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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s Dec 21. 2022

크리스마스 카드

Merry Christmas.

지금은 만나지 못하는 오랜 나의 옛 친구는, 크리스마스 면 꼭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서 건네주었다.

첫 해, 그에 대한 답례로 나 또한 하루 늦은 카드를 건넨 뒤, 지금까지 내 주변으로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1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다.

크리스마스엔 늘 기뻤고 행복했다. 그리고 따뜻했다.


어린 시절 아침에 일어나면, 거실에는 날 위한 선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사실 나는 부끄럽게도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산타 할아버지를 믿고 있었다.

감당할 만한 선물을 받을 나이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셨는지 5학년의 겨울, 성탄절에 부모님께서는 선물을 앞에 두고 진실을 말씀하셨다.


‘산타 할아버지는 사실 우리다.’


나는 그 말이 차마 믿기지 않아 한 동안 실랑이를 벌였고, 선물의 영수증을 직접 보고 난 뒤에야 부모님의 말씀을 믿어보기로 했다. 원체,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강했던 터라 일주일 정도는 산타 할아버지가 산 선물의 영수증이 부모님 손에 들어온 경로를 상상하고 추적하며 부모님의 고백에 홀로 토를 달고 있었다.

 그러다 진실의 씨앗이 자라 산타가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고 하나의 큰 세상이 사라지는 순간을 경험했다.


 산타 할아버지의 따뜻한 손길과 환희가 가득했던 지난 12년을 지나 허망하고 꾸준했던 하나의 기적이 사라진 그날 이후 크리스마스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겐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성탄절


교회에서는 이 날을 위해, 칸타타를 준비하고 여러 작은 공연을 준비하는 등 아기예수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했다. 특히 성탄절 전 날 밤에는 예수님이 오신 소식을 전하기 위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캐럴을 부르고 캐럴을 들은 집에서는 과자나 다과등을 챙겨 주는 행사가 있었다. 이를 새벽송이라고 불렀던 것 같다. 요즘은 아파트 소음 등의 이유로 잘하지 않지만 어쩌다 성탄절 전 날, 아파트 복도로 올라오는 새벽송 캐럴 소리는 너무나 반갑고 아름답다.

 어쩐 일인지, 크리스마스는 점차 축소되고 많은 전통과 행사들은 사라졌다. 물론 서양에서 받아온, 우리나라엔 그리 오래된 전통은 아니지만, 우리 아버지 세대 정도부터 들여와 함께 시끌벅적 준비하고 실컷 서로의 온기와 정을 나누던 번역된 하나의 포근한 전통이었다.

너무 시리고 추운 겨울이지만 크리스마스의 여러 행사들로 인해 따뜻해지고 그 따뜻함으로 또 그 해 겨울을 잘 견뎌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하루 빨간 날이 아닌 12월의 반 이상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따뜻함과 작은 사랑으로 희망을 나누며 보냈다. 12월 중순만큼은 우리를 괴롭히는 눈도, 그저 와주길 바랐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이름부터가 낭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하루, 빨간 날, 쉬는 날로 금세 지나가버리는 것 같다.


한 5일 정도 크리스마스 당일을 앞둔 지금, 크리스마스 카드를 잔뜩 샀다.

강물이 흐르고 꽃이 피던 봄부터, 찌는 듯했던 무더운 여름을 지나, 풍성했고 붉었던 가을, 그리고 시리고 추운 오늘 까지 한 해 감사했던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그 변화무쌍하고 불안하고 고단 했던 올해, 내 곁에서 나와 있어 준 좋은 사람들. 오래 보진 못했지만 여전히 좋은 기억과 따뜻한 감정을 떠올리게 했던 오랜 나의 사람들.

그들에게 2022년 전, 베들레헴 마구간에 오셨던, 어두운 시대에 기적으로 오시고 사랑을 나누러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의 소식에 담긴 희망의 메시지에 깊은 감사함과 따뜻한 사랑을 담아본다.


세상은 점점 더 재미없어지고 올해 겨울은 더 추워졌다.


크리스마스 카드 한 장을 골라 짧은 마음을 적어 전해 보는 것.  

지난날의 풍성하고 재미있었던 크리스마스의 날에 대한 향수와 회복에 대한 열망과 여전히 우리 함께 기적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자고 스스로 작은 전통을 지켜내 본다.


모두 메리크리스마스.


Christmas is coming to town (2022,Ai paninting)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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