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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천선생 Nov 03. 2024

나, 삐졌다!

한국어의 뿌리 찾기(5) : '빈정상하다'의 어원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것으로 보이는 빈정상하다의 어원은 뭘까요?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이것의 어원이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빈정거리다와의 관련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빈정거리다'는 남을 은근히 비웃는 태도로 자꾸 놀리다(표준국어대사전)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빈정빈정이라는 부사와의 연관성이 포착됩니다. -거리다는 대개 의태어나 의성어에 결합하여 그러한 소리나 동작이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것을 나타내는 접미사이기 때문입니다. 

뒤뚱뒤뚱 - 뒤뚱거리다
땡땡 - 땡땡거리다 

  빈정빈정은 남을 비웃으며 놀리는 모양이며, 여기에서 빈정대다, 빈정거리다 등이 파생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요즘 빈정(이) 상하다라는 표현이 자주 쓰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표현은 일단 사전에는 공식적으로 등재된 말은 아닌 듯합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으며,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습니다. 딱 하나의 사전만 빼고요(물론, 제가 본 것 중에서^^). 

  남영신 선생님이 편찬한 ⟪한+국어대사전⟫(2006)에는 이것이 명사로 올라 있고, 빈정이 상하다라는 표현도 하위 항목으로 올라 있습니다. 그것을 옮겨 보겠습니다. 

빈정 {명} 남의 언짢은 언행을 듣보고 참는 마음. *비위2③
빈정이 상(傷)하^ : 남의 언짢은 행동으로 기분이 나빠지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이상으로 미루어 볼 때, 빈정은 원래 명사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부사 빈정빈정에서 동사가 파생되고, 이것이 현재까지의 주된 용법인 듯합니다. 


  그러나 언어라는 것이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은 것이어서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용법이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빈정이 상하다라는 표현은 빈정이 새롭게 명사적 용법을 획득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빈정빈정, 빈정거리다가 의태어이므로 이것의 원래 형태는 어떤 몸 동작, 또는 몸의 상태, 몸 등에서 파생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그 원래 의미는 몸과 관련 있는 말이었다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어원적 문제라서 명확히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빈정상하다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빈정거리다와 연관되어 빈정거림의 대상이 되는 상대가 마음이 상한 것, 기분이 나빠진 것을 표현하는 동사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빈정상하다빈정의 어원적 의미가 무엇인지는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빈정상하다의 어원은 부사 빈정빈정에 소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렇게 삐진 우리 강아지의 마음을 어떻게 풀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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