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두바이는 아직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저 중동이라는 미지하고 생소한 나라였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호텔에 취직한 친구는 늘 심심하다며 투덜거렸다.
"기영, 언제 놀러 올 거야? 빨리 와! 내 주변에 마음 되고, 시간 되는 애는 너밖에 없어!"
"이번 계약만 끝나면 갈게. 조금만 기다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두바이 숙박을 검색했다. 세상에 물가가 어마무시했다. 평균 숙박비가 1박에 100불이나 했다.(당시 다른 나라의 숙박비 3배였다.) 여느 나라들처럼 할인적용되는 것 또한 하나 없었다. 이렇게 융통성 없는 나라에서 한 달을 여행하려면 숙박비만 300만 원이 넘었으며 거기에 항공료와 생활비까지 더해지면 5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현주야~ 이렇게는 여행 못해! 내가 좀 더 벌어서 가던가. 아님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할 판이야."
"아르바이트? 이 사막 한가운데서 한국여자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긴 할까?"
"너희 호텔에서 설거지라도 해야 하나?"
"한국에서도 안 하는 설거지를 두바이에서 한다고?"
"정 안되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
정말이었다. 당시 나는 그런 각오였다. 안되면 뭐라도 해서 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아! 너, 여기 와서 국어과외 한번 해봐. 한인들이 제법 많이 살아. 그래서 여기 수학과외 하는 분이 딱 한 명 있는데 수요가 장난이 아니래. 확실한 건 아니지만 뭐~"
"그래?"
그렇게 솔깃해진 나는 한인홈페이지를 들어가 여기저기 둘러봤다. 딱히 국어선생님을 찾는 이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직접 글을 올려보았다.
"특급 국어선생님!! 두바이에 뜨다!"
그런데 이런 무모한 젊은이의 도전을 그대로 받아주듯 다음날 그 광고 앞에 HOT 이 붙었고, 조회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메인광고로 상위그룹에 자리매김을 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댓글은 단 한 줄 뿐이었다.
"언제 오시나요? 국어 선생님은?"
"9월 24일입니다."
나는 도착 날짜를 입력했다. 그 이후 아무런 답이 없었다.
이렇게 답도 없는 곳에 나는 뛰어들었다.
현주를 뺀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당황해했다.
"두바이? 거기가 어디야?"
"사막?"
"중동? 아랍국가?"
"사막 한가운데 사람을 생매장시킨다는 그곳?
응원보다 걱정이 몇 배나 넘쳐났지만 그럼에도 출국날짜는 3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다들 만나면 밥도 사주고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중 친구 K는 백화점 식품관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지금부터 30분 줄 테니 필요한 거 무조건 다 담아. 가격 상관없이 그냥 30분 안에 필요한 거 다 담아."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 있을 건 다 있대."
"29분 남았다. 빨리 고추장, 라면, 김 이런 거 담아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30분이 지나고 그녀는 나에게 10만 원이 넘는 돈을 썼다.
카드 결제를 마친 그녀가 사인한 영수증을 지갑에 구겨 넣으며 내 눈을 보고 말했다.
"기영아! 당장 내일이라도 네가 공항에서 '나 도저히 자신 없어서 못 가겠어'라고 말해도 나는 아무 말하지 않고 너를 받아 줄 수 있어. 그러니까 언제든지 힘들면 그냥 돌아와도 돼.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