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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지 Jul 11. 2020

식물성 우유의 비밀

식물성 우유는 우유가 아니라고?

우유는 진하고 고소해야 제맛이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식물성 우유는 단연코 ‘두유’ 일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고소한 맛을 좋아했던 나는 할머니 집에 갈 때마다 냉장고 안에 있는 두유를 최소 3개씩은 꺼내다 먹곤 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두유가 식물성 우유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콩에서 나오는 걸쭉함과 고소함을 좋아했었다. 식물성 우유는 사실 유당 불내증이 있는 사람들과 채식주의자를 겨냥해서 나온 제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칼슘이 들어있지 않은 우유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건강과 환경을 위한 우유라는 인식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유럽 마트를 돌다 보면 일반 우유 못지않게 식물성 우유로 가득 진열된 모습이 보인다. 한국에서는 주로 두유나 아몬드 우유만 접했다면 귀리 우유, 쌀 우유, 견과류 우유 등등 다양한 제품군을 만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카페에서도 아몬드, 콩, 오트 우유를 구비해두고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한다. 평소 라테를 즐겨먹는 나는 좀 더 고소한 맛을 원해서 처음엔 아몬드나 콩우유를 넣은 라테를 시켰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물같이 밍밍한 맛이 느껴져서 다신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우유는 ‘소의 젖’을 뜻하는 말인데 식물성 ‘우유’라고?

사실 식물성 우유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식물성 우유라고 불리는 데는 콩, 견과류, 귀리·쌀 같은 곡물 등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만든 음료이기 때문이다. 콩으로 만든 두유, 쌀로 만든 쌀 우유(라이스 밀크), 귀리로 만든 오트밀크, 아몬드로 만든 건 아몬드 밀크 등으로 불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유'란 원유를 살균·멸균 처리한 것을 말하는데 이 음료들에는 원유가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식물성 음료'라고 하는 게 맞다. 국내에선 '쌀음료' '코코넛음료' 등으로 표기해 유통한다.

다만 걸쭉한 질감과 흰색이 우유와 비슷해 식물성 우유로 더 유명하다. 이들 음료는 원료를 물에 불린 뒤 곱게 갈아 물과 섞어 만든다. 우유가 아닌 물로 만든 가짜 우유라고 생각하는 의견도 있는 반면에 고기를 대체하는 ‘페이크 미트’처럼 ‘대체 우유’라고 여겨져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축산에서 발생하는 매탄과 이산화질소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또한 식물성 우유가 다이어트 음료로 인기를 얻는 이유는 당분이 적고 열량이 낮기 때문이다. 오트밀크의 열량은 70㎉(200㎖), 코코넛밀크는 80~90㎉(190㎖), '아몬드 브리즈'란 이름의 아몬드 밀크는 45~80㎉(190㎖) 다. 두유는 115~130㎉(190㎖)로 다른 식물성 우유 대비 높은 열량을 낸다.   



식물성 우유의 맛은 어떨까?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즐겨먹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서 여러 종류의 음료를 시도했다. 신기하게도 정말 기대도 안하고 먹었던 우유가 생각보다 입맛에 잘 맞았다. 식물성 우유에도 유통기한이 짧은 냉장 우유와 멸균우유가 있다. 멸균우유는 개봉 전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입구도 막혀있다. 개봉 후 5일 이내에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1주일 넘게도 상하지 않는 것을 보고 괜찮겠지 하고 2주간 먹었다가 배탈이 날 뻔한 적이 있다. 결론은 식물성 우유도 상한다.(맛도 변하고 좀 더 끈적해진다)

왼쪽에서 두번째 오트우유만 냉장보관우유다.

아래는 내가 먹었던 식물성 우유들의 ‘맛’을 표현해둔 메모다.

1. 아몬드 우유(당분 무첨가): 물맛이 강하다. 진짜 아몬드와 물 이외의 당분이 전혀 첨가되지 않아 과연 한통을 다 먹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2. 아몬드 우유(일반): 전에 먹던 아몬드 우유와 비교했을 때 굉장히 고소하고 맛있다. 기대하지 않아 더 맛있게 먹었다.
3. 코코넛 우유: 코코넛 자체의 단맛 덕분에 아몬드 우유보다 훨씬 달달하게 느껴진다.
4. 오트 우유: 맛없는 오트밀 맛을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고소함이 제일 많이 느껴졌다.
5. 헤이즐넛 우유: 헤이즐넛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입맛으로 강력 추천한다. 헤이즐넛 버터를 먹는 맛과 비슷했다. 은은한 고소한 향이 좋다.
6. 초코아몬드 우유: 물에 초코 가루 탄맛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식물성 초콜릿 우유에서 초코우유계의 왕자 ‘초코에몽’의 맛을 느껴버렸다.
7.  소이 우유: 두유는 한국이 최고다.




다음은 아몬드 우유에 이어 식물성 우유의 대표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오트(귀리) 우유’의 두 브랜드를 비교해 보았다. 오트우유하면 생각나는 유명한 브랜드인 오틀리(oat-ly)와 아일랜드 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식물성 우유 브랜드 알프로(alpro)다. 가격은 평균 2.5유로와 2유로이며 600원 정도로 크게 차이는 없다. 먼저 오틀리의 재료를 보면 오트 10%와 물 그리고 소금이 전부다. 오가닉을 추구해 굉장히 심플하고 깔끔하다. 반면 알프로는 9.8%의 오트와 물, 해바라기씨유, 식이섬유, 소금, 젤란검(유화안정제), 비타민, 칼슘을 첨가했다. 비타민과 칼슘을 섭취하면서 식품첨가물을 같이 먹을 것이냐와 둘 다 포기할 것이냐의 선택의 문제다.


맛은 두 가지 다 고소하고 맛있는 편이다. 색깔은 오틀리가 진하게 보여서 우유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맛은 좀 더 고소하고 덜 달다. 알프로도 당분을 따로 넣은 것은 아니지만 입맛에서는 당도가 훨씬 높게 느껴진다. (두 가지 모두 귀리에서 나오는 천연 당만 첨가된 상태) 앞에서 보듯이 식물성 우유에는 우유가 들어있지 않다. 메인이 되는 곡물 또는 견과류나 ‘물’이 첨가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식물성 우유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 하나만 설명하자면 건강이다. 100ml당 40kcal를 웃도는 열량과 식이섬유를 생각하면 비록 물로 만든 우유여도 건강엔 좋은 선택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칼슘과 비타민D는 영양제로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칼슘을 위해 우유를 섭취하진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판매되는 오트우유는 가격이 비싼 편이다. 대략 2배 정도 되는 가격이어도 계속 식물성 우유를 선택할 수 있을지 고민이지만 입맛은 이미 식물성 우유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그래도 아몬드 우유는 저렴한 편이니 앞으로도 즐기도록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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