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의 편향된 생각을 조심하고, 객관적인 시야를 갖기 위해 노력해라
내 아들아,
보통의 많은 사람들은 어떤 한 문화권에서 태어나서 그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상식들과 규칙들을 학교에서 배우고 그런 배움의 영향은 학생 때뿐만 아니라 거의 평생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습득된 "상식"은 그냥 세계인의 시각에서 보자면 하나의 의견임에도 마치 그것이 진리인양 정답인양 굳어져 자기 가치관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나는 아니야 내 생각은 대한민국에 크게 영향받지 않은 나의 고유의 생각이야 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아빠 또한 꽤 큰 비중으로 자라온 국가인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상식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걸 깨닫고 난 이후 한국과 미국의 상식 및 생각을 재 확인 후 그것을 통해 내 생각으로 재정립해가는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란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래 글을 읽어보며 좀 더 생각을 구체화해보자꾸나.
아래의 글을 먼저 읽고 오고 느낀 점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고 왜 그런지 잘 생각해 보자.
대구시 "막아라" vs 경찰 "뚫어라"…난장판 속에 열린 퀴어축제 | 연합뉴스 (yna.co.kr)
어떤 생각을 했고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마도 네가 아빠처럼 한국에서 80년도에 태어나서 90년대쯤 교육을 받고 성장해 이 내용을 본다면, 이런 생각을 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홍준표가 "오랜만에" 옳은 일을 했네, 아니 왜 불법으로 도로를 점검해서 동성애자 xx 들은 시민들에게 피해와 불편을 주는 거지?
여러 홈페이지들의 답글들을 보니 이런 댓글들도 눈에 많이 보이는구나.
- 1%를 위해 99%가 희생을 해야 하나?
- 퀴어들만 축제하고 나머지 99% 사람들은 피해 보면 이게 비정상 아닌가?
- 왜 여기서 하나 왜 딴 섬에 가서 자기들끼리 즐기면 되지 않는가?
- 도로불법 점거는 하지 말아야 한다. 딴 데 가서 해라
이런 답글들이 대한민국의 다수 의견이라는 신뢰성 95% 이상인 표본조사를 해본 적은 없지만, 아빠는 이것이 한국의 다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논점이 엉뚱하게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얘기하자면, 아빠가 동성애에 대해 동의한다 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야. 또한 저 행사가 단순히 적법하다 또는 적법하지 못하다를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란다.
이건 수많은 예시 중 하나며, 우리가 어떤 현상을 보았을 때 그에 대한 판단이 사람들의 가치관에 의해 강하게 영향을 받고, 그 가치관들은 생각보다 그 나라의 문화와 교육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야.
중요한 것은 네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과 판단들이 네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사회로부터 받은 것일 수 있음을 깨닫길 원하고 그것은 세계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절대적 진리가 아닌 하나의 의견이야 라는 말을 해주고 싶은 것임을 다시 새겼으면 한다.
다시 돌아가서 저 기사들과 사람들의 답변을 읽고 너 또한 저런 비슷한 부정적인 생각이 떠 올랐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만약 저 축제가 동성애 축제가 아니라 미국 달래스에서 열린 아시아인 페스티벌이었거나 LA에서 열린 한국전통 축제였다면 어땠을까, 여의도에서 하는 불꽃놀이 축제였다면 어땠을까?
위에 부정적 댓글 또한 아시아인 페스티벌, 한국 전통축제, 불꽃놀이 축제에도 비슷하게 적용되지 않을까?
그런데 너는 위에 사람들이 말한 부정적인 관점을 여기에도 동일하게 가지고 있을까? 넌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할까?
1. 안 그래도 LA에 한국사람들 모여 살아서 지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불편한데, 왜 도로도 막고 이상한 가면 쓰고 춤추고 공연하는 거지? 여기저기 길을 맊으니 차량 운전하는 데 너무나 불편하네, 그냥 자기들 나라로 돌아가서 하면 안 돼?
2. 왜 하필 달라스에서 아시안들 페스티벌 하는 거야, 난 아시아 문화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데 그냥 지들끼리 어디 한 섬에서 모여가지고 축제하면 안 돼? 왜 그 소수들을 위해 우리가 희생해야 하는 거야?
3. 난 밤에 불꽃놀이 터지는 거 시끄러워서 싫은데 아니 왜 여의도 역이랑 근처 역에서 못 내리게 막고 차량도 엄청 삥 둘러 가야 하고 너무 불편해 이거 내 기본권인 이동권을 제안하는 거 아니야? 시장은 뭘 하고 있지?
아마 한국계인 넌 LA에서 하는 한국 축제에 대해 객관적인 시야를 가지고 판단하기보다는 한국계라는 안경을 가지고 그 사건을 판단할 확률이 높을 거야.
아시안인 넌 마찬가지로 달라스에서 하는 아시아인들 페스티벌에 대해서도 아시아인이라는 안경을 가지고 그 사건을 판단할 확률이 높을 거야, 설령 어느 정도 불법이 있어도, 그것에 대해 포커스를 하기보다는 적법한 내용을 가지고 그것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에 맞설 가능성이 높겠지.
세 번째 불꽃놀이는 여의도에 국한된 문제라 너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의도에 살고 있거나 그 역에 영향을 받는 다면 또 어떤 특정 의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겠지.
위에 글 또한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고 표본 오차 5% 이내의 자료를 제공해주지 못한다면 이 또한 편협한 생각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단다. 또한 한 가지 사례로 많은 사람들은 속한 나라의 문화와 상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을 하기에는 약할지도 모르지.
그리고 이 글 또한 편견과 선입견에 불과한 내용이라고 비판 받을지도 모르지.
아빠가 어렸을 때 이런 저런 내용에 대해 부모님이나 학교에서 토론을 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고, 그런 부분을 너와 나누고 싶단다. 지금은 어리니 이렇게 글로 남기지만 좀 더 자란다면 얘기를 나누면서 아빠 말에 논리적 비판도 해주고 동의되는 부분은 동의도 하면서 너의 사고가 확장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