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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Mar 02. 2023

#6. 회사와의 방향성 이견

노는 꼴(?)을 못 보겠다는 회사,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가.

내가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나이가 23세였다.

군대를 일찍 다녀와 중국에 있던 게임 하청 회사에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남다른 아이디어, 근면성실함으로 나는 일찍 연봉이 오른 케이스였다.

늘 또래들보다 조금 더 높은 연봉을 받았고 끊임없는 입사 제의를 받았었다.

내가 업무력이 남들보다 뛰어난 건 아니였다. 내가 처음 IT업계에 발을 들였을 때만 해도 게임이나 IT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해주는 기관이나 학원 등은 없었다.

자신의 PC를 가지고 입사해 차비나 간식비 정도만 받고 밤샘하고 선배들 심부름 해가며 일을 배우던 그런 시절이었다. ( 아닌 곳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이 그러했다. )


20대에는 게임, 30대 중후반까지는 웹&게임, 30대 후반부터 블록체인에 뛰어들었다.

처음 구상해서 만든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이 뜻밖의 호평(?)을 받았고 나는 그렇게 성공하는 줄 알았다. ^^;;

돈독이 오른 대표의 일탈로 빚더미에 오른 건 아니지만 나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래도 다행인 건 부르는 회사는 많아졌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내 목표는 43세에 은퇴하는 것이었다.

정원딸린 주택, 적당히 고급스러운 차,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을 건사하는 평범한 가장으로 편안하게 인생을 즐기며 살아갈 줄 알았다. 무엇보다 40대에도 그렇게 야근이나 열정을 쏟아내며 일을 할 자신이 없었다.




7세 때 다짐했던 IT에 입문했고 꿈을 이룬 건 맞지만 나는 약속까진 이뤄내지 못했다.

40대 중반인 나는 여전히 현업으로 종사를 하고 있다. 물론 얄팍한 공명심(功名心)에 투자를 받아 회사를 창업하려던 시도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때 VC들을 만나고 투자 유치를 하면서 나는 '대표'라는 자들의 갖는 무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쥐뿔도 모르면서 어디서 눈먼 돈 투자 받아와서 감투놀이나 하는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막상 내가 돈을 투자 받으러 뛰어다녀 보니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인지 뼈저리게 알게 된 것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투자금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 최초의 지적재산권도, 기술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중요한 자금이 부족하다.

나는 대표에게 "지금은 다른 일에 몰두할 때가 아니라 투자금을 획득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건의했다. 쥐꼬리보다는 좀 길지만 그래도 몇 푼 안되는 급여값을 하겠다고 의미없는 일을 하는 것보다 하루라도 빨리 투자유치를 받아 사업화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말이다.


대표도 그 방향에는 일부 동의하지만 다른 일도 진행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 투자가 언제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가 그 이유인데...나는 그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결국 기승전'돈'일텐데 언제 된다는 보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역량을 분산한다는 데에 참 답답함을 느꼈다.

투자라는 게 요청했다고 바로 들어오면 왜 힘들다고 하겠나.

대표의 말은 "일의 진척도를 가늠할 수 없는데 월급은 계속 나가야 하잖아."정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실상 투자가 회사 자금으로 쓸 돈을 받으러 다니는 것이지, 내 개인 용돈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한 노력도 엄연히 일인데 그것을 무의미하게 생각하는 대표를 보니 왜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물론 어떤 분들은 "그게 바로 대표와 직원의 차이야."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난 이미 두 번이나 연봉을 삭감해주었고 성과도 내주었다.

그럼에도 정신 못차리는 대표라면 더 이상 이 회사에 다녀야 할 이유는 내게 없다.

슬슬 이 회사도 그만 다닐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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