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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욱상 Jun 07. 2021

문샷

우리 서비스는 3년 후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일보일경'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는 의미인데, 실제로 그렇게 지금까지 커리어를 꾸려왔던 것 같다. 원대한 목표를 잡고 이를 향해 전진했다기보다는, 그때 그때 보이는 풍경에서 가장 마음이 이끄는 곳들을 향해 왔다. 대학교 3학년쯤 처음 알게 되었지만 무척 매력적인 회사처럼 보였던 경영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다. 들어간 회사에서는 한국 밖의 프로젝트들이 더 재미있어 보여서 해외 프로젝트들에 손을 들었다. 그러다가 기회가 생겨 결국에는 미국오피스로 트랜스퍼를 했다. 미국에서 일하면서는 좀 더 세계에 통용될 네트워크와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미국에서 경영대학원을 갔다. 경영대학원에서는 일생을 두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커리어가 있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졸업과 동시에 창업을 했다. 그때그때 고민은 많았지만, 다시 돌아가도 비슷하게 할 것 같다. 


창업도 '일보일경'의 마인드로 했다. 시작할 때에는 분야와 방향성은 있었지만, 엄청난 비전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이렇게 하면 될 수도 있겠는데' 하는 생각과 '일단 해보자'하는 태도가 합쳐져, 그리고 고객인터뷰를 나침반 삼아 하나하나 뭘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조그만 개선들이 쌓여 지금은 1년 전에는 만들수 없을 것 같았던 서비스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우리의 접근 방식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회사를 만들고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 '일보일경'의 자세 뿐만 아니라 '문샷'도 필요함을 슬슬 체감하고 있다. 이번 주말 우주 스타트업들을 다룬 '타이탄'을 읽으며 느낀 점은, 회사 차원에서 모두가 공유하는 원대한 꿈은 팀의 사기를 높이고 역량을 최대로 끌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흔들리지 않은 방향성을 주고, 불가능에 도전한다는 자부심과 동지애를 부여하는 것이다. 투자유치에도 도움이 된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이왕 모험자본으로서의 베팅을 한다면, 업사이드가 최대한 큰 쪽이 좋지 않겠는가. 


물론 큰 꿈을 가진다는 것이 곧 현실성이 없는 목적지만을 향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팀으로서의 우리는 다음주, 다음달 도달해야 할 지점을 여전히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바로 앞의 마일스톤과 함께, 우리의 '달'도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상상한 대로 모든 일이 풀릴 경우 달성할 수 있는 최대치. 여기에 명확한 그림이 모두에게 있을 때, 팀에는 지금까지 없던 종류의 열망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여다'가 그리는 최대치에 그림에 대해서. 


우리는 고객들이 훌륭한 여행경험을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팀이다. 이 미션은 다소 범위가 넓어서, 이 목적에 부합하는 여행스타트업 팀이 몇백개는 될 것이다. 좀 더 좁혀보자. 우리는 현재 여행계획 쪽에 집중하고 있다. 이 단계가 전체 여행 저니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기술과 컨텐츠로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업적으로 봤을 때에는, Customer Journey의 앞단인 '계획'단계에서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그 다음에 많은 기회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계획 --> 예약 --> 경험 --> 기록


여기서 맨 앞단인 계획에서 고객의 "app of choice"가 된다면, 나머지 부분으로 이어가는 건 더 용이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1) 궁극의 국내여행일정 컨시어지  

고객보다 고객을 더 잘 아는 여행계획 제작자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도 못 했던 영역이고, 우리가 현재하고 있는 영역이다. 우리의 핵심기능인만큼 이걸 더, 탁월한 수준으로 잘해야 한다. 여기에는 다음이 포함된다 a) 큐레이션의 품질과 b) 큐레이션을 보여주는 방식과 -스토리텔링을 포함해서-, c) 고객이 하는 편집, d) 동행과의 공유와 상호작용. 


2) 원클릭 예약 

요즘 모든 여행서비스는 '원스탑 서비스'를 지향하지만 실제로 고객 입장에서 '원스탑'으로도 모든게 해결될만큼 사용성이 좋고 구색이 충분한 서비스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행 서비스들의 대부분에서는 내가 원하는 숙소가 없을수도 있고, 최저가인지 확실하지 않으며, 예약까지의 프로세스가 너무 구리기도 하다. 바뀔 때가 되었다. 쉽고 편리하게, 한번에 숙소와 액티비티, 교통과 식당까지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의 경험은 '여행서비스' 중에서 편한 게 아니라, 아마존이나 토스처럼 세계에서 가장 편리한 서비스의 사용성과 비교해봐도 편한 수준이어야 한다. 


3) 해외여행을 위한 'fail-proof' 컨시어지

국내여행계획에서의 핵심니즈가 '귀찮음'이라면, 해외여행에서 고객은 돈을 들여서라도 제대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싶어한다. 실패 비용이 더 크기에 그렇다. 국내여행은 다음주라도 다시 갈 수 있지만, 다음에 이 해외 도시를 또 언제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취향과, 동선과, 예산을 모두 고려해서 로컬들만 짤 수 있는 수준으로 여행일정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해외여행에서의 여행계획 단계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지역적 확장 순서는 다음과 같을 것 같다.


한국 인바운드 

일본 to 한국 

영어권 to 한국 

한국 아웃바운드 

한국 to 일본 

일본 인트라바운드 

일본 to 일본

.....이렇게 하나하나씩 지역을 확장한 후에는 


궁극적으로는, 세계인들이 원클릭으로 여행계획을 세우고 바로 떠날 수 있게 돕는 그런 서비스가 되었으면 한다. 미국에 사는 누군가가 바로 다음주에 갈 5박6일 프랑스여행 일정을 3분만에 세우고 예약까지 합치면 5분만에 끝낼 수 있는, 그래서 계획과 같은 귀찮은 일들은 우리가 다 해주고, 고객은 훌륭한 경험만 하면 되는, 그런 서비스. 만들 수 있을까.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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