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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Dec 11. 2023

직장인, 결혼 준비 휩쓸리는 시간들

이 글을 부여잡기 시작한 시간은 11:38분


매주 써야지 했던 마음과는 달리, 글쓰기가 소흘해지고 있다. 고단한 한 주에 나만의 의식으로 쓰던 일기 쓰기는 전과는 약간 다른 마음가짐이 생긴 것 같다. 과거의 나는 야근이 많았고, 일에 치여서 나를 살피지 못한 기분에 압도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었다. 지금은 다른 의미에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바로 결혼준비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일까? 한 달여 동안 지금 회사를 다닌 결과 생각보다 회사가 많이 힘들지 않은 것이 천천히 잘 적응해 나가는 것 같다. 블랙기업을 3년 다니던 나는, 그 자체로 회사에서 업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웅 같은 존재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 이유에는 이 회사의 팀장님이 그  블랙기업을 한 달 다니고 퇴사한 경험이 있기에 더욱 나를 좋게 본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블랙기업에서 쌓고 싶지 않았던 시간을 보냈던 나는 이곳에서 약간의 보상을 받는 것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그 안에서 나름의 여유를 가지고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시간상으로는 빠듯한 하루하루이다. 하지만 전과는 다르다. 일에 압도되어 나를 살피지 못했다는 느낌과는 다르다. 현 회사의 장점 중에 하나는 야근의 압박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퇴근 1등을 찍고 있다. 전 이런 나를 좋게 볼지 아닐지는 잘 모르지만, 이제는 그런 것이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평일은 월수금 운동일정과 나머지 시간은 결혼준비와 들어온 외주일을 처리하기에 빠쁘다.

빡빡한 평일일정이라고 하더라도, 한 회사밖에서 절대적인 시간을 얼마나 회득하였느냐가 생각하는 바를 다르게 한다. 물론, 결혼을 준비하는 것이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자아실현 혹은 자기 계발, 그런 류의 일은 아니지만 결혼이라는 가정을 만드는 내 인생의 거대한 프로젝트에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 나를 꾸리는 것처럼 느껴져서 꽤 괜찮은 하루하루 보낸 것 같다.


되돌아 생각해 보면 매번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여 그곳에서의 2-3달은 회사사정이나, 돌아가는 패턴을 모르기에 더욱 편하게 지냈던 것 같다. 한 회사에 다니면 다음에 또 이런 패턴으로 돌아가겠지라는 것이 그려져서 좋을 때도 있지만 열악할수록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었다. 일 량이 많은 곳일수록 그 주기가 더 짧기 때문에 힘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은 잘 다니는 것 같다.

물론, 전과는 달리 예비 반려자가 생겨서 회사직장동료에 대한 심적인 의존도가 떨어진 것도 같다. 물론, 회사를 다니면서 이제는 회사사람에 대한 어떤 기대감이나 설렘이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이유를 불문하고 지금까지 꽤 원활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업무적으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이것을 단순한 메모형으로 기록하기 바쁘고, 포스팅을 하면서 정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이제 곧 심지어 연말도 다가오고 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다음 해는 무엇을 해야 할지 조금 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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