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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서 May 01. 2020

4월의 끝

2020년 5월 1일

4월이 갔다.

매일밤 가습기에 수돗물을 채우던 S가 어김없이 그 전원을 켜며, 이제 겨울이 아니니까 라고 말한다. 4월동안 나는 줄곧 엘리엇의 황무지를 떠올렸다. 그의 시 속 영국과 내가 사는 서울은 완연히 달랐다. 그러나 4월은 죽은 개의 생일도 있고, 그러나 4월은 동생의 생일도 있고, 친구들의 생일도 있고, 그러나 4월은 탄생과 숱한 죽음이 아파트 단지에 켜켜이 쌓인다. 아침마다 주차장에 울려 퍼지는 비질 소리에 죽은 것들은 비료가 된다. 형태가 뭉개진다. 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거실 창문을 열자 5월이 있다. 본래 이별에 준비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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