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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러라 호박 Sep 26. 2019

5. 밀라노의 스포르체스코 성 : 팔찌 가져가세요

허버허버 5박 7일 이탈리아 여행기



밀라노 거리의 풍경을 만끽하며 스포르체스코 성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구글 지도에 오픈 시간과 운영시간이 적혀 있었고 성모 승천 대축일에도 입장이 가능했다.

 


  스포르체스코성은 근대 성채의 전형이라 불리는데 원래는 비스콘티가에서 궁전으로 건설한 것을 1450년경 프란체스코 스포르차가 개축했다고 한다. 스포르차 가문은 15~16세기의 밀라노를 지배한 귀족으로 이 스포르체스코 성을 세우고 밀라노를 북이탈리아의 문화의 중심지로 키웠다고 한다. 남쪽의 피렌체에는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면 북에는 스포르차 가문이었던 것이다.

 계획도 없이 왔으니 이 당시엔 몰랐지만 이 곳 박물관도 꽤 전시가 좋다고 하는데 미켈란젤로와 다빈치 전시가 많다고 하니 혹시 기회가 되면 꼭 둘러보시길... 우리는 그런 것도 모르고 궁 외곽과 공원만 돌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파리 에펠탑 아래를 가면 에펠탑 열쇠고리를 파는 것으로 유명한 흑인 아저씨를 만나 볼 수 있지만 사람이 거의 없던 밀라노에서도 이곳이 나름 관광지라고 무엇인가를 파는 흑인 아저씨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나는 성 외곽 쪽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사진 찍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다. 흑인 아저씨들이 아직 유럽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는 유럽여행 1일 차 꼬꼬맹이, 15살인 중학생, 친구 딸인 J에게 팔찌를 강제로 채워 주고 있었다. J에게 채워진 팔찌를 돌려주려 흑인 아저씨와 실랑이를 벌이던 친구까지 강제로 팔찌가 채워졌고 멀리서 그 모습을 발견한 내가 한국어로 소리를 지르며 쫓아갔다. 처음에는 돈을 받으려고 얼마 얼마 가격을 부르던 흑인 아저씨들이 육두문자를 날리는 나를 보고 달아났는데 내가 그리 악귀처럼 보였나. 물론 욕은 한국 욕이 최고지. 하지만 친구와 친구 딸 J 팔목에는 팔찌가 그대로 남아 있네?


이봐요 팔찌는 가져가세요!


팔찌 두 개가 그냥 생겨 버렸지만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우리의 경우 강매까지 이루지지 않고 사람들이 달아나서 다행이지만 정말 강매를 당할 수도 있고 실랑이하는 사이에 소매치기로 돈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친구 딸을 세워 놓고 유럽의 다양한 소매치기 유형에 대해서 짧은 강의를 시작했다. 물건 강매부터 기부를 위한 이름 쓰기, 음료수를 쏟고 정신이 팔린 사이에 당하는 소매치기,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 준다며 가져가는 등의 다양한 사기 유형이 있으니 유럽 여행에서는 지갑과 여권, 핸드폰, 가방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어지간하면 무시가 답이다.


돈이 중요한 것도 있지만 여행을 시작하고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은 바로 다음날 아침에 큰 일을 당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여행이 망가지지 않고 여행에서 돌아와 흑인 아저씨들에게 팔찌를 두 개나 받았다며 큰소리치고 다닐 수 있었으니깐.

넓은 연병장과 성벽



성은 전체적으로 산호색 코랄이 섞인 벽돌로 이루어져 있어 색감은 부드럽지만 단단한 성벽은 옹골지게 단단한 느낌이 난다. 해가 강하게 내리쬐는 넓은 연병장을 지나 성 안으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중정은 아치형의 천장과 기둥들의 색감도 연한 살구색이 도는 회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치형 천장에는 스포르차 가문의 상징인 푸른 뱀의 모습이 중앙에 들어간 문양을 만날 수 있다.







 천천히 성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면 널따란 공원과 이어지고 이곳에서는 한낮의 뙤약볕을 피해 오수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뜨거운 정오의 태양을 피해 그늘진 곳곳에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손에는 핸드폰이나 태블릿이 들려있지 않고 책과 신문을 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에 간다면 꼭 들러보라고 하고 싶은 곳은 바로 공원이다. 비록 우리는 그늘진 의자를 찾지 못해 축축한 풀 밭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았고 팔다리가 모기에 물어 뜯겼을지언정 힙하고 감성적인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 것보다 이 공원이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되었다.


공원에서 이어진 마지막 종착지인 밀라노 평화의 문(Arco della 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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