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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Jul 28. 2023

구독을 해지하다

고정비용과 투자가치를 가늠하다

고정비용 < 투자가치

매달 나에게는 39900원이라는 폰트 정기 구입비가 발생하고 있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4만 원가량하는 돈이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비용으로 아깝지 않았다.


개인작업으로 종이책과 전자책 출간을 하여 유용하게 폰트를 사용했었다. 몇몇 대표적인 폰트회사가 있지만 한 회사 같은 경우, 개인적으로 기업 이미지가 좋지 않아 파격적인 할인을 하더라도 구입을 하지 않았다.


여담으로 예를 들면 무료로 배포해 놓고선, 유료화 공지를 충분히 하지 않고 불법사용이라고 고소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도서의 내지 폰트로 특정폰트를 조금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나의 개인적인 이유까지 더하여 4만 원이라는 비교적 높은 가격의 폰트 구입비를 매달지불하고 있었다.


지금 나에게 발을 하나 걸쳐져 있는 의뢰인이 있다. 1년에 1~2개의 건을 할까말까한 유일한 고객이다.

따로 포트폴리오로 적극적으로 의뢰인을 구하지 않은 나는, 친구의 소개로 이 분을 만나게 되었다. 이 분을 소개해준 지인은 그 무엇보다 강조한 몇몇 가지가 있다. '바로 돈을 떼먹지 않는 다.'는 것과 '사람이 까다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 말에서도 알겠듯이 편집디자인 업계에는 무한 수정과 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사례가 참 많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그 이유를 비교하여 설명하자면 헤어 디자인이나 이런 것은 본인이 직접 체험한다. 시각적으로 제품을 쓰고 열처리를 하는 등 헤어외형이 바뀌는 것이 인지된다. 더욱이 바로 옆에 계속 서서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이 보이는 대면 서비스이기 때문에 돈을 못받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런 출력 디자인은 프로그램, 폰트, 이미지 소스비에 대한 인식이 일반 소비자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니터를 앞에 두고 일하는 노동자의 노동을 생각하기란 쉽지않다.


그래서 나는 디자인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나의 삶의 기쁨이 되어주기도 했던 그 직무를 미온 적게 두고 다른 것을 무엇을 해야 하나 삶을 고민하고 있다.


내 주머니 사정

8월 전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첫 의뢰의 일정과는 다르게 약속을 자꾸 미루어 언제 시작할지 모를 상황에 도달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샘플 책까지 보내어 이 책들을 들고 제주도 한달살이를 갔다. 코로나로 미루자는 의뢰자의 말에 내심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에 걸려서요, 시험일정이 있어서요, 여행을 가서요. 이런 이유들로 미루어져 끝끝내는 언제가 마지막일지 모를 상황이다. 추가적인 의뢰가 없는 나는 일정 변경에 따른 타격이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는 주체성이 많이 떨어지게 되는 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여러 명과 함께 작업하는 데 이런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피곤할까. 아니 실로 회사에서도 이런 일은 종종 있었다. 특히나 내가 다녔던 곳은 더욱 그랬기 때문에 그 고통이 싫었다.


본격 폰트구독을 고려하게 된 이유는 수지타산 때문이다. 퇴사 후에도 4개월이나 폰트를 구입하고, 후에 다시 작업을 한다면 월 결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투입된 돈만 하여도 16만 원으로 나의 인력비조차 안 나오는 단가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개인 프로젝트도 보류상태라 폰트를 구입할 이유가 딱히 없다. 블로그나, 유튜브 썸내일을 위해서 4만 원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고정비용> 투자비용

이 상황으로 내가 느끼는 것이 크게 2가지이다.

첫 번째는 프리랜서는 결국 끌려다니게 되어 있다.

아쉬운 쪽이기 때문이다. 직군을 떠나 일의 형태가 그러한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내가 프리워커를 하고 싶다고 하는 이유 중에는 이것이 있다. 원하는 순간 모든 열정을 폭발하여 발화할 수 있는 생명체로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물론, 그 대가는 프리랜서보다도 더 참담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고정지출에 대한 기준이다.

같은 비용이어도 고정비용보다 투자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이 들면, 돈을 지불하게 된다. 하지만 투자가치가 더 적다고 생각이 들면 비용을 포기하게 된다. 퇴사 후 가장 먼저 구독 해제를 한 것은 바로 지니와 웨이브였다. 출퇴근용으로 들었던 지니는 단돈 5천 원이라 한들 필요가 없는 서비스였고, 웨이브는 이용하지도 않는 구독이었는데,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정리하였다. 혹시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있다면 구독을 한 번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이 흔들려 왠지 계속 다시 구독을 할 것 같지만, 일단은 해지!를 신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전화가 왔다. 의뢰인 어르신께서 자료수집이 안되어서 조금 미루어질 것 같다고 한다. 잦은 미룸으로 피로해진 나는 언제까지 주실 수 있냐고 묻지 않았다. 그러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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