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OOT Aug 06. 2023

여름휴가 때 뭐 해?

지금의 저는 충분합니다. 일상 그 자체로도

여름휴가 때 뭐 해?

몇 주 전 만난 친구가 물어본 질문이다.  그제야 점점 지하철의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는 느낌의 어떤 근거를 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1호선 아침 시간 노트북을 들고 탈 때면, 때때로 노트북이 반쪽으로 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상상을 하기도 했었다.  


벌써 8월이라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회사생활을 할 때면 오히려 평일과 주말의 개념이 너무도 선명했다. 주말을 향해 카운트 다운을 하듯, 기다렸기 때문이다.  연휴는 다가오기 전부터 언제 연차를 쓸 것인지에 대해서 회사 동태를 살펴보느라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퇴사를 한 후에는 이 개념들이 많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퇴사 후  일간기록이 가능한 다이어리 속지를 구입했다. 왜냐하면 평일과 주말 개념이 사라지는 것을 삶의 비원래 6공 다이어리에는 일간속지 없이 줄노트 형태의 6공 다이어리에 주간할 일을 목록처럼 썼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막연하게 나에게 온전한 시간을 줄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주말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이 일기의 시초도 주간일기로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하루를 온전히 나의 일로 채울 수 있으면서 회사 안에서 보냈던 시간만큼 무엇으로 하루를 채울까라는 고민이 들어 일간 속지를 구입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앱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는 아날로그적인 면이 있는 사람인지라, 물성이 있는 종이에 적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보낸 시간이 어떤 성과를 이루어내지 않았을 때, 이 보잘것없는 종이가 나에게 어떤 마음의 안심을 주는 부적과 같은 효력을 발휘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산 일간속지는 나에게 평일과 주말의 구분을 주었다. 더욱이 요즘 나가는 공유오피스에는 일요일에는 출근하지 않으며, 더욱이 알람은 토, 일 해체를 했다.


그러나 여름휴가철은 구별해내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휴가가 필요하다고 할 만큼 느껴지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텀을 가지고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쉼이 되는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휴가에는 쉼과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나의 즐거움에는 필라테스에서 어떤 새로운 동작을 배울까 하는 즐거움과, 오늘은 어떤 레시피로 요리를 만들까 하는 재미가 있다. 매 순간 이것들이 고민이 되고 피곤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것들이 누적이 되어 해소해야 할 무언가가 되지 않는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천천히 몸이 운동에 익숙해지도록, 실패한 요리를 만든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충분히 시간적인 여유가 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휴가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주도 한달살이를 갔다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제주도 한달살이의 마지막 바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 행복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대단한 것 같다고 비성수기 평일 이렇게 한가로이 카페에 있는 거 자체가 엄청난 것이 아닐까.'라는 계속 이렇게 원할 때 쉬고 싶다는 막역한 상상을 했었는데, 이미 진행 중 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뿌듯하다.


 친구에게 '계획이 없어.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라고 대답하며 친구의 계획을 물어보았다.

작가의 이전글 구독을 해지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