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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욱상 Apr 26. 2021

한국 여행의 잠재력: 희망편


왜 여행으로 창업을 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여행이라는 테마보다 '한국여행'의 잠재력을 믿는다. '한국여행'은 머지 않은 미래에 급격하게 커질 분야라고 생각하고, 이 분야에서 우리 서비스가 시장을 선도하면서 컸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금 하는 일을 시작했다. 


여행지로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진정한 매력은 한국에서만 있어서는 알기가 힘들다. 한 나라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그 나라의 모든 것들이 공기만큼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와이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은, 365일 바삭바삭한 공기와 선선한 햇살이 얼마나 훌륭한 축복인지 섬을 떠나기 전까지는 모를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러 나라에서 살고 일하고 공부하다 보니, 한국에만 있는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내가 보는 산업으로서의 한국여행은, '수요' 측면에서는 잠재력이 크고, '공급'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그렇기에 창업자에게 기회가 큰 영역이다. 잠재력이 큰 수요에 대해서는 '희망편', 후진적인 공급 측면에서는 '절망편'으로 나눠 써 보도록 하겠다. 


우선 '희망편'. 나는 전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점부터,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수는 코로나 이전보다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1) 매력의 밸런스가 훌륭하다. 

여행은 결국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냐면, a) '할 것', b) '이동',  c) '먹을 것', d) '잘 것'이다. 여행자는 돌아다니며, 뭔가를 하고, 중간 중간 먹고, 밤에는 자야 한다. 그리고 '할 것'을 더 나누어 보자면 a-1) '낮에 할 것'과 a-2) '나이트라이프'로 나눠볼 수 있겠다. 자, 이제 각 분야에서의 한국, 그 중에서도 서울의 경쟁력을 매겨보자. 서울로 한정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방문객의 대부분은 여행 거점도시 (예: 프랑스의 파리, 인도네시아의 발리, 미국의 뉴욕)로 몰리기 마련이고, 해당 거점도시의 경쟁력이 곧 해당 국가의 경쟁력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a-1) 낮에 할 것: ★★★★☆  서울엔 대영박물관이나 피라미드나 에펠탑과 같은 블록버스터 급의 스팟은 없지만, 도시 내에서 갈 수 있는 훌륭한 산과, 준수한 미술관과 박물관들, 지난 10년 간 매우 발전한 리테일 동네들 (성수동, 연남합정상수, 서촌과 북촌)들이 있다. 

a-2) 나이트라이프: ★★★★☆ 서울은 의외로 나이트라이프 강국이다. 기본적으로 원하면 해가 뜰 때까지 놀 수 있는 도시들이 세계에 의외로 그렇게 많지 않다. 클럽과 라운지를 가든, 아니면 소주로 달리든,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시다. 

b) 이동: ★★★★☆ 서울의 대중교통망은 월드클래스다. 이렇게 촘촘하고 깨끗하고 정확하며 환승도 편한 지하철을 가진 나라들이 많지 않다. 그 환승이 버스에까지 이어지는 나라들은 더더욱 적다. 

c) 먹을 것: ★★★★☆ 근 10년 동안 매우 발전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저렴한 한그릇 음식에서부터 파인 다이닝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수십년 그 자리를 지켜온 노포에서부터 유학파 셰프들이 만든 트렌디한 스팟들까지, 선택권이 너무나 다양하다. 넷플릭스의 'Chef's Table'이나 'Street Food'에서 한국 음식들이 비중 있게 소개되는 것처럼, 세계 주요 도시에 한국 레스토랑들이 자리잡은 만큼이나, 한국이 '다채로운 음식 문화를 가진 나라'라는 인식이 있다. 

d)  잘 것: ★★★★☆ 에어비앤비와 스테이폴리오와 야놀자는 숙박의 여러 다른 종류들을 상징하지만, 공통적으로 지난 5년간 크게 성장해왔다. 결국 중요한 건 선택지의 넓이와 깊이인데, 서울은 한옥 스테이에서부터 특급호텔들까지 부족함이 없다. 


2) 다른 나라에는 없는 컨텐츠 K

프랑스 대사관에서 일하는 지인이 얘기해준 것이 있다. 지난 5년 동안, 한국에 온 프랑스인 교환학생들이 3배 이상 늘어서, 대사관 측면에서는 관리 업무가 가중되었다고. 그 이면에는 프랑스에 퍼진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과 영화가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컨텐츠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전성기가 얼마나 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쿨하고 힙한 나라'로서의 한국의 이미지는 이제 어느 정도 구축되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스타와 즐겨 보는 영상의 원산지를 찾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는 웹툰도 추가될 것이다. 유럽 여러 나라들이 '과거의 문화유산'을 무기로 여행자들을 끌어들이는 곳이라면, 한국은 '현재와 미래의 문화'에서 세계의 최전선에 있느 곳이라고 본다. 


3) 매우 안전하다 

아무리 매력적인 여행지라도, 치안이 불안하고 외국인 혐오가 만연한 곳이라면 곤란하다. 외국인 입장에서 봤을 때 한국의 치안은 최상급이다. 영어가 공용어는 아니지만 국민 평균 영어수준은 높은 편이고 (그 많은 사교육비가 다 무용지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뇌물을 받는 경찰도 거의 없으며, 일처리는 깔끔하고 빠르다. 관광객을 위해서라면 특히나 더 많은 것을 해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그 중에서도 서울은 세계의 여러 도시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는 여행지이고, 그 인기는 코로나 이후에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위에서 말한 좋은 조건들이, 언제나 '훌륭한 여행자 경험'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인데, 아직 한국의 구슬은 꿰어지지 않았다고 본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글인 '한국 여행의 잠재력: 절망편'에서 다루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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