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는 손님, 반갑지 않은 손님
하지만 잘 대접해서 보내야만 하는...
캐나다로 이민, 그리고 직장을 핑계(?)로 한 캘리포니아로의 이주. 20여 년, 두 번 강산이 변하는 동안 우리 가족에겐 크고 작은 많은 손님들이 다녀갔다. 북미로 이민하고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실로만 보아선 남들과는 다르게 좀 더 나은 삶의 패턴이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잘 알고 있듯 세상 어떤 이의 삶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캘리포니아로 이전할 당시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도 나라를 옮긴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처음 캘리포니아를 왔을 당시는 가까이 있는 바다도 자주 놀러 가고 눈이 없는 겨울 날씨를 즐기며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던 아이들. 얼마 후 닥친 코로나라는 전 세계가 뜻하지 않는 손님을 치르는 동안, 우리 가정은 두 아이들에게 찾아온 뜻하지 않는 손님을 치러야만 했다. 학교라는 조직체에 대한 반항, 그리고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으로 인한 등교 거부. 코로나라는 손님이 우리에게 남겨준 온라인 수업이라는 새로운 대안은 아이들에게서 사람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울 기회를 빼앗아갔다.
어른들은 그게 어떠한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겪어보질 못했으니까.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한 이해라는 것은 경험이 없이 머리만으론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경험을 사용해 유추할 순 있어도 그게 어떤 것인지 정확히 이해할 순 없다.
하지만 어떠한 뜻하지 않는 손님이라도 우리는 잘 대접해서 보내야만 한다. 손님이 좋아하는 것, 좋아하지 않는 것을 배워가며 몸과 두뇌가 습득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우리에게 주어진 손님을 맞는 예의인 것이다. 상담도 받아보았다. 다른 입장 차이로 상담사와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까지 하였다. 상담사가 정확히 우리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내가 알고 있는 정보와 다르기 때문이었다. 나는 상담사또한 본인이 습득한 정보에 한하여 본인의 일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믿었고 나 또한 똑같은 정보가 있다면 하는 생각에 아동, 성인, 문화, 진화 심리에 대한 책을 미친 듯이 읽기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그 정보로 아이의 행동의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 정보가 아이를 완연히 이해할 수 있게 해주진 않았다. 다행스럽게 아이를 완연히 이해하기 위해선 아이와 똑같은 삶을 살아야만 한다는 사실은 이해하게 되었다. 부모는 부모가 가진 정보와 경험만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것 또한 배웠다.
그리고 첫 번째는 뜻하지 않는 손님이었던 아이들의 불안이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되어 최근에 다시 돌아왔다. 첫 번째는 어쩔 줄 몰랐으나 한번 겪어본 손님이기에 이제는 반갑지 않을 뿐 전혀 뜻밖은 아니다. 이번에도 잘 대접해서 보낼 요량으로 지금까지 공부했던 정보를 다 동원해보려고 하고 있다. 물론 다시 상담사도 만날 예정이다. 결과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상당사가 반갑지 않은 손님일지, 아님 기다리던 손님일지... 어찌 될지는 모르나 최선을 다해 잘 대접해서 보낼 생각이다. 그동안 꾸준히 준비해 왔던 더 많은 정보와 나름대로 다양하게 넓히려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크던 작던 우리의 삶을 방문하는 손님은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 모두가 잠시 들렸다 갈 뿐이다.
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