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은 5년 전 자녀 독서지도를 같이 공부한 사람들과 만든 모임이다. 강의가 끝난 후 선생님께서 자녀 독서지도가 아닌 성인 독서모임을 권유하시면서 희망자 8명으로 이루어졌다. 3주에 한 번씩 정해진 책을 읽고 책 이야기를 나눈다. 이 모임이 벌써 5년째다. 방학 때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 헤쳐있다가 개학하면 모임일을 정해서 본다. 일 년에 열두세 권은 읽게 된다. 3주에 한 번씩이라 부담이 덜하고 아이들의 나이도 비슷하면서, 학년이 겹쳐도 학교가 다르니 사적인 이야기를 나눠도 편한 구석이 있다.
5년 동안 해왔던 대로 각자 만원의 선물을 준비하여 모임을 잘 유지한 우리들을 자축한다. 그리고 다가오는 엄마들의 개학인 겨울방학도 무탈히 보내고 파이팅하자고 응원한다. 스마트폰에서 사다리 타기 어플을 실행시켜 준비해 온 선물도 주고받는다. 만원의 금액으로 준비를 하면 품목은 뻔하다. 그럼에도 어떤 선물을 받을지에 대한 기대감, 쫄깃함, 재미가 있다.
식사를 하고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지난봄, 가까운 공원에서 야외모임을 하며 찍은 사진이 생각나서 꺼내보았다. 두 계절 전임에도 그때가 더 풋풋했다고 웃으며 말한다. 그러다 한 분이 말씀하신다. 우리 모임이 시간이 갈수록 좋다고. 말씀 내용을 들으니 근래 인간관계에 부침이 있으셨나 보다. 그러면서
"책마을 같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에 책마을은 언제 없어질지 모르겠는 얇디얇은 모임이겠거니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멤버들의 성품이 복. 붙(복사하고 붙여놓기)한 사람들 8명이 모인 것 같다. 나를 비롯해 앞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말을 하기보다는 주로 듣는 사람들이다. 목소리도 크지 않고 어떤 모임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다. 주도하는 사람도 없고, 자신만의 속도로 생활을 하는 분들이다. 리드하는 이가 없으니 곧 흐지부지 되겠다 싶었다.
모임날까지 한결같이 단체 카톡방은 조용하다. 그러나 한결같은 시간에, 한결같은 장소로 모인다. 모임은 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다 보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에도 짧다. 친밀함이 함께 지낸 시간에 비례하고,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정도로만 나타낼 수 있다면 우리의 친밀 지수는 턱없이 낮다. 그러나 잦은 만남과 많은 대화가 없이도 우리는. 서로를 아는 것 같다. 어떤 이야기에도 경청하고 공감하려는 눈빛, 존중하는 몸짓은 말하는 사람을 포근히 감싸주는 담요 같다.
거리두기. 내가 갈등이 생겼을 때 행하고 보던 방식이었다. 친해졌다 싶으면 어느새 떨어져 있고 갈등이 조금 생길라치면 거리를 두고 보니 성숙한 관계 맺기가 어려웠다. 한 발짝 떨어져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보고 있으니 상대도 짜증 났으리라. 거리두기의 나쁜 예였다. 거리두기가 밀어내고 숨는 것이 아닌 서로를 위한 존중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것을 책모임을 통해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