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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Genie Aug 04. 2024

난 돈이 좋아,

경제교실 수기

 우리 반 최고 부자는 정호다. 일주일에 겨우 10용원을 받는데, 4개월 만에 자산이 1000용원을 넘겼다. 한강의 기적에 버금가는 신니면의 기적이다. 정호의 부자 되는 비결돈도 안 받고 공개하겠다.

첫 째, 소비를 금하라.

 정호는 첫 주급을 받은 후로 자신의 돈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굴비를 천정에 매달아 놓고 맨 밥 한 번 먹고, 굴비 한 번 쳐다보던 자린고비 선비마냥, 정호는 매점 사물함 문에 매달려 간식들을 내려다봤다. 꼴깍 거리는 침 소리가 교탁까지 들렸다.


"하나 사 먹어라. 과자 봉지 뚫리겠다."
"안 돼요. 돈 안 쓸 거예요."


 정호는 단호하게 사물함 문을 닫았다.

 
 이런 정호에게도 봄날이 오나 싶었다. 옆 반 선생님께서 경제교실을 도입하시면서 그 반 매점을 우리 반 아이들에게 열어주었다. 낮은 환율이 적용되어 아주 싼 값에 각종 간식을 마음껏 살 기회였다. 일종의 해외 직구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양손 가득 간식사 와서 아구아구 먹었다. 이날만큼은 정호도 15용원을 꺼내 옆 반 제티를 여러 개 사 왔다.

 다음날 중간 놀이 시간, 아이들은 밋밋한 흰 우유를 이리저리 뒤적였다. 그때, 정호가 성화봉송하듯 제티를 허공으로 치켜들며 외쳤다.


"제티 팝니다. 가격은 10용원."


 정호는 그 와중에 직구해다가 파는 장사꾼이 되었다. 어제는 쌌지만 오늘은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제티는 유혹을 이기지 못한 아이들 손으로 넘어가고, 정호의 손에는 어제 꺼내 쓴 15용원보다 두둑한 돈이 들려있었다. 부자 되는 유전자가 따로 있나 싶어 내 턱이 떡 벌어졌고, 정호는 음하하하 웃으며 집게사장처럼 말했다.

"난 돈이 좋아."

 이게 정호의 두 번째 비법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 돈을 쓰고 싶은 강한 충동마저 소득으로 바꾸어라. 잔고가 두둑해질 터이니.


 세 번째, 노동을 게을리하지 말라.

 정호는 삽시간에 부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경제교실 초반, 아이들의 저축을 늘리기 위해 이자를 20%로 해놓았으니 정호는 이자만으로도 이미 주급의 몇 배를 벌어들였다. 아이들과 정호의 빈부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졌다.


 그러나 정호는 여전히 배가 고팠다. 단기 알바 채용 공고가 나면 꼭 지원했다. AI 전문가, 은행원 도우미, 매점 직원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AI 전문가가 되기 위해 집에서 미리캔버스를 연습해 오고, 일당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버선발로 뛰어가 문제를 척척 해결해 주며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 하다 보니 쉬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져 갔으나 정호는 지치지 않았다. 정확히는 정호의 돈에 대한 열망이 꺾이지 않았다. 정호는 일당을 받을 때마다 양손으로 돈을 쥐고 올려다보며 외쳤다.

"난 돈이 좋아."

 정호는 사업 활동이 시작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우리 반 수학선생님과 함께 손잡고 영수 과외학원을 차릴 거라 했다. 직접 A4용지에 문제를 쓰고, 학원 수강생들을 꼼꼼히 가르쳐 실력 향상을 보장할 거라고 홍보했다.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사업 아이템이라 양 주먹을 치켜들며 파이팅을 외쳤다. 정호는 집게사장처럼 화답했다


"난 돈이 좋아요."

 정호의 목표는 10000용원이다. 일주일 이자만 100용원이 넘었으니 2학기말엔 도달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반 선생님들은 학년말에 남아있는 돈을 보상해 주는 선물이나 문제집을 준비하신다는데, 일론 머스크 급으로 커버린 정호의 자산을 어찌 보상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난감하다.

 오늘도 정호는 소비를 멀리하고, 노동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 푼 두 푼 돈을 쓸어 담는다. 


 정호처럼 살았으면, 내가 지금 선생을 안 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여전히 기회가 위기가 되는 삶을 살고 있어 유감이다.


 올해 저는 학급경영의 일환으로 경제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화폐를 만들고, 기본직업과 소득직업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노동의 대가로 주급을, 자본의 대가로 이자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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