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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짜오 베트남 Sep 26. 2019

베트남 음식 바로알기

베트남 음식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얼마전부터 한국에서 '낯선 곳에서 한 달살기'가 유행이다. 관광보다는 조금 더 여유롭게 즐기며 조금 더 그들의 삶을 느껴볼 수 있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일년을 넘어, 이방인으로서 '사는 것'이 되면 생각했던 것만큼 환상적이진 않다. 문화도 다르고, 언어는 낯설고, 도움을 청할 일이 있어도 쉽지 않다. 심지어 내 주변에 위험한 일이 생겨도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쉽게 정보도 얻을 수 없다. 특히 베트남처럼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비영어권 국가일 때는 더 어렵다. 

사회생활을 하다 나처럼 주재원인 남편을 따라 타의로 나온 사람들의 경우는 공허함까지도 견뎌야한다. 뭐하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타지에서 무너지는 자존감을 조금이라도 붙잡기 위한 노력은 필수다.  

나는 요즘 베트남어와 요리에 '꽂혀 있다'. 원래도 먹는 것도 좋아하고 요리만드는 것도 좋아했던 데다, 과일이 싸고 맛있는 나라다보니, 오디청, 패션후르츠 청 등 다양한 과일청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양파청 같은 것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기도 한다.

며칠전부턴 쌀국수, 분짜 같은 대중적인 베트남 요리를 배우고 있는데, 배우다보니 한국 음식과 만드는 방법이 비슷해서 신기해 하며 배우고 있다. 만드는 방법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1. 핏물을 뺀 돼지 뼈와 소고기를 설렁탕 국물 내듯

5시간 이상 푹 우려낸다. 끓일 때 양파, 통마늘, 대파, 통 후추 등을 넣고 같이 끓이면 잡내가 사라진다.

(나의 경우, 뼈는 돼지의 등뼈와 허벅지뼈를, 고기는 소의 허벅지 살을 사용했다) 

2. 우려낸 국물에 간장, 소금, 후추, 베트남 액젓 (거의 모든 베트남 요리에 들어가는데, 쌀국수에도 생각보다 많은 액젓이 들어간다)을 더해 간을 한다.

3. 끓인 물에 쌀국수(pho라고 써 있는 면은 납작한 것과 길쭉한 것이 있는데, 베트남 사람들은 납작한 것을 더 좋아한단다)를 8-10분정도 삶은 후 레몬 반개, 고수, 베트남 고추, 채선 양파, 고기 등을 고명으로 올린 후 국물을 부어 먹는다.  

(숙주를 넣는 경우도 있지만 양파를 채 썰어 넣으면 훨씬 더 맛있다고 한다.)



값싼 길거리음식의 천국, 내친 김에 베트남의 대표음식을 몇 가지 소개한다. 

내가 만든 베트남 음식, 분짜와 넴, 수수 볶음. 베트남 사람들은 저 빨갛고 작은 고추를 좋아한다. 매운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어느 새 저 맛에 중독되었다.

- 우리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베트남 음식인 분짜. 구운 돼지고기와 쌀국수, 채소를 피시소스를 섞어 만든 특별한 소스에 찍어 먹는 음식인데, 한국 사람들 입맛엔 숯불 양념 돼지불고기 맛과 비슷해 굉장히 잘 맞는다. 사실 소스라 부르기엔 좀 연하다. 국물의 이름은 느억짬이라고 하는데 느억짬은 느억맘으로 만든다. 느억은 물이고, 맘은 젓갈인데, 여기에 물과 설탕, 식초 등을 넣어 국물을 만든 후 무, 당근, 오이를 넣어 만든 소스에 찍어 먹는다. 전 미국 대통령 오바마도 2016년 하노이를 방문에 먹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다녀간 음식점엔 오바마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에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로 만들어 보존해 놨고, 맥주를 포함시킨 '오바마 세트'를 판다.  


- 반미 :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으로 우리에겐 김밥이 있다면, 베트남엔 반미가 있다. 반미란 바게트 빵을 세로로 잘라 그 안에 구운 돼지고기나 닭고기, 닭걀 프라이, 파테, 오이 등 다양한 채소를 채워 넣은 샌드위치다. 

베트남은 프랑스의 영향으로 빵이 엄청 발달했는데 가루가 풀풀 흩날리는 바게트 맛도 예술이지만, 고기와 채소의 양이 엄청 푸짐하다. 천원정도의 가격에 가성비 끝판왕이다.


- 뿐만 아니라, 야시장 인기간식 춘권, 소고기를 양념해 구장나무 잎에 싼 ‘팃 보 느엉 라 롯’, 반투명 춘권피에 속을 만두처럼 채운 ‘반꾸온’, 푹 삶은 메기에 양념을 한 ‘까 코 또’, 쌀로만든 한입 크기의 떡에 허브와 채소, 새우를 얹은 음식인 '반콧',  달걀과 쌀가루를 섞어 부친 반죽위에 돼지고기, 새우, 숙주 등을 싸서 말아 먹는 ‘반쌔오’도 대표 음식이다.

  


베트남은 또한 커피의 나라기도 하다. 프랑스가 커피를 들여 온 이후, 베트남은 커피콩을 받아들였는데 현재는 중부 고지대와 남동부 지역에서 재배하며 전 세계에서 커피를 두 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처음 베트남 와서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가 길거리에 카페가 엄청 많다는 것이었다. 깨끗한 커피 전문점 뿐 아니라, 가뜩이나 오토바이로 가득한 좁은 인도앞에 많은 사람들이 작은 목욕탕 의자를 깔고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간판도 없는 그 곳이 바로 카페였던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렇게 카페에 느긋하게 앉아 상대방과 커피를 마시는 것을 사회생활의 일부로 여긴다.

아메리카노 말고 '베트남 커피'라 부르는 것은 보통 잔바닥에 연유를 한층 깔고 강한 커피를 부어 저어 마시는 식이다.  

참고로 카페인이 엄청 진하다. 한국에서 일 할 때 하루에 커피를 5,6 잔 정도 마실 정도로 커피를 좋아했던 나도 이 베트남 커피는 엄청 피곤할 때, 낮 12시 전에만 마신다. 베트남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그 달달함에 끌려 자주 마셨는데, 어느 날 오후 2시 쯤 이 커피를 마셨다가 밤새 눈이 말똥말똥해지며 밤을 샌 경험도 있다.


- 이 외에도 커피에 달걀을 거품에 내 섞은 달걀커피인 '커피쯩'(위의 사진)도 유명하다. 언뜻 비릴 것 같지만 초콜렛 맛도 나면서 정말 맛있다. (내 입맛엔 카페라떼보다 더 부드럽다.) 

- 블랙커피에 우유를 섞은 카페수아 또는 카페 나우도 있고, 수아쭈아카페라고 잔에 요구르트를 담고 위에 커피를 살짝 부어 마시기도 한다. 가끔은 과일을 섞기도 하는데, 마시기 전에 내용물을 잘 저어야 한다.  

- '신 토 카페 쭈오이 보'라 불리는 아보카도 바나나와 함께 섞어 만든 스무디도 괜찮다.


베트남 여행을 왔다간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베트남은 정말 음식의 천국이다. 맞벌이 비중이 높아 집에선 거의 음식을 해 먹지 않아(보통 베트남 집은 면적에 비해 주방이 좁다.) 저렴하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이 발달했다. 쌀국수, 분짜 같은 것은 대중적인 음식을 넘어 좀 더 색다른 음식을 도전해 봐도 크게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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