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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러라 호박 Nov 27. 2019

8. 피렌체, 새벽 산책

허버허버 5박 7일 이탈리아 여행기

8. 피렌체, 새벽 산책.


어렸을 때부터 잠이 많아 평생을 늦잠과 함께하는 인생을 살았지만 여행만 오면 아침형 인간이 된다.

아침형 인간일 뿐인가, 새벽형 인간이 된다고 해두자.


이탈리아에 도착한 지 아직 삼일째인 아침. 시차 적응에 완벽하게 실패하고 새벽에 눈이 떠졌다.

여름 유럽여행의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새벽에 해가 뜨고 밤늦게서야 해가 진다는 것.

어슴프레 밝아 오는 창밖을 바라보다 카메라만 들고 훌쩍 거리로 나서게 된 피렌체의 첫날..

노란빛의 해가 떠오르기 전, 푸른빛이 아직은 감돌던 아침.

거리에 나 홀로 나와 있을까 싶었지만 이른 아침을 시작하는 여행자도, 거리를 밝히는 청소부도 있었다.

밀라노의 큼직하고 쭉 뻗어 있던 길들과는 다른 좁은 골목길을 한 바퀴 돌아 베키오 다리로 향하던 길.




새벽 기상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다리 건너로 태양이 타이밍 좋게 떠오르고 그 빛을 받아 아르노 강과 건물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전경을 볼 수 있었다. 평소에도 아침 산책을 하면 좋으련만, 여행지에서나마 일어날 수 있으니 다행인 것인가.


햇살에 반짝이던 아르노 강. 그리고 이 강 위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는 베키오 다리는 1345년에 건설되었다고 한다. 이 다리 위에는 반짝이는 보석과 금세공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기념품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한낮에는 다리를 건너는 것만으로도 기력을 소모할 정도로 피렌체 여행자들의 밀집도가 높은 곳이다. 사람에 치이다 보니 제대로 된 구경이나 사진을 찍을 수가 없으니 이렇게 이른 아침에 찾아오면 한갓진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정열을 보고 있으려니 5박 7일 여행 기간 동안 집에 두고 신랑이 생각났다. 혼자서 잘 지내고 있겠지. 언젠가 둘이 같이 유럽의 어느 다리 위에서 키스는 못해도 다정하게 손 잡고 다녀봅시다.

아직은 아침 6시 반. 하루를 길게 보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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