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1일, 동짓날의 새벽,
처음으로 내가 혼자 끓인 팥죽으로 동지를 맞이할 생각에 설렘이 가득한 채로 침대에서 나왔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
불려 놓은 팥에 곰팡이가 생긴 것이다.
팥은 오래 불려야 한다길래 24시간 동안이나 상온에 불려둔 나의 잘못이었다.
설렘은 한순간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또한, 나의 실수로 이 귀중한 곡물을 버려야하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다.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번 동지는 반드시 내가 끓인 팥죽을 먹고 싶어서 더 늦기 전에 팥을 다시 불렸다. 그래도 다행히 아침 7시가 안 되는 시간이었기에 점심에는 팥죽을 끓일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복병은 또 있었다.
약불로 해두면 마음대로 꺼져버리는 자취방 인덕션, 그리고 양을 생각하지 못하고 작은 냄비를 꺼낸 나.
결국 팥이 끓다가 물이 넘치고, 체에서 팥을 으깨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기저기 흘리고.
작은 부엌에서 아주 난리였다.
그렇게 혼자 피울 수 있는 야단법석은 다 피우고 드디어 나의 현미 팥죽을 완성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크게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정말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 첫 입을 먹자마자 이 두 시간 동안의 착잡함이 사르르 사라졌다.
처음으로 아무 도움도 없이 나 홀로 만든 팥죽은,
그 두 시간 덕분에 더 소중해졌고, 더 맛있어졌다.
또 한 번 요리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 가는 길이 힘들수록, 그 끝에는 더 밝은 빛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