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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천선생 Nov 29. 2024

소주 한 잔 '땡겨?'

우리말 바로 알기(4) : '당기다'와 '댕기다', '땡기다'

"날씨도 꿀꿀한데, 소주 한 잔 어때?"

"좋지! 이런 날은 소주 한 잔 땡겨줘야지."


(1) 정월 대보름날 달집에 불을 *당겨 태우는 것을 달집 태우기라고 한다.
(2) 봄나물을 보니까 구미가 *댕기네요.
(3) 날씨가 너무 추워서 얼굴이 *땡긴다.


위 예문의 단어 앞에 붙인 별표(*)는 틀렸다는 표시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불을 당기다, 구미가 댕기다, 얼굴이 땡기다는 틀렸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럼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1)과 (2)의 당기다댕기다는 서로 바꿔 쓴 잘못된 표현입니다.

당기다는 마음이나 입맛이 끌리다, 자기 쪽이나 일정한 방향으로 가까이 오게 하다 등의 의미를 갖는 말입니다. 이에 비해서 댕기다는 '불'과 관련된 말로서, 불이 옮아 붙다, 옮겨 붙게 하다를 뜻하는 동사입니다.

그러므로 (1)은 '불을 댕겨 태우는'으로 고쳐야 하고, (2)는 '구미가 당기네요'로 고쳐야 합니다.

한편, (3)의 땡기다몹시 켕기어지다, 즉 단단하고 팽팽해지다의 의미로 쓰이는데 역시 잘못 사용된 예입니다. 이런 의미라면 땅기다로 써야 합니다. 땡기다사전에 없는 말입니다.

위 예문은 아래와 같이 고쳐야 합니다.


(1) 정월 대보름날 달집에 불을 댕겨 태우는 것을 달집 태우기라고 한다.
(2) 봄나물을 보니까 구미가 당기네요.
(3) 날씨가 너무 추워서 얼굴이 땅긴다.


그렇다면 처음에 보았던 대화는 어떨까요?

날씨가 궂으니 소주가 생각이 난다는 뜻으로 쓴다면,


"날씨도 꿀꿀한데, (소주가 당기네!) 소주 한 잔 어때?"
"좋지! 이런 날은 소주 한 잔 당겨줘야지"


이렇게 해야 맞습니다...만,

말이라는 것이 사용하는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서 변하게 마련이라 이렇게 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시간 안에 위에서 틀렸다고 한 말들이 정식으로 인정될 날이 올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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