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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서 Dec 31. 2019

연하장

2019년 마지막 날에 쓰는 편지

올해에는 사랑하는 반려견을 잃었습니다. 같이 살던 가족이 먼저 떠나는 건 처음이어서 아직까지도 마음이 아픕니다. 어쩌면, 사랑하는 생명을 잃는다는 건 이렇게 마음 한 구석에 구제될 수 없는 쓸쓸함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겠구나 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먼저 떠나 보낸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한 켠의 쓸쓸함이 있겠구나, 웃을 때에도, 밥먹을 때에도, 직장에서 일을 할 때에도. 단지 우리 모두 그 쓸쓸함에 단추를 채우고 잊은 듯 살아가는 거겠죠. 


하지만 올해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한 해이기도 합니다. 결혼과, 결혼하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둘이서 밟아 온 계절들을 하나씩 꾹 꾹 글로 써 본 해이기도 합니다. 그 글들을 이 곳에 펼쳐 놓고, 독자 분들과 나누며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축복을 받은 해이기도 합니다. 그저 열심히 서로를 사랑하며 나이를 먹은 것 뿐인데, 온 축복과 격려의 말들을 한몸에 받는 해였습니다. 정말 감사한 한 해였습니다.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가끔은 여미었던 쓸쓸함이 비집고 나올 때도 있을 겁니다. 가끔은 사랑하던 사람과 의견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끔은 꿈이 나를 배신할 겁니다. 그러다가 다시 돌아와 언제 그랬냐는 듯 내 등을 힘껏 밀어 주고, 또다시 우리는 힘들었던 시기를 잊은 듯 살아가겠죠.


언제나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좋아하는 일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올바른 마음으로” 한다면, 예기치 못한 행복이 가끔 오고 가겠지요. 

행복을 좇아가기 보다는 그것이 가끔 나를 찾아와주는 시간을 아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는 마음의 넉넉함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제 들었던 모 감독님의 말씀. 
"우린 올바른 마음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됩니다." 
올해에는 브런치를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2020년에도 좋은 생각과 올바른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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