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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지 Feb 20. 2021

내가 지낸 유럽에서의 주식(主食)

주식이 된 소다 브레드 : 발효가 필요 없는 빵

아일랜드 내에서 주식으로 먹는 대표적인 빵은 소다 브레드이다. 빵은 본디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어 내는데, 소다 브레드는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베이킹소다를 첨가하여 발효 없이 만들어낸 빵이라 식감은 부드럽지 않은 편에 속한다. 발효 없이 만드는 빵은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어서 ‘퀵 브레드’라고도 불리는데, 그래서인지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서 급할 때 만드는 빵이라는 뜻의 ‘응급 빵’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소다빵(Soda bread)은 효모 대신 탄산 수소 나트륨(베이킹 소다라고도 알려져 있음)이 발효 용도로 쓰이는 퀵 브레드의 종류이다. 전통 소다빵에는 밀가루, 탄산 수소 나트륨, 소금, 우락유가 들어간다. 소다빵에 들어가는 우락유는 젖산을 함유하고 있으며 이 젖산은 탄산 수소 나트륨과 반응하여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진 작은 거품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버터, 달걀, 건포도, 견과류와 같은 다른 재료들도 추가될 수 있다.
출처: 위키백과


마트 어딜 가든 보이는 소다 브레드는 아일랜드에서 사랑받는 빵 중 하나이다. 궁금증에 마트에서 사서 처음으로 맛본 소다 브레드는 충격 그 자체였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퍽퍽함과 담백함... 빵순이임에도 절반도 못 먹고 쓰레기통 안으로 보내야만 했다.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판매되는 소다 브레드의 가격은 약 3천 원 가까이 되는데, 부담되지 않게 자주 먹을 수 있는 착한 가격이다.


제대로 만난 소다 브레드

소다 브레드를 처음으로 접했던 경험을 이야기하자 제대로 하는 빵집에서 먹으면 정말 맛있다는 동료의 말을 듣고 아침에 유명한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향긋한 빵 냄새를 따라가 보니 가득가득 쌓여있는 빵들이 나를 반겼다. 오가닉을 추구하는 식료품점답게 건강한 빵들이 많았는데, 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나서야 겨우 7가지 씨앗이 들어있는 소다 브레드를 집었다.


앞전에 먹었던 소다 브레드와는 달리 호박씨, 치아시드, 해바라기씨 등이 잔뜩 올려진 소다 브레드가 꽤나 먹음직스럽다. 비슷한 크기임에도 가격은 각각 2.19유로(좌)와 2.50유로(우)로 31센트(400원 정도) 차이밖에 나질 않았다. 식감도 부드럽고, 견과류나 소금 간이 잘 되어 맛도 괜찮았다.


 아일랜드 소다 브레드는 19세기에 아일랜드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 구할 재료가 별로 없어 최소한의 재료로 만든 식사대용의 빵에서 유래되었다. 특징은 사진과 달리 원형으로 된 빵에 십자가를 표시해 구워냈는데, 이 의미는 ‘축복’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아일랜드 외에도 19세기 당시 베이킹소다(팽창제, 탄산수소 나트륨)가 유럽 전역에 전파되면서 스코틀랜드나 동유럽에도 다양한 소다빵이 구워졌다.


코로나가 지난 뒤에 유럽에 간다면 버터 풍미가 가득한 크로와상이나 달달한 디저트도 좋지만 한번쯤은 그들이 주식으로 먹던 소다빵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마트에서 산 소다브레드(좌)와 오가닉식품매장에서 구매한 소다브레드(우)



덴마크의 주식(主食) : 루그브뢰드(Rugbrød)

덴마크에도 소다 브레드와 생김새가 유사한 빵이 있다. 덴마크에 여행가면 다양한 오픈 샌드위치를 발견할 수 있는데, 위에 얹힌 재료는 가지각색이지만 빵은 대부분 직사각형 모양의 호밀빵이다. 보통 루그브뢰드의 반죽은 호밀로 만들어지며 소다브레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천연발효종을 사용하여 발효된 반죽으로 굽는다는 것이다. 보는 것처럼 투박하지만 깔끔하고 담백하다. 설탕이 거의 들어가지 않고 견과류와 씨앗 덕분에 고소한 맛이 입안에서 퍼진다. 루그브뢰드의 핵심은 힘주어 반죽하지 않고 따뜻한 온도에서 효율적으로 발효하는 것이다.


오픈샌드위치의 가격은 13000원....


덴마크에서 루그브뢰드란, 한국에서의 김치 같은 존재다. 김치의 맛이 각기 다르듯 루그브뢰드의 맛도 집마다, 브랜드마다, 빵집마다 다르고 방문하는 식당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다. “갓 구운 루그브뢰드를 맛보는 것이 행복이다” 할 정도로 덴마크 사람들에게 이 빵은 중요한 삶의 일부분이다.

우리들이 갓 지은 쌀밥에 김치를 올려서 먹는 것만큼이나 입 안 가득 침 고이는 음식, 그들에겐 소다빵과 루그브뢰드가 그런 의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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