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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Genie Jan 28. 2024

이렇게까지 함께여야 할까...?

  화장실에 간다. 따라온다. 문을 닫아보려 한다. 주먹만 한 앞발로 저지하고 유유히 들어온다. 지체할 수 없는 촉박한 시간이 흐른다. 자포자기한다. 어제 먹은 것을 새로이 만들어 내보내는 일을 시작한다. 큰 개는 가만히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을 응시한다.  


"주인, 내가 지켜줄 테니 나만 믿어.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어제 물을 안 마셔서."

"어휴, 얼른 마저 처리해. 내가 있으니 걱정 마."


 어디서 들은 건데 개들이 똥 쌀 때 주인을 쳐다보는 이유가 똥 쌀 때는 무방비 상태여서 주인에게 자기를 지켜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거라고 했다. 주인이 똥 쌀 때 지켜보는 이유는 반대로 주인을 지켜주려는 의리같은 걸거다.


 살면서 똥 싸는 걸 누가 지켜본 적이 있었던가. 심지어 기저귀에 똥 싸던 신생아 때도 싼 후에야 엄마가 열어봤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함께여야 할까...?


"안 지켜줘도 돼."

"무슨 소리야. 나는 주인을 항상 지켜줄 거야."

"집이잖아. 아무도 나를 공격하지 않아."

"어휴, 주인이 몰라서 그래. 나만 믿고 어서 볼일 봐."


 지독하고 수치스러운 시간이 자욱히 지나간다. 다른 개들의 똥오줌 냄새를 맡는 게 SNS 피드 넘기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데, 내 똥냄새로는 어떤 정보를 얻을까.


"주인, 오늘따라 냄새가 가볍네."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으니, 영영 사람 말은 하지 않도록 하렴.


왜 여기에서 만져달라는 거야...?
주인! 내가 지켜보고 있어. 나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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