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만남 추구'를 보고 든, 내가 PD라면

: 인연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

by 윌버와 샬롯

커플 맺어주기 프로그램은 보지 않는다. 남의 사생활 들여다보기가 관찰 예능의 대세가 된 지도 오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이제는 누가 어울리나, 누가 커플이 될까 하는 것에 별 관심이 가지 않는다. 보진 않더라도 채널 돌리는 수고만으로도 프로그램 성격을 훤히 알 수 있다. 출연자의 연령 및 특성도 다양해지고 그에 맞춰 프로그램 제목도 구별 지을 수 없을 정도다. 특히나 놀라운 점은 일반인들의 출연이다. 그들은 정말 평생의 짝을 찾기 위해 나온 것일까. 아니면 추후 연예계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으며 자신의 홍보를 위해 출연하는 것일까. 이유가 어떻든 퍽이나 낯가림이 심한 나로서는 굉장히 그들이 용감하다고 여겨지는 건 당연하다.


미혼도 아니고 아이까지 키우고 있는 아줌마가 남의 연애에 그리 관심이 가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모르겠다. (연애 말고 신경 써야 할 일이 얼마나 더 많은지.) 지금은 그렇다 쳐도 남자친구가 생기기 전까지는 나 또한 어떻게 하면 동반자를 만날 수 있을지 인생 최대의 고민의 시간이 있기는 했다. 남들은 참으로 쉬워 보였던 연애가 내게는 그렇지 않을 때, 짚신도 짝이 있다는 그 흔한 말에 희망을 가지기도 했지만 나만의 짝이라는 게 정말 있기나 할까, 만약 있다면 이 넓은 지구에서 그 한 사람을 어떻게 찾을지, 하는 절망적인 생각만 들던 모태솔로의 세월이 짧지 않았던 나는 그 인연이라는 막막함과 막연함에 질식해 버릴 것만 같았다. (이렇게 회고해 보니 연애 프로그램에 나오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 막막함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좌충우돌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나니 더 이상 짝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속이 다 시원해졌다. 사람을 평가하고 누가 더 낫니 못 낫니 하는 잴 필요도 그 사람과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아도 될 에너지를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물론 한 사람의 선택은 이미 엎어진 물이었기에 그 안에서의 새로운 고민은 화수분처럼 여전히 쏟아지고 있지만 말이다.


남의 연애에 관심이 없는 나이가 되었지만 좀 관심이 가져지는 캐스팅은 있다. 일반인보다 연예인이 나와 서로를 탐색하는 건 의외로 눈길이 간다. 브라운관 상만으로 아는 그들(중년의 싱글) 세상에서 서로에게 딱 맞는 짝을 나는 상상하고 응원한다. 그러다 사달이 날 때가 있다. 프로그램 상 어찌 설정이 없을 것이며 재미상 첨가되는 그 무엇들이 다분히 있을 것이라 짐작은 하지만 종종 말도 안 되는 분노가 치밀을 때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예를 들면 어떤 두 연예인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치자. 그 이면에는 한쪽이 상대에게 진심처럼 보였다는 전제하다. 그러다 둘은 인연이 되지 못하고 프로그램은 종결된다. 얼마 있다 한 사람이 현실의 사람과 결혼을 발표한다. 헐, 여태 상대방이랑은 뭐 한 거냐. 그래, 모두 다 돈 벌자고 하는 비즈니스지만 그래도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시청자로서 쓸데없는 나의 과몰입이 문제겠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도 진심을 보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 아니겠는가.



최근에 '오래된 만남 추구'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오래된 싱글인 연예인들끼리의 '나는 솔로' 버전이다. 이들에게서는 어떤 진심이 보일지 나는 내심 기대하며 채널을 고정했다. 그러나 첫 회부터 아쉬운 면이 보였고 그다음 회에서 그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났다.


'내가 피디라면' 하는 상상을 했다. 이번 캐스팅을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다. 아무래도 기획자인 송은이와 김숙의 인맥으로 이루어진 출연자들이었기에 거기서부터가 문제다. 출연자들의 기시감 있는 식상함이 아쉽다. 이미 다른 프로그램에서 커플 맺기를 보여준 연예인이 있어 신선함도 떨어진다. 어울림의 면에서도 나이 차이가 무슨 문제가 되겠냐 하겠지만 얼추 현실감이 있게 출연자들의 연령대를 고려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보다 가장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진지하게 프로그램에 대하고자 하는 출연자와 그에 반해 자꾸 희화화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아무리 기획 의도가 '꺼진 인연 다시보기'라지만 서로 너무 잘 아는 연예인들을 배치했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다. 인지도는 있지만 어떤 접점이 별로 없어 서로 간에 호기심과 설렘이 유발되는 출연자들이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친한 것이 이 프로그램에서는 독이 되어 보였다.


"난 이번이 마지막이야."라고 말하는 출연자에게서 내게는 진심이 보였다랄까. 애써 스타일을 바꿔가며 꾸미고 나온 사람 앞에 그 용기에 감탄하지 않고 웃음의 소재로 삼는 시선이 불편했다. 커플이 되든 아니든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알아서들 잘 사는 연예인인데 연예인 걱정 하는 게 가장 쓸데없는 거라고도 하지만 진실이건 가짜이건 그런 방식이라도 누구는 사랑을 느끼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고 말한다면 정말 나는 순진한 사람인 걸까. 아마도 그 예전의 기약 없는 나의 막막함이 그녀로부터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지구에서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결혼을 한다는 것, 그 과정을 거치고 살아보니 (반복하기 싫어서 그런 에너지도 이제는 더는 없어서 그냥 사는 것일 수도 있을 거라는 슬픈 생각도 살짝 들지만) 그것들은 정말 어렵고 대단한 일이다.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거 별거 아니라며 '하지 마라'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다. 이 다이내믹한(?) 감정을 나만 느껴보기 아깝다. 안 가본 자의 궁금증은 풀어야 한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점차 낡은 유물이 되어가고 있으니 형식은 빼더라도 나와 다른 한 사람과 함께 살아보는 것, 같이 살림을 해보는 것, 아이를 낳아 키워 보는 것 등 사람으로 태어나서 해볼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을 원한다면 체험하기를 난 감히 추천한다. 그래서 행복하냐,라고는 묻지 마라. 다만 어디서도 보지 못한 신세계를 경험할 것임을 장담하니.


마지막으로 그녀의 연애를 응원한다. 누가 뭐라든 하고 싶은 거 다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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