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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더 Jun 05. 2020

블록체인은 중앙화될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이 정말 탈중앙화될 수 있을까?

거의 모든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백서에는 빠지지 않고 탈중앙화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탈중앙화란 무엇일까? 


우선 나카모토 사토시는 비트코인 백서에서 탈중앙화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탈중앙화를 정의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탈중앙화의 정의를 각자 주관적인 판단으로 해석해 왔다. 10명에게 탈중앙화에 대해 물어보면 10개의 서로 다른 정의를 내릴 것이다. 이처럼 탈중앙화의 정의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닌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탈릭 부테린은 탈중앙화의 정의가 시급히 정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고 탈중앙화의 의미(The Meaning of Decentralization)라는 글을 통해 3가지 기준을 통해 탈중앙화를 정의하였다.


구조적 탈중앙화: 몇 대의 컴퓨터가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가? 어떤 시점에서든 시스템이 몇 대의 컴퓨터가 고장 나는 것까지 견뎌낼 수 있는가? 

정치적 탈중앙화: 몇 개의 집단이 시스템을 이루는 컴퓨터를 통제하고 있는가? 

논리적 탈중앙화: 시스템이 얼마나 획일적이고 통일성 있는가? 둘로 나누어도 둘 다 동작하는가?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정말 탈중앙화될 수 있을까? 


현재 모든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대표적으로 위임 지분 증명(DPoS)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블록체인인 EOS를 살펴보자. EOS는 21팀의 BP로 운영되는 블록체인이기 때문에 메인 넷 전부터 중앙화되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것이 비단 EOS만의 문제일까? 


중앙화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작업 증명(PoW) 블록체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오히려 더 심각하다. 대표적인 PoW(Proof of Work:작업 증명) 블록체인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노드 수는 DPoS 체인에 비해 많을지 모르지만 정치적 탈중앙화 기준에서 봤을 때 DPoS에 비해 훨씬 중앙화되어있다.


비트코인의 노드 수는 9,991개지만 단 3개의 채굴 기업이 해시율의 52.3%를 차지한다.


이더리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더리움의 노드 수는 7,161개지만 단 3개의 채굴 풀이 해시율 61.1%를 차지하고 있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약 3개의 채굴 기업이 담합한다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네트워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비트코인 SV의 경우 1개의 채굴 풀이 네트워크 절반 이상을 장악한 적도 있었다. 실제로 PoW의 채굴 풀들은 막강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2019년 7월, 바이낸스는 7,000 BTC를 해킹당했다. 그 후 해커의 거래 내역을 무효화하기 위해 비트코인 리오그(블록 재조정) 이야기가 나오며 이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크게 논란이 되었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이더리움의 경우 채굴자들은 이더리움 토큰 홀더, 커뮤니티와 어떠한 논의도 없이 가스 수수료를 올린 경우도 있었다.


PoW는 다른 합의 알고리즘(PoS, DPoS)에 비해 규모의 경제가 훨씬 더 강력하게 작동된다. 때문에 개인 및 소규모 채굴자들은 줄어들고 채굴 기업들에 의한 중앙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채굴 난이도가 상승할수록 PoW 블록체인은 더욱더 중앙화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PoW 역시 DPoW(Delegated Proof of Work)화 되고 있는 것이다. 


합의 알고리즘과 무관하게 어느 정도 규모와 사업성을 가진 블록체인은 중앙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리고 기업화되는 것은 자유 시장 경제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탈중앙화를 실현할 수 있을까? 이전처럼 하나의 블록체인을 탈중앙화 시키는 방식으로는 우리가 원했던 탈중앙화는 절대 달성할 수 없다. 


효율성을 갖춘 (독점은 아니지만 중앙화 될 수밖에 없는) 블록체인들이 각각의 사용 용도에 맞게 최적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탈중앙화의 ‘실현’은 단일 블록체인이 지배하는 세계가 아닌 다수의 블록체인과 커뮤니티가 존재할 때 달성 가능하다. 


블록체인은 중앙화될 수밖에 없지만 블록체인들은 탈중앙화될 수 있다. 하나의 블록체인만 존재하는 세계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보다 더욱 중앙화될 것이다.



본 콘텐츠는 블록체인 인사이트 미디어 '노더'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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