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며 공부를 한다는 것
어쩌다 보니 브런치에 무엇을 쓰는 것도 뜸하게 되었다.
요즘은 시간이 남으면 공부를 하고 있다. 예전처럼 언어를 배운다거나 취미로 역사책, 우주와 존재에 대한 탐구를 하던 그런 공부가 아니라 먹고살 걱정에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벌써 공부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토익부터 만들기 시작했으니 벌써 1년 하도고 반정도 지난 셈이다.
물론 중간에 한차례 자격증 대실패를 겪고 방향을 선회한 뒤 또다시 반년 가량 공부를 하고 있다.
나이를 먹고 회사를 다니며 공부를 하다 보니 힘든 점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과연 이 나이에 무엇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지금 시작해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년 씩이나 걸리는 것을 시작할 수 있을까? 또 성공한다 해도 그게 옳은 투자일까 고민이 되었다.
저런 생각은 아무리 스스로 최면을 걸어 ‘저런 망설임은 패배자들이 하는 것이다. 결국 행동에 옮기는 자가 승리한다.’ 라고 나에게 되뇌어도 마음 한켠에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하면 될 것이다. 무조건 해보자 라는 생각을 밀어붙혔다. 언젠가 박지원의 글인가에서 공부란 얼음에 박을 가는 것과 같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얼음에 박을 갈면 미끄러워서 밀리겠는가…. 그래도 차분히 앉아서 갈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어찌 어찌 나를 몰아 책상 앞에 앉히는 데 성공했고 그나마 다행인 워라밸이 보장되는 회사를 다니는 덕에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은 터치받지 않았고 오히려 회사에서 커피 쿠폰 따위를 뿌려주는 통에 내가 제일 집중을 잘하는 카페에서(그렇다 나는 카공족이다. 허영기가 있나 보다 어쩔 수 없다.) 공부를 할 수도 있었다.
홍콩에서 광둥어를 배우는데 실패하고 나이 30을 넘어서 어학을 공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지만 그래도 영어는 어느 정도 점수가 올랐다. 하지만 역시 토익 900이라는 턱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처음 공부를 시작하며 느꼈던 눈이 뱅뱅 돌고 몸이 꼬이며 책에 글자들이 도망가는 현상을 극복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토익 점수를 어느 정도 올려 자신감을 얻은 나는 거대한 시험에 도전했는데 공부의 질도 그렇고 성적표 역시 한심한 수준으로 나왔다. 거의 0점에 근접했다. 정말이지 한계였다. 꿈과 이상과 현실은 다른법이다. 내가 주연인 이영화가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라 길버트 그레이프 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든다.
그래도 어쪄랴 안되는것은 안되는것 방향을 조금 더 현실적인 곳으로 돌렸다.
나이는 먹어가고 머리는 굳어가고 회사에서도 개인적으로도 일들은 점점 많아진다. 하지만 이대로 살 순 없다는 위기감이 나를 몰았다. 브런치에 어설픈 글을 몇 자 쓰고, 남들보다 조금 많은 책을 읽고, 아늑한 회사생활을 하며 이렇게 서쪽으로 흘러가는 강에 비치는 예쁜 노을처럼 내 인생을 흘려보낼 순 없었다. 그 어느 곳에도 A와 E를 달성하지 못한 그저 그런 B의 인생을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뭐 김연아처럼 매일매일 피가 나도록 노력을 하지도 못하는 성격이다. 또 매일 습관처럼 책상에 앉고 편하게 놀지도 못하면서 안달할 뿐이었다. 또다시 한번 그동안의 내 노력의 결실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그 시기에 이 글을 보면서 어떤 느낌일까 생각을 하며 기대감과 두려움이 또 든다.
경기도의 산 밑의 작은 골방에서 3월 세 번째 날 차가운 비가 창문을 때리는 새벽 3시 나는 칩(蟄)에서 경(驚)하고자 새벽에 깨어있다. 2025년 3월 3일 오전 3시 3분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