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저를 찾아온 30대 중반의 워킹맘이 있었습니다. 이제 갓 돌이 되는 아기가 있고 출산 후 복귀해 회사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었는데 요즘 최대 고민이 ‘뒷목 통증’이라며 저를 찾아온 환자였습니다.
이분은 직장에서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지만, ‘업무 스트레스를 그렇게 많이 받지는 않는다’고 밝혔고, ‘아이를 너무 좋아해 둘째가 생기길 기다리고 있다’라고도 합니다.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있어야 잠을 잘 자고 보채지 않아서, 신생아 때부터 집에서도 늘 포대기로 안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 아기띠는 가슴과 어깨까지 감쌀 수 있게 되어 있어 목에 집중적으로 무리가 가는 것은 아니지만, 아기를 오래 안고 있다 보면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또, 아이와 눈 맞춤을 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응시하기 때문에 장시간 이런 상태를 유지하게 되면 당연히 목 관절은 물론 어깨-척추 관절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비단 육아 때문만이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컴퓨터 사용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이미 약간의 일자목 형태가 진행 중이었고 출산 후 아이를 키우면서 증상이 조금 더 심해진 경우입니다.
심하진 않지만 척추측만증(척추옆굽음증) 초기 상태였는데, 그래서 아기를 오래 안고 있는 날에는 뒷목이 뻐근하고 묵직하며 어깨와 등-날갯죽지까지 유난히 더 아팠다고 합니다.
뒷목 통증이 생기는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앞의 환자처럼 육아나 컴퓨터 과사용으로 인해 일자목증후군 생길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목뼈는 C자 형태를 띠지만 일자목증후군은 목뼈가 마치 거북이처럼 앞으로 쭉 내민 모양으로 일자 형태를 띠거나 역 C자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옆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면 일자목의 양상을 더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목뼈를 지녔다면 옆에서 봤을 때 어깨선과 귀 중앙이 수직선으로 일직선 위에 놓여 있지만, 일자목인 분들은 고개가 앞으로 더 기울어져 보입니다.
일자목은 목의 뒷부분에 압력이 가해졌을 때 머리가 앞으로 기울어져 있어 머리 무게를 지탱하려면 목, 어깨 근육과 인대들이 더 많은 힘을 써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 부위가 점점 더 약해져 갈수록 목 통증이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뒷목 통증이 있다면 목디스크 초기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목 관절은 7개의 경추(목뼈)와 뼈와 뼈 사이의 추간판(디스크), 근육, 인대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경추에 있는 추간판은 머리의 무게를 골고루 분산 시켜 목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고 뼈가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쿠션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추간판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돌출되거나 파열돼 경추 신경을 압박하면서 목디스크가 생길 수 있습니다.
목디스크 초기증상은
뒷목이 묵직하고 뻣뻣하고
아픈 뒷목 통증이 두드러지고
이와 함께 어깨, 등, 날갯죽지까지 뻗치는 통증이 함께 나타나며
이러한 통증이 몇 개월 동안 지속되기도 합니다.
디스크는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원인일 수 있지만, 최근에는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의 과사용으로 인해 20~30대 젊은층에서도 매우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뒷목 통증으로 저를 찾아온 환자 중에 ‘자고 나면 뒷목이 아프다’고 말하는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목에 담이 결렸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잘못된 수면 습관이 뒷목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말 그대로 ‘수면 습관’을 점검해봐야 합니다. 이는 눕는 자세도 영향을 미치는데, 가령 엎드려 자는 것이 습관이 된 분은 목이 꺾인 상태가 되기 때문에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다면 뒷목 통증이 더욱더 심할 수 있습니다.
또, 잘못된 베개를 사용하진 않는지 꼭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26년간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을 개원해 환자들을 진료해오면서 뒷목 통증을 호소한 환자들에게 수면 습관에 관해 물으면 상당 수의 환자가 ‘잘못된 베개’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목 건강을 해치는 베개의 형태를 설명하면
첫째, 베개 전체적으로 높아서 머리와 목이 높게 꺾이는 베개
(뒷목뿐 아니라 어깨 근육을 압박해 척추에 부담을 주는 베개)나
둘째, 머리 부분은 높고 목-어깨에 걸치는 부분이 낮은 베개
(고개가 과도하게 꺾이는 자세를 유지하게 되는 베개)
셋째, 목만 높은 베개
(일명 목베개로, 잘못 사용하게 되면 과도한 목의 C커브를 유발할 수 있음)를 들 수 있습니다.
물론 올바른 베개는 ‘자신의 체형에 맞는 베개’라고 할 수 있는데,
머리와 목의 높이를 적절히 받쳐주는 베개(일반적으로 바닥에서 6~8cm 정도로 머리와 목을 받쳐주는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듯 뒷목통증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환자마다 통증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통증이 있다면 먼저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통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목 관절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