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는 중학생이니 산타할아버지의 정체는 알고 있고, 아홉 살 여니는 아는 듯 모르는 듯 아리송한 표정과 질문으로 나를 헷갈리게 한다. 생각 같아서는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여니에게 ' 산타는 없어~사실은 엄마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해줄수 있는 선 안에서 원하는 선물을 찾아보거라 하고 싶다. 작년에 유니가 여니에게 "언니가 비밀을 말해줄게. 산타할아버지는 없어. 엄마 아빠야."라고 말한 것을 알고 있는데 여니는 믿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자꾸 편지를 쓴다. 산타할아버지께.
여니의 산타할아버지께 쓰는 1차 편지
닌텐도를 갖고 싶단다. 우리 집은 선물은 3만 원 안에서 해결하기인데. 검색해보니 금액이 꽤나 높았다. 아이가 닌텐도를 외쳐되길래 '엄마도 산타할아버지께 큰 집을 달라고 말해야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의도는 그렇게 비싼 건 선물로 받을 수 없어라는 의미가 들어있었지만. 아이는 전혀 모른다.
아이는 크리스마스 5일 전부터 방에 들어가 짧게 기도를 한다. 그리고 24일 밤 저렇게 편지를 쓰고 트리에 꽂으며 여니는
"엄마. 근데 나 닌텐도 못 받으면 정말 울 거 같아. 산타할아버지는 마법사니깐 비싸도 주지 않겠어." 한다.
"여니야, 이렇게 금액이 비싼 것을 바라면 산타할아버지가 여러 명에게 선물을 나눠 줄 수 없지 않을까? 여니가 원하는 닌텐도를 받게 되면 여니는 기쁘겠지만 선물 기다리는 여러 아이들에게 선물이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
" 그럴까? 그럼 팔찌 만드는 장난감으로 달라고 써야겠다."
여니는 다시 편지를 쓴다.
여니의 산타할아버지께 쓰는 2차 편지
여니는 전에 쓴 편지를 산타할아버지가 못 보게 버리고 이 편지를 트리에 걸어 놓았다. 내가 준비한 선물로 여니를 기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여니는 새벽 4시에 깨서 시간을 물어보고, 한 시간 후 , 또 한 시간 후 이렇게 묻다가 아침 7시에 거실로 나갔다. 밖에서 드르륵드르륵 소리가 요란하다.
여니는 가족들에게 팔찌를 선물하며 기뻐했다.
여니가 만들어 준 가족 팔찌
내가 섣불리 생각했던 산타의 정체 밝히기는 안 하기를 잘한 것 같다. 당연한 소리지만 말이다. 여니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설렘과 기대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이런 아이에게 실망을 주는 말을 하려고 했다니. 아이의 눈높이로 생각해야지 라고마음에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