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내 노래가 멜론에 나오기까지 1화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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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믹싱 작업을 할 차례이다. 믹싱은 음악 전체적인 톤, 악기별 볼륨, 위치, 공간 등을 잡는 작업이다. 이것도 당연히 내가 못한다.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일. 그래서 편곡했던 친구에게 믹싱 스튜디오를 하시는 분을 소개받아 믹싱을 부탁했다. “그렇게 살리라” 같은 경우엔 음악도 그렇고 보컬도 그렇고, 따뜻한 무드에 약간은 성스러운 느낌이 들기에 선명한 음색보다 따뜻하게 공간감을 많이 주는 방향으로 믹스를 했다. 그런데 막상 믹스 본을 받아보니 공간감이 너무 많고(마치 목욕탕 같았다..) 악기들이 너무 많이 앞으로 나와있어서 보컬이 안 들리는 부분이 많아 수정을 요청했다. 이건 말로 설명하기 어렵기에 내가 믹스 수정을 요청했던 이메일 내용을 보여드린다. 그리고 수정되었던 음원들을 비교해보면 좀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마스터링이다. 마스터링은 또 무엇인고 하니 믹싱을 마친 음원들을 좀 더 입체감 있게 만들어주고, 상업 음반의 볼륨으로 확 끌어 높여주는 단계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분은 비유로, 마스터링 작업은 완성된 목재가구에 니스칠을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전 단계인 믹싱 단계에서 음원을 정말 꼼꼼하게 봐야 하는 게, 믹싱 때는 그럭저럭 괜찮아서 넘겼던 부분이 마스터링을 하면서 볼륨이 커지면서 문제도 같이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 사건이 바로 나에게 일어났다.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마스터링 스튜디오에 음원을 맡겼는데, 일주일쯤 후에 온 전화로 내 멘탈이 바사삭하고 무너졌다.
“안녕하세요 그레이스 님. 다름이 아니라 음원에 좀 문제가 있는데 알고 계신가 해서요.”
“네? 아니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아. 일단은 작업이 되긴 했는데 음원 자체 노이즈가 좀 많네요.”
“네? 노이즈요…?”
“네, 한번 들어보시고 연락 주세요.”
그때부터였다. 멘붕이 시작됐다.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마지막에 받은 음원을 크게 틀어 확인해보았다. 집에 있는 모니터 스피커(제네렉 8020D)로 들을 땐 잘 몰랐는데, 에어팟 프로로 들을 때 노이즈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집에 있는 인이어(웨스턴 w40)로 들으니 조금 더 선명하게 잡음이 들렸다. 아. 모니터링을 할 때는 여러 가지 환경에서 들어봐야 하는구나. 꼼꼼히 여러 번 확인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인데, 작업이 반복될수록 점점 대충 한두 번 듣고 말았더니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구나 싶었다.
이제 한 단계씩 앞으로 되돌아가면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믹싱 단계와 그 전 음원을 비교해보았다. 확실히 편곡자 친구가 보내준 mr에는 노이즈가 들리지 않았다. 보컬의 녹음본에서 노이즈가 들리는 듯하게 느껴졌다. 이쯤 되면 보컬 녹음을 다시 해야 하나. 아예 다른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해봐야 하나. 아니면 믹싱 작업에서 노이즈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이 있는 건가. 대체 어디부터 작업을 되돌려야 하나. 어디부터 돈을 다시 써야 하나. 멘붕에 빠졌다. 그래서 자주 연락하고 지내던 음향 엔지니어님께 도움 요청을 했다.
- 제가 지금 개인 앨범 작업 중인데 문제가 생겨서요. 여기 노이즈 들리세요? 어디부터 문제인 걸까요. 멘붕이네요…
감독님 왈,
- 노이즈가 있는 것 같다. 믹싱 음원도 좀 크게 잡혀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어디부터 다시 할 건지는 네가 정하기 나름인데, 일반인들에게 이 정도는 크게 신경 쓰일 만한 노이즈는 아니다.
그리고는 덧붙여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 지금 처음으로 모든 작업을 혼자 하니까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거고, 누구나 다 이런 경우를 겪는다. 다 해놨던 작업을 다 뒤집고 처음부터 하는 경우도 많고, 문제가 생겨서 롤백하는 것은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겼나 하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말이 참 위로가 되었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나는 돈을 어디부터 다시 써야 하나, 보컬 녹음부터 다시 하면 거의 80만 원가량을 날리는 건데. 망했다는 생각에 갇혀있던 나에게 다시 한번 해볼 힘이 생겼다. 이런 일이 이 세계에선 그리 큰일이 아니기도 하구나. 일단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생각해보자.
그리고 집안사람(남편)에게 마스터링 된 음원을 들려주었다. 잡음이 많이 들리는 것 같아? 어때? 다행히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집안사람의 귀에는 안 들린다고 했다. 그래서 고민 고민을 하다가 믹싱 작업부터만 다시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이미 돈도 다 보내고 작업이 끝난 믹싱 엔지니어님께 염치 불구하고 연락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는 추가 지출을 각오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믹싱 엔지니어님은 보컬 녹음 시에 무음 상태의 음원을 보내줄 수 있냐고 하셨다. 그러면 혹시 노이즈를 없앨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던 것 같다. 보통 보컬 녹음본을 정리할 때 노래를 부르지 않는 부분을 다 지우고 깔끔한 상태로 보내는데 오히려 그 부분을 들어보면 노이즈가 있는 주파수 영역을 찾아 지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지 않을까 했다. 그래서 이번엔 보컬 녹음을 받아준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새로 작업한 믹싱 음원을 마스터링 스튜디오에 다시 넘겼다. 사실, 믹싱도 새로 했고, 믹싱 쪽에 문제가 생겨서 마스터링을 새로 해야 하는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안내문구를 봤었어서 추가 지출에 대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믹싱 엔지니어님도 처음인 나를 충분히 이해해 주셨고, 마스터링 엔지니어님도 딱히 추가 비용 없이 음원을 재작업을 해 주셨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든 작업이 마친 후 편곡해줬던 친구에게 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해줬더니 궁금하다고 해서 파일을 보내줬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또 노이즈가 아니라고 했다. 다시 2차 멘붕이 올 거 같았지만 이쯤 되면 그냥 누군가에겐 노이즈로 들릴 수 있는 정도의 어떤 것이지 않을까 싶긴 하다.)
그렇게 큰 고비를 넘었다. 그리고 다음은 유통사를 정하는 일. 유통사는 완성된 음원을 멜론, 지니, 벅스, 애플뮤직 등의 스트리밍 사이트에 유통을 해주는 일을 한다. 개인이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과정도 복잡하고 음원 사이트들이 개인과의 계약을 하지 않기 때문에 유통사를 거칠 수밖에 없다. 이건 논외의 말이지만 유통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거의 음원제작자: 유통사의 비율이 적게는 8:2에서 많게는 6:4 까지도 된다. 그니까 다 만들어 놓은 음원을 파는 시장에 내놓기만 하는데 그 수수료가 음원 수익의 40%까지도 가져간다는 것이다. (갑자기 열받는 뮤지션)
어쨌든 유통사도 여러 곳이 있고 유통사마다 비율이 다르고, 회사의 크기가 달라서 정산 비율이 너무 크지 않으면서 망하지는 않을 것 같은(?) 회사를 선택해 음원을 보낸다. (유통사가 망하면 유통을 다시 해야 한다.) 일단 나는 기존에 계약했던 유통사에 연락을 했다. 먼저는 “미러볼뮤직”에, 그리고 새로운 유통사인 “포크라노스” (요즘 인디 가수들이 많이 이용하는 유통사,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엔터의 계열사인 유통사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CCM을 주로 발매하는 “얼라이브 컴퍼니”에 음원을 보냈고, 얼라이브에서 유통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음원에 관련된 여러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음원과 함께 메일을 보냈다. 이때 꼭 써야 하는 것은 크레딧. 앨범 정보를 쓰는 곳에 앨범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꼭 써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저작권, 실연자에 대한 증명이 되기 때문에 협회 등록이 편해진다.
아, 그 메일 발송 전에 앨범 커버를 만들어야 한다. 보통 정사각형 비율, 3000*3000(픽셀)로 제작하면 모든 음원 사이트의 기준에 맞는다. 앨범 커버도 지인 디자이너와 컨택했다가, 더 이상의 피드백과 지출에 부담을 느껴 자체 제작하기로 했다. 전문가들보다 오래 걸리겠지만 내가 맘에 들 때까지 충분히 고칠 수 있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만약 저작권협회와 실연자 협회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시간이 될 때 가입하면 된다. 앨범이 나온 이후에 가입해도 상관없다. 저작권협회는 작사, 작곡을 하는 경우에 등록해야 하고 국내에는 두 개의 단체가 있다. “함저협”, “음저협”이라고 부르는데 “함께하는 음악저작인 협회”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다. 처음 등록할 때는 서류가 꽤 많고 가입비도 든다. 나는 10년 전쯤 가입했는데 당시 15만 원 정도 가입비를 냈던 것 같다. 실연자 협회(한국음악실연자 연합회)는 실제로 연주한 사람들이 가입하면 되는데 저작권 협회보다 비교적 과정은 간단하고, 가입비도 없다. 이곳에서 연주자들에 대한 권익보호, 음원에 대한 수익을 지급받을 수 있다.
이렇게 “발매”의 모든 과정이 끝났다. 보통 국내 음원 사이트의 발매일을 유통사에서 알려주고, 그것에 비해 조금 더 늦게 해외 음원사이트에 발매가 된다. 여기까지 오래 걸렸다. 처음부터 앨범이 나오기까지 거의 세 달 반 정도가 걸렸다. 고작 한곡인데 말이다. 이렇게 발매된 음원에 대해 수익이 궁금하지 않은가? 다음 달에 수익이 들어오면 공개하겠지만 아마, 월 3만 원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초반 신곡 버프를 받아도 그 정도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든다. 옛날 음반을 계속 듣는 사람은 잘 없으니까. 생각난 김에 올해 3월의 음원 관련 수입을 다 더해보았다. 11,804원이 나왔다. 그럼 왜 앨범을 내냐고 물어도 대답할 말이 없다. 애초에 뮤지션이라는 직업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니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번 음원 수익이 3600만 원이라는 걸 보면 안다. 아, 회의감에 빠질 거 같으니 그만 글을 줄여야겠다.
이렇게 정성을 들인 그레이스의 음원. 한번 들어보실래요? 음악 들으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