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카리 Oct 11. 2023

홍콩에서 개운한 음식이 먹고 싶다면?

운남쌀국수 먹으러 홍콩 가는 얘기

출장 여행으로 홍콩을 뻔질나게 드나들고 급기야 홍콩에서 2년 동안 살았다. 하지만 한국에 복귀 한 뒤 개인적인 사정과 코로나로 거의 5년간 홍콩을 가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며칠 전 긴 연휴에 홍콩을 가게 되었는데 다들 가서 가장 먼저 무엇을 먹을 것이며 뭐 하러 홍콩에 가냐고 물어봤다.


지난 글에서 주절주절 떠들어 댔지만 나는 아무래도 가장 먼저 먹은 것도 홍콩의 운남 쌀국수이며 3박 4일간 3일 아침을 쌀국수로 먹는 기이한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나는 홍콩에 쌀국수 먹으러 간 셈이다. 그럼 이렇게 유별난 나의 쌀국수 사랑에 힘입어 홍콩의 양대 간판 쌀국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미 성림거나 카우키 씨스터와 같은 관광객들이 가는 맛집 리스트는 블로그와 카페에 정보가 빽빽하므로 나는 홍콩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대중적인 간판 쌀국수를 소개하고 주문 방법까지 소개해볼까 한다.


본격적인 소개에 앞서 맛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감각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취향임을 감안하길 바란다.


운남쌀국수 맛집 순위는 나도 잘 모른다. 나는 내가 맛있는 집에 가고 줄 서는 집은 가지 않는다.


그럼 본격적으로 홍콩의 양대 쌀국수 집을 소개한다. 그것은 바로 ‘남기분면(Namkee noodle)’과 ‘탐자이 쌀국수(Tamjai yunnam mixian)이다. 내 기호에 따라 남기를 먼저 소개했지만 사실 탐자이가 주관적 판단 피셜로 보기에 2배는 더 가게가 많다.


또 탐자이는 ‘탐자이 삼거’라는 필자는 아직 그 차이에 대해 고민 중인 셋째 아들이 운영하는 계열사? 분점? 형태의 가게들이 존재한다. 어쨌든 홍콩에서 숙소가 어디이든 3블록 안에는 반드시 이 셋 중에 한 가게는 있다고 뻥을 좀 섞어서 말해 본다.

남기 분면 Namkee 검색 또는 저 노란 간판과 南자를 보거 찾으면 된다



탐자이 운남 국수 Tamjai  고추 그림의 빨간색 위주다

그럼 급한 분들을 위해 선 요약


Q:무슨 맛인가요?

A:마라탕 맛 쌀국수도 있고요, 육개장에 새콤한 김치 탄 것 같은 쌀국수도 있고요, 토마토 국물의 쌀국수도 있습니다. 토핑은 고르기 나름입니다.)

토마토 국물의. 국수 대표 토핑인 어묵 저거 꼭 시켜야 한다.
수완라탕과 피쉬볼 음료는 소이밀크다 개인적으로 이 국물이 더 좋다.


Q:언제 먹나요?

A:일단 당연 해장이고요. 당연 다른 쌀국수 맛집을 추천받았다면 체인점인 이곳보다는 특별한 맛이겠죠? 그곳을 먼저 가시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홍콩음식 느끼한 건 질렸고 어디 걸어가기도 귀찮고 현지인들은 뭐 먹는지 궁금하기도 하면 한 그릇 권합니다.


프랜차이즈 체인점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한국 와서 병천순대국밥을 먹으러 가겠다는 느낌일 것 같습니다. 홍콩 날씨에 질렸거나 술에 내상을 입어 멀리 가기는 싫고 뭘 먹고 싶을 때 딱!


Q:가격은요?

A:토핑 올리기 음료에 따라 다르지만 60-80 HKD이고 옥토퍼스카드로 결제 가능합니다.



자 그럼 진짜 본격 남기분면부터 소개


남기분면부터 소개하는 이유는 일단 내가 제일 좋아해서이다. 한국인들은 탐자이를 먼저 추천해 줬었다. 나는 나름 중국 거주 짬밥이 있기 때문에 '흥! 내가 홍콩에서 본토 음식을 먹을쏘냐?'라며 똥자존심을 부리며 안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숙취로 고생하는 출근일에 홍콩 직장동료들이 "야 얼어 죽을 날씨에도 아아 마시는 놈아 우리 점심으로 국수 한 그릇 먹을 건데 너도 갈래? 물론 냉면은 없다."라고 권하길래 냉큼 따라나섰다.


거기서 만난 것이 남기 쌀국수이다. 동료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매운 부심의 나라 한국에서 온 나에게 '수안라탕'국물에 맵고 새콤한 맛의 쌀국수를 시켜줬다. 튀김어묵 3개가 프로모션기간이었기 때문에 세트로 주문했고 첫 주문에는 당연히 콜라가 필수다.


첫인상은 '아 속이 메슥거려 죽겠는데 향신료와 낯선 풀때기 맛의 향연이겠구나...'였다. 하지만 첫 술을 뜨고 구수하면서도 적당히 맵고 느끼한 맛, 그리고 새콤한 맛이 끝을 잡아 주어 해장에 딱 그만이었다. 맛은 다르지만 주는 느낌은 순대국밥과 깍두기였다! 이것을 느낀 나는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허버허버 땀 뻘뻘 흘리면서 폭풍 흡입했다.

 

남기의 장점은 세트 메뉴다. 북경어 광둥어 영어 다 안돼도 메뉴 보고 국물만 골라서 대충 때리면 비슷한 맛이 보장된다. 위에서 내가 먹은 수완라 여기서 새콤함은 빼고 더 맵고 얼얼한 마라, 매운맛은 전혀 없고 감칠맛이 나는 토마토 3가지 탕만 보고 고명은 그냥 깨끗하게 복불복이라 생각하고 시키면 쉽다.

지금은 조금 변했지만 비슷하다. 위에서 부터 마라맛 수안라맛 수안라맛 토마토 맛이다.


위 사진에는 없지만 요즘에는 알파벹이 붙어 있으므로 주문받는 사람에게 뚜벅뚜벅 가서 "A!" 하고 외치거나 "B!"하고 외치면 된다. 가끔 할머니들은 알파벳도 못 알아들으니 메뉴판에서 사진을 가리키면 된다. 이 정도 오면 친절한 홍콩인들은 도와준다.


그리고 나면 음료만 고르면 된다. 콜라! 하면 된다. 2 HKD 추가될 것이다. 콜라가 싫다면 '소이 밀크' 외치자 두유를 한잔 준다. 이것도 싫고 숙취로 인한 갈증으로 시원한 레몬티가 마시고 싶다면 "똥닝차아아"라고 외치자 실론티 맛 차에 레몬 슬라이스 5겹 정도 채워준다. 맵고 짠 국수와 상당히 잘 맞는 궁합니다.


여기서 먹고 갈 거냐 싸 갈 거냐 물어본다. 대충 그런 눈치면 여기서 먹는다는 답변으로 "쪄리 츠!" 하자 못 알아들으면 "Heer!", 그래도 못 알아들으면 "리도 씩!" 그래도 못 알아들으면 그냥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키거나 체념하자.  그럼 계산서를 줄 것이다.


계산서에 있는 번호표를 들고 게시판을 초조하게 지켜보다가 내 번호가 나오면 배식구에 가서 내 번호 보여주고 주문이 맞게 나왔는지 확인해 본 뒤에 가져오면 된다.

저게 내 번호다!




여기서 주의할 점


홍콩에서는 소지품을 자리에 두고 음식을 받으러 가지 말자 (한국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 합석을 자연스럽게 한다. (코로나 이후로 좀 안 하는 것도 같지만 4인 테이블에 3명이 앉아도 모르는 사람 한 명이 와서 앉는다. 메뉴 맛있냐고 말도 건다. 물론 나도 혼자 다닐 땐 그런 짓을 한다.)


음식을 다 먹으면 쿨하게 두고 나간다. 그래도 한국인인 거 티를 내고 싶으면 식판을 들고 서성거리면 아주머니가 와서 받아가 준다.


휴지는 안 주는 게 국롤이다. 휴지 달라고 하지 말고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넣고 다니자


이렇게 세트 메뉴 시키기에 성공한다면 나만의 맞춤 면 시키게도 도전해 보자


세트 메뉴 말고 그 옆에 기나긴 불경 같은 메뉴 설명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북경어, 광둥어에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 보자... 영어는 잘한다고 시킬 수 있는 게 아니라 할머니들 눈높이에 맞춰서 할 수 있다면 도전하자 ("캔아이 해브 어 핫 앤 사워 숲 플리스? 메이아 해브 어 싵?"가 아니라 "핫! 샤워! 숲! 원! 잇! 히어! 가 잘하는 거다. 가보면 안다.)


스텝 1 국물을 고른다.

(마라, 수완라, 반치에 각각 맵고 얼얼, 맵고 새콤, 토마토 국물이다.)


스텝 2 면을 고른디. 미시앤을 고르자... 다른 건... 안 골라봄


스텝 3 토핑을 고른다.

토핑은 별 수없이 그림을 보고 가리키거나 영어를 읽자 메뉴만 정직한 발음으로 읽자

 추천 토핑은 어묵 꼬치같이 생긴  튀김 어묵(招牌春卷)이건 꼭 시킨다… 존맛탱 그리고 피시볼, 두부껍질이다.


스텝 4 맵기 정도를 고른다.

안 맵고 싶으면 "뿌! 라!" 적당이 맵고 싶으면 "시우! 라!" 좀 매운 거 잘 친다 하면 "쫑 라!" 하자


스텝 5 음료를 고르자

위에서 말한 "콜라(크얼러 하면 더 잘 알아듣는다.) "소이 밀크(시또우장)", "똥닝차아! 레몬 홍차" 중에 고르자


스탭 6 여기서 먹는다고 외치자. "쪄리 츠!"


스탭 7 옥토푸스카드를 들어서 나는 지불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자.

(아 토핑 너무 골라서 가격이 맞는지 한번 더 확인해야 한다.)


그럼 남기 분면 소개를 마치겠다. 사실 야심 차게 탐자이랑 비교하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길어졌다. 탐자이와 비교 소개는 다음 기회에! "쪼이 낀!"

 

탐자이 누들 돼지귀와 레몬티를 시켰다.
매거진의 이전글 쌀국수 먹으러 홍콩가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