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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들 Jan 14. 2021

브런치팀에게 독창성은 없다.

꼬투리 잡을 일 없이 쉽게 메인에 걸 수 있는 글? 홍보에 도움되는 글?

브런치팀이 내세우는 ‘독창성’이란 무엇일까?



며칠 전, 많은 브런치 유저들을 설레게도, 가슴 떨리게도 했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발표가 있었다. 공지글을 통해 선정된 분들의 명단을 공개하거나 발표 시간이 정해져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브런치팀에게 댓글을 달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신 듯 하다. 물론 나 또한 넷플릭스 프리미엄 멤버십 지원+아이패드 미니+각종 굿즈 제공에 혹해서 지원했었다. 기대하는 마음 반, 떨어질 것에 대해 미리 갖는 실망감 반으로 발표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 메일도 받지 못하고 종국에는 <탈락>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결국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 글은 쓰여지고 있다. 만약 내가 뽑혔다면 의아한 점이 있었어도 그냥 입 다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은 선택 받지 못한 자의 넋두리와 일그러진 마음 그리고 몇 가지 의아함이 폭발적으로 버무려진 결과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앞서 말했듯 선정 기준에 있어서 몇 가지 의아함이 있지만, 이런 의아함과 애매모호함은 어떠한 종류의 공모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알아주는 일류 문학상에서건, 돈은 안 되고 조그마한 이력 정도 되는 작은 공모전에서건, 결국에는 심사하는 사람들의 성향과 가치관 등 여러 조건과 환경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짱짱한 필력만으로는 절대 승부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글 쓰는 이들을 위한 플랫폼>을 주창하며 창작자 간의 공평함을 내세우는 브런치에서 매번 독창성이라는 기준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내어놓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알만 한 문학상이나 공모전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이 들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다면, 브런치는 친숙하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생각에 기대감이 커서 그런 것일까?



브런치가 내세우듯 그들은 정말 '좋은 글'을 '잘' 알아보고 있을까? (이미지 출처: 브런치팀 브런치)



잘난 듯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항상 독창성 있는 시선으로 창의성 뿜뿜 넘치는 글을 쓴다는 말은 아니다. 나 또한 스스로의 글을 읽으면서 너무 뻔한 얘기를 구구절절 주구장창 써댄다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이럴 때면 자괴감은 스스로에 대한 덤이다). 나야 뻔하고 새로울 것 없는 글을 써서 떨어졌다고 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브런치팀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콜라보레이션 등) 작가들을 모집하고, 이후 선정된 작가들의 글을 보면 간혹 ‘어? 이 글에서 브런치팀은 어떤 독창성을 본 거지?’라고 생각되는 지점이 있다. 나는 이 지점에서 의아함과 불만을 가지는 것이다.


물론 시선이 독창적이지 않더라도 예쁜 캘리그라피, 일러스트를 곁들이거나 남들이 쉽게 찾지 못하는 정보를 발품, 손품 팔아 첨부하면서 정성스럽게 글을 쓰시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글이 독창적이지 않더라도 글 외의 부문에서 참신함이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오오!’하면서 대단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이번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모집에서처럼 리뷰를 목적으로 작가를 모집하는 경우에는, 특히나 인터넷에 검색 몇 번 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보가 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작가를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듯 하다. 


여기에서 누군가는 “브런치팀에서는 독창성만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하지 않았는데요? 글의 내용과 글에 대한 독창성, 완성도, 문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했지, 독창성과 참신성만을 본다고 한 게 아닌데 왜 혼자 난리치는 거죠?”라고 반문을 제기할 것이다. 나 또한 브런치팀의 심사 기준을 몇 번이나 읽어봤고,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측면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기준과 그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제대로 적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글쎄……’라는 반응이 나온다는 게 이 글의 요지이다.


“오! 나도 이 영화 봤는데 이런 시선으로도 볼 수 있구나!” 싶은 리뷰가 있는 반면, “에이, 저건 인터넷 검색으로 자판 몇 번만 두드리면 영화 기본 정보 소개나 관련 기사로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인데…… 굳이 내가 리뷰에서 이런 기본 정보를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글도 있다. 우리는 타인만의 고유한 <시선>과 그의 <생각>이 궁금한 것이지, 인터넷에 다른 이들이 펼쳐놓은 정보를 열심히 수집해서 모아놓기만 한 리뷰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과연 브런치팀에서-특히 이번 스토리텔러 모집에 있어- 역량 있는 <스토리텔러>를 뽑은 것인지,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와의 협업이라는 무거운 짐 아래에서 그들의 입맛을 맞추어주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여 결과를 내놓은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스토리텔러'라는 이름은 허울 좋은 명분인 걸까. (이미지 출처: 브런치팀의 브런치)



*본 글에는 이번 스토리텔러 선정에 뽑히신 작가들에 대한 개인적 비난은 없습니다. 그간 브런치를 이용해오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의아함이 이번 스토리텔러 작가 모집을 기점으로 터져나온 것일 뿐입니다. 브런치팀의 심사 과정에 대한 의문을 위주로 작성한 글이며, 특정 개인에 대한 비난, 비판은 없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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