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사막 Oct 14. 2020

어느 날 사막이 반짝이는 도시가 된 것처럼

부르즈 칼리파 전망대에서

부르즈 칼리파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여기가 아랍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해가 내려앉은 저녁이 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한 빌딩들이 수놓은 두바이의 야경.


아... 세상엔 부자가 참 많구나.
저 빌딩들은 누군가의 소유일 테니까.
게다가 잘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

그들에게 두려움이란 뭘까?
아마도 죽음이겠지.

패리스 힐튼이 그랬다.
자기의 소원은 영원히 사는 것이라고.


처음 두바이 땅을 밟았을 때가 생각난다.

공항 문이 열리자마자 얼굴에 감기는 중동의 뜨거운 공기와 산더미 같은 짐을 카트에 싣고 분주한 외국인들,

공항에서 집까지 차를 타고 가는 한 시간 동안 창 밖에 펼쳐진 낯선 사막의 모습까지.


아랍에미레이트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공용어인 영어를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쓴다.

영어 발음도 제각각이고 스타일도 음식도 다 다르지만, 너무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너와 내가 서로 다름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그 속에서 나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그들과 잠시 섞여 살았다.

6년 동안 우울하고 외로운 순간들이 많았지만 나름대로 잘 견뎌왔다고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다.


어느덧 도시에 짙은 어둠이 깔리고 분수대가 반짝인다.

분수쇼의 시작을 알리는 경쾌한 음악소리.

엑소의 '파워' 노래에 맞춰 분수가 자유자재로 춤을 춘다.

이 도시에 한국 노래가 울려 퍼진다니 볼 때마다 신기하고 우쭐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나는 무인도에 가서 오빠랑 둘이 살고 싶어'

연애할 때 남편에게 종종 꺼내곤 했던 얘기.

돌아보니 절대적으로 외롭고 나 홀로 생존하는 법을 배워야 했던 이곳이 무인도였구나.

나는 과연 행복했는가?


행복이란 잠시 보였다 사라지는 무지개가 아닐까.

삶을 살아 낼수록 쉬운 것이 하나도 없고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세상에는 애쓰지 않아도 멋지게 그림을 완성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나도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저 분수대처럼 자연스럽게 살 수는 없는 걸까?

또다시 어느 섬으로 도피 하기를 꿈꾸는가?


도피, 어쩌면 그것은 내가 취한 삶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살기 위한 정당한 도구였노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하며 세상 어딘가에 있을 안식처를 꿈꾸며 철없이 낙원을 바랐는지도 모른다.

상처를 차단하고자 만든 단단한 방어기제.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회피하며 소극적으로 삶을 사는 것이 습관화된 것 같아 나 자신이 안쓰럽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어느 날 사막이 반짝이는 도시가 된 것처럼, 나 자신도 변화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내 품에 그대 눈물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