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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러라 호박 Nov 19. 2019

7. 밀라노의 작은 미술관, 그리고 피렌체로

허버허버 유럽 여행


여행 계획의 플랜 a, 플랜 b, 플랜 c를 짜는 성격도 아니고 휴일이 낀 밀라노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탈리아로 떠나기 직전에 이탈리아 쿠킹클래스 선생님께 받은 족집게 여행 과외가 나를 살렸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둘러보기 좋은 곳으로 추천받은 작은 미술관 - Pinacoteca di Brera.


중정을 비롯해서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1층.

본격 관람은 입장료를 내고 2층에서 시작해야 한다.

1층은 조각상 위주의 전시라면 2층은 이탈리아답게 종교화를 주로 감상할 수 있다.

밝고 환한 미술관이 아닌 종교화가 주는 진득하고 진중한 느낌에 관람객들의 분위기가 진지하다.  같이 여행을 갔던 친구의 딸은 어떤 눈으로 바라봤을까. 무교, 중학생의 눈으로 본 종교화는 어떻게 다가오는지 그때도 지금도 궁금하다.



미술관까지 관람을 끝내고 호텔에 들러 짐을 찾아 밀라노 중앙역으로 향했다.

석조와 천장의 유리가 멋진 중앙역은 2박 3일 동안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꽤 오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밝은 시간에 제대로 본 것은 떠날 때가 다 돼서였다.

정신없이 중앙역 천장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역무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오더니 사진을 찍었으니 돈을 달란다. 깔끔하게 무시했지만 이탈리아 사기꾼들! 이란 말을 속으로 백번도 넘게 외쳤다.


기차역 벽면에 붙은 전광판을 바라보며 우리의 기차가 표시되길 넋 놓고 기다렸지만 우리나라와 시스템이 달라 출발 직전까지 플랫폼이 표시되지 않더라. 우리가 타는 기차보다 훨씬 늦게 도착하는 기차도 플랫폼이 표시되는데 왜 우리 것만 나오지 않는 것일까? 원래 이런 것인가?! 원래 이런 것이냐고!!?? 이런 말을 한 오십 번쯤 내뱉고 진땀을 흘리며 이탈리아를 한 번 이상 다녀온 친구들에게 전부 카톡을 보낸 후에 마음을 진정할 수 있었다. 유럽 기차는 원래 이렇다니 기다려야지... 과연 여행 끝날 때까지 심장이 무사히 살아남을는지.

출발 오 분 전쯤에야 간신히 플랫폼이 표시된 것을 보고 달려가 탑승한 이탈리아의 기차 이딸로.

첫 이탈리아, 첫 도시, 첫 기차.. 무엇이든 간에 새로운 것은 두렵고 두렵지만 그만큼 새롭다는 것에 가슴이 두근 거린다.

한가로운 창 밖을 바라보며 두 시간여의 기차여행을 끝내고 도착한 피렌체.

냉정과 열정 사이의 영화를 봤을 때부터 언젠가는 오고 말리라 외쳤던 피렌체. 바다 건너 산 넘고 물 건너 비행기 타고 기차 타고 이렇게 오게 되었네.



기차 안에서 잠시 쉬었다곤 하지만 꽤 지친 오후에 도착했고 호텔로 가는 버스 티켓을 어디서 발권하는지, 버스정류장은 어디인지 몰라서 한참을 헤맸다. 발권기는 분명히 고장 났는데 역무원은 그 고장 난 발권기에서 뽑으라고 하고 자기네들끼리 수다를 떨고 있었으며 간신히 찾은 작은 발권기 하나에 쏟아져 나오는 기차역 사람들이 전부 들러붙어 있어 버스표 한 장을 사는 것도 지옥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버스  정류장은 공사로 옮긴 상태. 간신히 다시 찾은 정류장엔 우리나라 작은 마을버스 보다도 더 작은 버스가 터질 듯이 사람들 실고 왔다. 그 지옥문 안으로 친구와 친구 딸만 밀어 넣고 나는 캐리어를 질질 끌고 밀라노에 이어 피렌체의 돌바닥에 대한 악담을 하며 호텔까지 걸어갔다.



때마침 노을이 만들어낸 핑크빛 구름이 하늘에 펼쳐져 있었으니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를 마음속으로 수십 번 외쳤고 다음날부터 본격 관광할 곳들을 눈으로 탐색하며 피렌체에 도착했다는 것에 안심했던 저녁이었다.


유령도시 같은 밀라노를 벗어나 관광의 도시 피렌체에 오니 사람이 북적여서 그나마 사람 사는 곳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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