하며 비꼬고 빈정거리더니 자기 혼자 화를 참지 못하고 얼굴이 싹 변합니다. 순간 내가 뭘 그렇게 크게 실수한 건가? 의문이 들지만 절대 이해는 할 수 없습니다.
군대 시절 그런 선임이 딱 한 명 있었는데 사적으로 대화하고 장난칠 때는 안 그런 척 하지만 돌변하는 순간엔 주위 사람 모두가 당황스러워합니다. 마치 사이코처럼 돌변하니 주위에서 겁을 내고 피해버립니다.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그 사람 비위를 100% 맞추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전 그 시절 너무 피곤한 사람이라 판단하고 최대한 말도 섞지 않고 주변에 있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신기한 게 이런 사람들은 자기 앞가림은 기가 막히게 잘하고 승진도 잘하고 업무성과도 인정받습니다. 그래도 인간적으론 최악이라 싫었습니다.
이런 꼰대가 돌변하는 순간을 계속 보아오니 나도 모르게 그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불안증이 밀려옵니다. 부딪히지 않으려 더 애쓰는 내 모습을 보았고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저 혼자 신경 쓰고 피곤만 쌓이더군요. 그냥 첨부터 전쟁을 하던지 다른 부서라서 서로 얼굴 볼일이 없던지 방법이 없더군요.
불안감이 지속되니 힘들더군요.
'오늘은 무슨 일이 터지진 않을까?' 하며 마치 무슨 일이 곧 터질 것처럼 마음이 두근거리고 작은 실수라도 벌어질 것 같으면 미리 혼날 앞날이 예상되어 스트레스를 부르더군요.
5. 강약 약강인 꼰대 너는 그런 사람.
후배에겐 그렇게 돌변하고 비꼬고 실수를 넘어가지도 않지만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상사나 눈치를 봐야 하는 사람에게는 그 수준별로 대하는 게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상사가 과장급이다 했을 때 김 과장은 직속상관이니 비위도 잘 맞춰주고 옆에서 꼬리도 잘 흔들어줍니다. 반면 타 부서 박 과장, 장 과장에게는 대충 맞춰주며 가만히 있는 제게와서 같이 흉을 보자며 그 사람 험담을 건네기 시작합니다.
결론: 그렇다고 이런 꼰대와 항상 살얼음판만 걷는 건 아닙니다. 하루 종일 별일 없이 끝날 때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자신이 기분이 무척 좋은 날이거나 제가 옆에서 기분 좋은 말동무가 되었을 때입니다.
감정 뱀파이어가 될까 봐 타인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다 보면 나도 모르게 푸념이 길어져 상대방을 지치게 하는구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이런 고민을 자주 논하는 지인은 항상 이런 말을 하죠.
"어디든 그런 사람이 있고 그런 자리만 일자리가 남아 있나 봐."
머리론 이해해도 가슴으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
아버지뻘 지인에게 문의를 해 보았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회사를 다니시며 정년까지 버티셨죠?"
대답은 이러했다.
"오늘 출근하면 내일만 출근하자 하고 내일 출근하면 이번 주만 더 다녀보자 하다가 한 달이 되고 한 달만 더 참고 다니자 하다가 3개월이 되고 6개월만 버티자 하다가 1년이 되어가니 퇴직금만 받고 나가자 하다가 카드값 때문에 못 나가고 차를 샀더니 할부 값 때문에 못 나가고 3년을 일했더니 결혼을 한다고 못 나가고 결혼을 했더니 집값을 대출받아 못 나가고 아이가 생기고... 그러다 보니 60세가 넘었지."
꼰대에게 대해서 저마다 받아들이는 스트레스는 다를 것입니다. 5만큼만 견디면 10까지는 쉬운데 항상 2~3에서 견디지 못해 이직을 하거나 퇴사를 하거나 꼰대와 영원히 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람의 기본 성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람 성격, 멘탈, 기질은 다르기에 누군가는 못 버티고 나갔다고 그뿐이라 말할지도 모릅니다.
꼰대가 수도꼭지이고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을 때 문제 해결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지 아무리 신입이 수없이 와서 수돗물만 퍼낸다면 지쳐 나가떨어질 것입니다.
현실적인 조언 중에 아마 제 맘에 드는 것은 없을 것이라 생각 듭니다. 단순히 위로받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냥 적고 싶었습니다.
"내가 만약 그 꼰대라면 후배에게 그렇게 행동하고 말하지 않을 것 같은데 제 착각일 뿐일까요?"
3월에는 퇴사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나약하지만 인간이고 싶습니다. 다른 곳에서 곧 만날 다른 꼰대가 어떨지 상상도 하기 싫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