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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자 Aug 03. 2024

인생의 동력

20대와 30대의 나 

30대 초반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대의 나와 30대의 나를 생각해 보니 바뀐 부분이 많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인생의 동력이다. 


20대의 나에게 인생의 동력이란 '분노'였다. 

그땐 나를 향한 모든 것이 짜증 났다. 

힘들게 하는 사람이나 일을 맞닥뜨렸을 때마다 난 항상 속으로 생각했다.

"저 사람보다 잘 돼야지." 

"저 사람보다 성공해야지." 

"저 사람의 기세를 꺾어야지." 


모든 일을 "타인 보다 잘하는 나"에 초점 맞춰 달렸다. 

그 당시, 나는 완벽주의란 말을 많이 들었다. 

모든 마감을 칼같이 지키며 타인에게 엄격했기에 무섭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타인을 이긴 적은 없었는데... 나름 잘 살아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속이 썩어 들어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어느 순간 분노의 동력은 바닥났다. 

한 어른께서 모든 순간을 100프로 힘으로 살면 안 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그렇게 살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힘을 못 낸다고. 


분노의 동력으로 25년 넘게 삶을 이끌어오다 보니 

정작 중요한 순간 앞에서 항상 삐끗했다. 

분노에만 열중한 나머지 기름이 떨어지고 있는 줄 몰랐던 것이다. 

중요한 순간에서야 기름이 떨어졌다는 걸 알게 된 나. 20대 후반 때였다. 

그때의 기분을 설명하자면 

기름이 다 떨어졌는데 주유소는 지구 바깥에 있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20대의 모든 중요한 순간에서 나는 백기를 들어야 했다. 

분노 하나로 달려왔는데 정작 원하는 것은 하나도 거머쥐지 못하자 더 큰 나락으로 떨어졌다. 

자존감 무너짐이 지구 내핵을 파고드는 것이다. 


난 기름이 바닥난 채로 지구 내핵 속에서 오랫동안 누워있었다.

일어설 힘조차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기름을 가져와야 할 텐데... 가져올 사람 또한 없었다. 

분노는 점차 사그라들고 못난 나만 남은 채로 20대 후반을 보냈다. 


30대가 돼서야 깨달은 건, 동력의 힘에 타인을 넣어서는 안 된 다는 것이다. 

그렇게 인생에서 타인을 빼기 시작했다. 

타인에 대한 분노, 동경 등 많은 생각들을 제거하려 했다. 

그러자 남은 건 '나'였다. 

이제 인생의 동력은 '나'를 위함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내핵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나의 동력 물체도 없애버렸다. 

오토바이로 전속력을 향해 달리던 20대를 지나 

느리지만 내 다리와 발로 걷는 '나' 자체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기름도 필요 없다. 그저 내가 걸으면 되니까. 


그렇게 30대의 나는 '나'라는 사람이 동력 그 자체가 되었다.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누군가와의 비교 없이 그저 나를 위해 내핵에서 바깥을 향해 어둠을 걸었던 나. 

30대가 되어서야 겨우 내핵 밖으로 탈출했다. 


이제 다시 현실이다. 

지금은 현실의 나를 위해 나는 움직인다. 

작품을 쓰기 위해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조금씩 늘려간다. 

해보지 않은 일을 겁내지 않고 (사실 겁난다 매우) 도전하기 위해 마음을 다 잡는다. 

두 다리를 조금씩 움직여 없어진 근육도 조금씩 만들어간다. 


그렇게 30대를 보내고 있다. 

다시 내핵으로 들어가는 날들도 많지만 괜찮다. 

한 번 들어갔었다 보니 길이 훤하다.

다시 나올 방법을 내가 알고 있으니. 


글을 적다 보니 40대의 동력도 궁금해진다. 

10년 뒤엔 무엇을 또 동력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그때는 원하는 것 하나 정도는 거머쥐었으면 좋겠다. 

(아직 분노를 조금 못 버렸나 싶기도..? ㅎㅎ) 




정말 오랜만에 쓴 글입니다. 

살면서 이렇게 아픈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의 건강이상을 느끼다가 회복 중에 있습니다. 

항상 주제를 던져주는 친구가 있어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덕분에 20대와 새로운 30대를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른인 저도 여름방학을 보내려고 합니다.

연자의 글은 9월에 다시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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