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거 알지만 미리 깨치면 얼마나 좋을까
10월 중학생으로 마지막 기말고사를 끝내고 유니는 간신히 이어가던 수학 학원을 그만두었다.
힘들다고, 과제가 많다고, 선생님 성격이 힘들다며 불평하는 유니에게
“학원을 바꾸면 당연히 힘들고, 선생님 스타일도 다를것이야. 너의 마음에 드는 착하고 친절하신 선생님만 계시면 정말 좋겠지만 과제를 줄여주고 잘 맞춰주시는 선생님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란다. 유니도 공부양이 늘어야 된다는 건 알고 있잖니? 그러면 과제는 당연히 느는것이고. 그리고 엄마는 학원이 너와 맞는지 알려면 6개월은 다녀야 한다고 생각해”
라며 거절했었다.
유니는 학교친구들에게 수학학원 불평을 말하며 호응과 위로를 받고 나에게 말을 전하며 찔러본다. 난 이번 만은 아이가 좀 더 버텨주길 바란다. 유니는 버거운 학습은 안했다. 그래서 다니는 학원에 금방 적응했고 선생님에대한 불평도 없이 무난했다.
고등을 앞두고 벼락치기처럼 이런 학원을 선택한건 옳지 않은 내 선택일수도 있지만, 아이한테 '조금만 더해볼게' 라는 말을 기대했었다. 처음부터 이 학원이 강도가 센 것을 알았고, 부족함을 채울수 있도록 유니가 버텨주길 바랬다. 그런데 아이가 수학학원을 가는요일에는 학원 갈 시간까지 방에서 나오질 않았다. 날카로웠고 우울했고 짜증이 심했다. 그런 아이를 보며 6개월을 이어갔다. 기말이 끝나자 아이는 혼자하겠다고 그만다니겠다고 했다. 유니의 결심을 믿지 않지만 6개월 힘들게 다녀준? 유니의 손을 들어주었다. 현재는 자기주도학습은 커녕 동생 여니에게 달려가 애정을 구하며 여니를 괴롭히며 귀여워하고 즐거워하고 있다. 지켜보는 엄마는 아이가 웃음을 되찾고 명랑 쾌활하니 덩달아 즐거워야 하는데 마음은 무겁고 애들 말소리에 귀에서 피가 날 것 같다.
11월, 근처 학원에서 설명회가 많이 열린다. 대학입시, 윈터스쿨, 지역고교특징 주제별로 신청이 가능하다. 난설명회 신청을 몇 곳 해 두었다. 여니의 저녁을 일찍 챙겨주고 부랴부랴 학원을 왔다. 내 전화번호, 아이의 정보가 적힌 종이에 싸인을 하고 들려주는 가방을 들고 강의실로 들어왔다. 뜨겁다, 열기가. 삼삼오오 엄마들이 들어와 자리를 채우고 정해진 시간에 설명회를 시작한다. 첫 번째 순서는 원장선생님 시간이다. 선생님은 엄마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먼저 읊어주고 알아주며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공감능력을 뽐내주셨다. 그리고 지역내 학교별 특징을 설명하고 국영수 시험 특징, 내신준비법, 입시결과를 전달력있게 안내하셨다. 그리고 학원의 강점을 설명하고 2부에는 입시컨설턴트분이 설명을 이어갔다. 정해진 시간보다 한 시간을 늘릴 만큼 호응이 좋았고 필요한 내용을 설명하니 집중도가 올라갔다. 강사는 현 중3 엄마들은 우리 아이가 인서울대학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가겠지 하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들이 고1 올라가 첫 시험을 보고 나면 아이도, 엄마도 현타가 올 거라고 했다. 충분히 예상이 되었다. 첫 시험은 모든 아이들이 많은 준비를 하고 오기 때문에 경쟁이 더 치열할것이다. 첫 시험의 결과로 등급을 낮게 받게 된다면 올라가기가 힘들다는 통계를 보여주었다. 집에 오는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집에오니 유니는 여니에게 장난을 치며 좋아하고 여니는 화가나 높은소리로 대응하고 정신이 없었다. 중학교 시험이 끝나고 11월부터 고등학교 입학 전인 2월까지가 중요한 시기라고 했는데 우리집 예비 입시생은 기분이 올라와도 너무 올라와있다. 답답함에 큰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올뻔했다. 못 듣는척 시선을 외면했다.
나 16살 때 어땠지?
중3 시험이 끝나고 학교에서 매일 영화를 보여줄 때 지루하기도, 즐겁기도, 친구들과 맛있는것 먹으러 갈 계획 세우느라 바쁘기도 했지, 가까운 미래인 고등학교 걱정은 미뤄놓았던것 같다. 신체적 성장속도와 달리 마음은 아이였지. 오늘은 좋고 내일에 대한 걱정이 적은. 내딸 유니도 마찬가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