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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chel Oct 07. 2020

‘육아휴직’ 하고 싶다.

육아휴직?  육아, 휴직!

며칠 전 아이들을 재우면서 남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아이들 때문에 지쳐있던 내가 말했다.


나: 잠시 어디로 멀리 떠나 쉬었다가 와도 돼?

남편: 어디로?

나: 그건 비밀이지!

남편: 얼마나?

나: 이주 동안

남편: 그래 갔다 와!

나:...... 아, 육아 휴직하고 싶다


둘 다 빵 터졌던 마지막 한마디였다.


하지만 진심이었다.


육퇴(육아 퇴근)는 있는데 육휴(직장에서 쓰는 육아휴직 말고)는 없을까.


나는 첫째 낳고 완모(완전 모유수유)를 1년 동안 했다. 첫째는 순한 아기였고 통잠도 한 달 만에 찾아왔다. 하지만 완전 쌩초보 엄마였던 나는 아기가 벌써 통 잠자는 게 정상(?)인가 싶어 새벽에 몇 번이나 일어나서 확인하고, 맘 카페를 열심히 뒤지며 선배 엄마들의 의견들을 찾아냈다. 통잠의 이야기들은 서로 갈렸는데, 나는 새벽 수유하는 쪽으로 선택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 뒤로 아이는 새벽마다 깼고 밤중 수유를 끊어보려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또, 눕수(누워서 수유하는 것-모유수유는 이게 가능하다!)를 시작한 뒤로 아이는 잘 때마다 젖을 찾았고

밤에도 젖을 물려 재웠다.

그 결과, 한 시간에서 두세 시간 만에 깨며 젖을 물고 자려했다.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가슴을 드러내 놓고 자는 것도 싫은데 피곤함마저 누적되니, 가장 힘든 시간을 꼽으라면 그때였다.

오죽하면 남편이 그때의 내가 무서웠다고 말할 정도일까.


그랬기에 첫째를 낳고 통잠을 자본 적이 없었다. 피곤하면 생기는 구내염을 늘 달고 살았고 항상 피로 누적이었다. 첫째 돌이 지날 때쯤, 둘째가 생긴 걸 알게 되었던 날,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은 이제 모유를 끊어야 한다고 하셔서 강제로 끊을 수밖에 없었다. 모유를 끊기 시작한 첫날은, 첫째 아이가 쭈쭈를 달라고 울고불고 밤새도록 울어댔다. 나도 같이 울었다. 이유가 생겨 줄 수 없었지만 만약 이유 없이 끊어야 했다면 절대 못 끊었을 것이다. 3일 내내 같이 울고 나서야 첫째 아이는 비로소 찾지 않았고, 젖을 안 찾으니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드디어 통잠의 시간이 주어졌다.


아 얼마나 달콤한 잠이었는지.


행복했다.


잠을 편하게 잘 수 있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때문에 깨지 않고 잘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하지만 이 행복은 잠시였다. 둘째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유독 초기 때부터 잠을 자는 게 힘들었다. 새벽에 화장실도 한두 번은 항상 갔었어야 했고 몸이 쉽게 불편을 느껴 잠을 편히 잘 수 없었다. 막달 때는 2시간마다 화장실을 다녀왔고 환도 선다 증상 때문에 잠을 편하게, 쉽게 들지 못했다.


순한 첫째를 만나서 그랬는지 둘째도 한 달에는, 아니 오십일쯤엔 통잠을 기대했건만 그냥 나의 기대였다.

배고픔에 칼 같은 둘째는 시간 맞춰 울어댔다. 두 시간이 이렇게나 짧은 거였어? 새삼 느끼게 된다.

뒤돌아서면 분유 타고 있고, 좀 쉬려나 싶으면 울고...

첫째 때의 경험으로 둘째는 울어대도 어떻게든 누워서 재우리라 했던 나의 다짐은 어느새 사라지고 안아서 재우느라 쉬는 것도, 낮잠도 나에게는 지금 힘든 일이다.


아기 잘 때 같이 좀 쉬어~


이 말이 왜 이렇게 밉게 들리나 싶다.


사람의 가장 기본 욕구인 수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감정의 컨트롤도, 내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도, 심지어는 책을 읽어도 글이 제대로 읽히지가 않는다.

그래서 괜스레 더 남편에게 짜증내기도 하고, 혼자 더 울기도 한다.


유독 둘째는 더 힘든 것 같이 느껴진다.

첫째와 함께 케어해야 해서 그런 걸까.


누구에게 하소연 한들, 그저 내가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에 늘 아침마다 덜 짜증 내자고, 덜 화내자고 다짐한다.


오늘은 조금만, 조금만. (덜 힘들어하자.)


둘째가 세상에 나와 함께 한지도 어느덧 두 달이 다되어 가고 있다.

요즘엔 힘들 때마다 자고 있는 둘째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피곤해서 툭하면 화내서 참 미안해. 너도 나도 같이 커가고 있으니 우리 조금만 힘내자.


시간이 답인 이 순간의 육아가 나중에 기억될 땐 미안함보다 기쁨이 더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말인데 하루라도 좋으니 정말 육아휴직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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