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계가 깨지는 경험은 아찔하고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그 세계가 깨짐으로 인해 나의 세상은 분명 더 커졌다.
그 사람이 혹은 그것이 나의 전부인 줄 알았고 그와의 미래가 내가 처한 미래였다.
누구의 잘못이든, 누구의 잘못도 아니든. 세상이 깨지는 경험은 마치 사고가 난 듯.
눈으로 보면서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되려 그 순간, 모든 동작이 느려지는 체험마저 불러온다. 그걸 하나하나 정확히 짚어보며 생각한다.
어쩌면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
균열이 가고 있었고 옅게 금이 가 지난 관성으로 버티고 있었다는 것을
어쩌면 결정을 미루다 보니 그 지경이 돼 온 걸 수도. 고치거나. 제대로 뜯어내거나.
어찌 되었건 그 세계가 깨졌을 때. 나는 온갖 파편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상처로 뒤덮여졌지만. 이 상처는 분명 누군가 내게 준 상처가 아닌. 세상이 깨지면서 받은 상처였음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단지 탓하고 싶었고 누군가든 가해자가 필요했을지도.
사람도, 꿈도, 취미도. 우린 늘 열정으로 우리의 세계를 만들어두고 산다.
그 세계가 끊임없이 커질 수도. 그 세계가 되려 나를 가둬둘 수도 있다. 혹은 깨질 수도 있다.
세계는 결국 만들고 깨지기 위해 지어진 것이니.
우리는 너무 그 파편에 몰입해 있지 않길.
파편 하나 바닷가를 걷다 조개껍질을 주워내듯. 잠시 간직하다 또 잊어버리길.
결국 우리가 만들어낼 세상은 더 크고. 안락하고,. 아름다울 것이기에.
너무 속상해말길.
그저
기대하길.
그리움 또한 가지고 있기 괜찮은 마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