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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잘꾸 Feb 09. 2022

노동력 기생충

같은 돈 받고 일은 내가 더하고....


노동력勞動力

물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인 모든 능력. 勞 일할 노, 動 움직일 동, 力 힘 력 노동력은 물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인 모든 능력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또한 노동력은 경제활동 또는 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우린 회사를 다닌다.

회사가 있고 공동의 목표가 있고 협업을 싫어도 해야 한다.

회사 안에 사람이 있고 동료가 있고 그리고.. 나의 땀방울을 좀 먹는 노동력 기. 생. 충. 이 있다.


일해보면 안다고 조그만 같이 일해보면 드러난다 너무나 확연하게..

갖은 상황과 핑계는 시기적절하게 이래야만 한다는 이유를 철석같이 갖다 붙이면서 자신의 생각대로 흐름을 만드려고 한다. 거창하고 거대한 계획적인 함정은 아니지만 눈에 뻔이 보일 정도인데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하다. 한마디로 잘해줘 봤자 나만 손해인.. 후회하게 되는 그런 인간이 이럴 수가 내 옆에 두 명이나 있었다.


TV나 드라마를 보면 얄밉게 나의 공을 가로채가는 회사 상사나 동료처럼 두 명이 있다. 가명으로 '메뚜기'라 칭하겠다. 나보다 쪼끔 상급자인 메뚜기는 높은 자리는 절대 아니다. 이 사람의 일하는 패턴은 자기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풀을 베는 것'이다.

제일 편한 일은 풀을 베는 일이 끝날 무렵이면 나머지 사람들이 어렵고 귀찮고 번거로운 일을 모두 끝나는 타이밍이다. 물론 메뚜기가 일이 먼저 끝나면 절대 우릴 도. 와. 주. 지 않는다.

처음엔 왜 저럴까? 상급자라서 안 하는 건가? 했지만 답은 단순했다.


자기가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뿐.


"쟤는 뭔데 같이 일을 하지 않을까?" 의구심이 들고 점점 불만과 불평이 되고 가슴속에 분노가 쌓이게 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제3차 대전이라도 발발한다면 쟤부터 보내고? 총 쏴 버리겠다며 이를 갈다가 험담 단골 메뉴가 되어버렸다.

참 어울리게도 이 버러지 같은 메뚜기는 공짜를 참 좋아하더라.

"너희 집에 00 하시지? 00 좀 얻어먹어보자, 밥 한번 안 사냐?"

회식을 가도 남은 회식비를 고깃집 고기를 얻어서 가져가고 누가 빵과 커피라도 사주면 뭐 이런 걸 하면서 넙죽넙죽 받아먹는다. 자기가 사탕 하나라도 주는 날엔 엄청난 생색을 내기 시작한다.


또한, 돈에 아주 민감하고 돈밖에 모르냐? 할 정도로 돈에 미쳐있다.

회사에 불만은 늘 이런 식으로 한다.

"저런 거 뭐하러 하는지 저런 거 할 돈이 면 내 월급이나 더 주지.."


열심히 일하는 회사 직원을 이유 없이 깎아내리고 싶어 하는 거 같다. 누군가 솔선수범해서 남들이 안 할 것 같은 어떤 일에 열과 성을 더해서 쪼금 오버해서 안 해도 될 일을 좋은 마음에 했다고 치자. 옆에서 이걸 지켜보던 메뚜기는 지나가며 쏘아붙인다.

"이걸 뭐하러 하는데? 뭐하려고 이렇게 하는데 이렇게 00 편하게 하면 되지!"

도와주진 못할망정 옆에서 김 빠지는 말로 심술을 부린다.

허구한 날 이런 식이니 메뚜기를 아예 없는 사람 치고 일하다가도 정도가 심해지는 날이 허다하면 우리의 가슴속에 다시 분노가 차오른다.

"메뚜기 저거 또또 혼자 담배 피우러 간다 혼자만 슬그머니 빠지네 안 도와주고 어느새 사라지고 없어!"

메뚜기의 위치는 휴게실 아니면 흡연장이다.


그러다 회사 결원이 생겼고 메뚜기가 어느 날 우리를 모아놓고 말했다.

"내가 아는 지인이 있는데 일도 잘할 거 같고 한번 윗선에 얘기해서 데려올 생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ㅆㅂ 개구라였다.



빈자리에 새로운 사람 가칭 '여치'가 입사를 했고 하루 이틀 만에 소문이 났다.

우리에게 지인이랍시고 데려온 그 사람이 메뚜기의 동생이라는 것을...

엄청난 배신감이 들었다. 왜 우리를 속였을까? 하루면 들통날 거짓말을.. 알고 보니 윗선에선 다들 동생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대표조차... 같이 부딪히고 일할 우리에게만 지인이랍시고 거짓 부랄을 떤 것이다.


왜 속였을까에 대한 의문은 시간이 해결해줬다.

메뚜기가 데려온 지인? 이랍시던 동생 여치의 단점을 핵심적으로 나열해 보겠다.


1. 일머리가 없다.

2. 일의 배움이 느리다.. 아니 무척 느리다.

3. 일을 찾아서 할 줄 모른다.

4. 한 치 앞만 보면서 일한다.

5. 하나를 알려고도 하지 않고 둘을 모르며 자기는 셋을 안다고 생각하고 있다.

6. 인사성이 없다.

7. 일머리가 없다... 8. 일머리가 없다.. 9. 뭔가 배워서 하려는 의지가 없다.

10. 눈치도 없다.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장점을 나열하겠다.

메뚜기의 말을 잘 듣는다. 예를 들어 업무적으로 부딪혀 다른 동료와 다툼이  생겨서 할 말이 없으면.. 여치는 이렇게 말한다.

"메뚜기 상사님이 이렇게 하랬는데 메뚜기 상사님이 하랬는데... 난 메뚜기 상사님이 시켜서 했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 타 부서 사람이 뭔갈 업무적 부탁을 하면 가능하면 들어주면 그만 일 텐데 이렇게 얘기하더라..

"메뚜기 상사님이 여기에 갖다 놓으라 했는데.." 이런 식으로.. 상대방은 말문이 턱 막혀 더 이상 부탁하지 않더라.


한 달이 지났을 땐 아직 일을 모르니깐 그렇겠지... 했다.  맞다 착각이었다.

석 달이 지났고 발전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6개월이 지나고 그 이상이 되었을 때 물론 사람인지라 시간이 흐르니 처음보단 하긴 한다. 근데 보통 사람이 일할 때 속도나 숙련도 업무적 대가리가 10에 있다면 그 사람은 아직도 3~4에 머물고 있다. 훗날 여치보다 후임인 사원이 3개월째인데 여치보다 일을 잘하더라. 분명 문제가 심각한 사람이었다.


출근을 하면 인사를 안 하더라. 인사성이 없고 사람을 봐도 본체만 체 한다. 메뚜기도 이와 흡사한데 가족력이 있는 건지 아주 좋은? 습관을 지니고 있더라. 어쩔 땐 대놓고 무시받는 느낌이랄까..

이런 상황이니 사적으로 농담을 할 때도 있지만 다들 진심으로 꺼려하는  눈치다. 회사에 놀러 온 건 아니니 일할 때가 대부분인데 업무적으로 부딪히면 좋아할 부분이 전혀 없는 사람..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인성이라도 괜찮을까?

업무적으로 너무 스트레스가 쌓인 동료와 함께 고민하다가 조용히 불러다가 좋게 좋게 둘러쳐 말을 해보려고 시도해 보았다. 결론은 안 하니만 못하게 되었다. 200% 역효과가 나버렸다.

불러다가 어렵고 불편하게 얘기를 꺼냈는데 여치의 표정이 확 바뀌어 버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기분이 조금 나쁠지라고 수긍할 건 수긍하고 서로 조율해주면 좋겠는데 우리가 바보 같았다. 여치는 애초에 그 정도 그릇도 되지 않는 여치였다.

"내가 일을 안 했습니까? 나도 일했습니다. 당신이 뭔데 날 판단합니까? 메뚜기 상사님 불러다가 같이 얘기하죠?" 갑자기 메뚜기 형을 찾길래 예상답안이 나와서 기가 찼다.

우리의 요구는 툭 까놓고 말해서 당신이 너무 일을 모르고 안 하는 것 같고 그래서 힘드니 좀 알아주고 우릴 좀 도와달라 했는데 자기는 성질만 부리더라.

"내가 00일 하는데 당신들이 내 일하는 사정을 어찌 압니까?"

여기서 우리는 여치의 일을 모두 마스터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기에 여치의 일을 훤히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급기야 감정싸움이 되었고 자신의 잘못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사춘기 소년처럼 예민하게 화를 내는 모습에 다들 당혹스럽고 기가 찼다.


메뚜기 상사까지 대화에 합류했고 가만히 듣던 메뚜기 상사에게 우리가 먼저 말했다.

"메뚜기 상사님 우리가 이런 일로 여차저차 해서 여치가 풀 베는 일을 도와주지 않아 힘든데 말이 안 통한다." 했더니 메뚜기 상사가 우리에게 뭐라고 말했는 줄 아는가...


메뚜기 왈: "풀 베는 일은 원래 00 씨가 전담해서 하던 일인데 편의상 우리가 조금 나눠서 하는 것일 뿐 풀 베는 일은 00 씨가 휴가이거나 공석일 때만 여치가 하는 거다." 여기서 원래 풀 베던 일을 전담하는 직원도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


메뚜기 상사에게 또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고 말았다.

그게 지금 할 소리인가? 메뚜기가 해도 해야 할, 책임져야 할 일을 다른 사람이 너무 일이 많아서 버거운데 여치가 하나도 안 도와줘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건만 동생이라 싸고도는 건지.. 정말 서운하게 선 그으면서 편들더라.


그 후로 3개월이 지나간다. 달라진 게 있냐고? 여치는 오히려 업무적으로 퇴보했고 메뚜기는 이제 대놓고 자기가 꿀 빨던 업무를 여치에게만 알려주는 낌새가 보인다. 그 일을 다른 이 도 할 줄 알지만 여치가 없을 땐 메뚜기가 독점하다가 여치에게 물려? 주고 싶은가 보다.


우리는 대표와 팀장급에게 어쩔 수 없이 상황을 말했고 아직까지 그들의 무관심 속에 크게 달라진 것 없는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대단한 백도 아닌데 둘이서 쌍으로 죠지는 꼴을 매일 보며 참고 있다.

여치와 업무적으로 최초로 다투었던 00 씨는 사과할 건 크게 없는 상황인데 좋게 지내보려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지만 여치의 반응은 이러했다.

"됐습니다. 됐어요." 아주 꼴사납게 삐진 말투로 말이다.


저번 주는 여치 덕분에 여치가 해야 될 일까지 1.5배씩 했더니 몸이 너무 피곤해 집에 와서 쓰러져버렸다.

일을 하다가 영화 기생충이 생각났다.

다른 사람의 부와 명예에 남몰래 빌붙어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기생충 같던 배우들..

검고 어두운 지하실에서 며칠에 한 번씩 밥을 먹으면서도 몸을 보존하려는 벌레 같은 사람들..


자동차를 타면 보험이라도 들지만 지금 회사생활엔 두 명의 기생충으로 인해 나의 땀과 수고가 쪽쪽 빨리고 있다. 대표에게 일을 더하니 돈을 더 달라고 말해야겠다.

발바닥이 쩍쩍 붙을 정도로 땀이 흐르는 여름날 맛나게 내 피를 빨고 있는 새카만 모기를 한방에 터트려 압살 하는 것처럼 두 명의 기생충을 퇴치하고 싶다. 그래서 나의 피땀을 보상받고 정당한 업무 존중을 받아야 한다.


만약.. 내가 제3의 회사 안에 노동력 기생충이라면 누가 날 좀 손바닥으로 터트려 박살 내주시길...

기꺼이 피떡이 되겠다. 내가 기생충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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