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류지 Jun 15. 2024

오랜만의 글

    약 한 달간 나는 글을 쓰지 못했다. 아니, 쓰지 않았다. 


    그 시작은 '이번 주만 쉬어야지.'였다. 그것이 다음 주, 그다음 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그때는 예상하지 못했다. 핑계는 참 많았다. 우선, 소재도 떨어지고 영 글이 써지지를 않았다. 기한에 맞추는 것이 질보다 중요한 과제를 내듯이 완성도가 떨어지는 글을 급하게 올리기가 싫었다. 허접한 글을 올리면 참 부끄러울 것 같았다.

    또, 시험기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은 공부하느라 바빠서 글을 쓰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안 그래도 방황을 하며 공부를 부지런히 하지 않는 요즘의 나였기에 과제와 시험공부를 미루면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죄책감이 든다는 핑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것을 했다. 요리, 베이킹, 독서 그리고 산책 등..

    걸어서 등교하는 30분 동안, 글에 대한 영감이 찾아온 적이 꽤나 있었다. 그러면 신이 나서 '그래. 연구실 도착하자마자 딱 30분만 글을 써야지!' 생각하며 더 빠르게 걸어가서는, 죄책감에 바로 전공 책을 폈다. 그리고 나는 30분도 집중하지 못했다.. 

    독서를 하거나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을 때면 그들의 이야기에 따스함을 전해받기도 하였지만 '나의 글을 왜 이렇게 부족할까. 나는 왜 이렇게 멋진 표현을 쓰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항상 마음 한편에 있었다. 내 글은 유치하고 허접해 보였다. 어릴 때는 눈이 나빠진다는 핑계로 책을 읽지 않을 정도로, 글이라는 것과 가까워진지 얼마 되지 않은 나임을 알기에, 오랜 시간 동안 멋진 글을 많이 보았을 다른 작가님들의 문장에 비해 나의 문장은 수려하거나 멋진 단어가 들어있지도 않은 것 같았고, 또 문장 구조 또한 참 간단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왕창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나는 글쓰기로부터 잠시 멀어졌었다. 그 기간 동안 무언가 큰 공허함을 느꼈다. 나의 삶에서 큰 것 하나가 빠져나간 것 같았다. 기분이 별로인 날이 참 많아졌던 것 같다. 또, 나의 머릿속이 점점 굳어가고 있고, 나의 마음속은 더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 달을 더 큰 방황을 하며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채워갔다. 많이 힘이 들었다.  


       이제는 이런 핑계를 만들지 않고 싶다. 더 잘 살기 위해서,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글을 쓸 것이다. 얼마 전에 나의 일기장에서 멋진 문장을 발견했다. 이 글을 읽고 나도 이런 예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이번 연도 2월의 마지막 날 아침에 썼던 일기였다. 이날도 참 걱정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참 예쁜 말을 써 놓았더라. 

"걱정은 미루자. 나의 소중한 머릿속, 마음속에 좋은, 편안한 생각들이 편히 들어와 오래 쉴 수 있도록. 오늘도 내가 예쁘고 몽글몽글하고 온화한 하루. 2월의 마지막 날을 여행할 수 있기를 바라며. 사랑해. 나." 

그래. 처음부터 대단한 글이 잘 써지는 것이 이상하지! 그리고 나는 대단하지는 못할지라도, 나의 색깔을 가득 담은, 좋은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대단해 보이기 위한 것이 목적인 글이 아니라, 나를 기쁘게 하고 내가 나임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글을 쓰자고 마음을 먹으니, 이제 글을 쓰는 것이 그리 두렵지 않은 것 같다. 

  

     글을 꾸준히 열심히 썼던, 꽃이 가득했던 봄이 지나가고 무더운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덥기는 하지만, 오늘은 기필코 걸어서 등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등굣길에 이 글에 넣을 예쁜 사진을 찍고 싶으니까. 꽃보다는 푸르른 나무들이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주는 여름. 초록색 도화지 가운데 환하게 인사해 주는 노오란 금계국을 만나서 참 반가운 마음에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작가의 이전글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