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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원경 변호사 Oct 24. 2024

몰디브에서 예술을 그리다_서원경 변호사

월간에세이 11월호

<월간 에세이> 김신영 편집장님의 투고 제안으로 쓰게 된 글 '몰디브에서 예술을 그리다'가 1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몰디브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 서숙양 작가님과 정연우 작가님의 작품을 보며 영감을 받아 끄적끄적 적어 보았습니다. 1987년 5월 25일 창간한 <월간 에세이>는 정통 에세이를 싣는 ‘장르 문학잡지’이자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종합교양지’로서, 한국 대표 문인의 글,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는 유명 인사들의 에세이, 일반 대중들의 생활수기까지 두루 담아 수필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좋은 수필 문예지를 알게 되었고 제 부족한 글을 남길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https://www.essayon.co.kr/kr/essay/month_essay.php


<몰디브에서 예술을 그리다>
- 서원경 변호사

봄날의 어느 날 천혜의 자연을 담은 몰디브에서 천 개의 예술을 만났다. 나는 가끔 복잡한 현실 속에서 잊어버렸던 감각과 감성을 다시 깨끗하게 깨우기 위해서 자연과 예술을 찾는다. 평소에 좌뇌를 주로 사용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우뇌를 자극하여 상상력과 감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자연과 예술을 찾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자연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인간의 삶이 녹아 있는 자연과 예술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는 순간 세상과 사람으로부터 순수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는 기쁨이 있다.

몰디브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진 맑고 투명한 바다의 장관을 보자마자 내 안의 모든 감각이 살아 숨쉬는 경험을 했다. 자연이 가진 생기 그 자체였다. 잔잔한 바다의 물결을 바라보면서 아이스커피 한잔을 마시고, 해먹에 누워서 솔솔 부는 바람을 느끼며,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카약을 타고 바다 위를 거닐고, 해양 생물들과 같은 공간에서 그들을 보고 만지며 대화하는, 그야말로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경험을 했다. 영화 <아바타:물의 길>에 나오는 아름다운 명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꿈을 꾸는 듯한 시간을 보냈다. 몰디브에서의 추억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서 자그마한 도화지 위에 몰디브의 뽕따색 바다와 야자수, 그리고 하얀 모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붓을 들고 물감을 칠하며 그림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몰디브에서의 경험과 한국에서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나는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할 때마다 갤러리로 향했다.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작품들 중에서 자연을 닮은 작품을 선호하는데, 자연과 예술은 그것이 가진 생명력, 창조력, 순수성, 사랑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순금박을 활용하여 자연과 닮은 빛을 구현하는 서숙양 작가의 작품에서는 사방으로 발산되는 환하고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생명의 빛, 사랑의 빛, 그리고 창조의 빛을 내는 금빛이 빨강이라는 선명한 색감 위에서 화려하고 강렬하게 빛났던 작가님의 작품을 가져와 내 방에 고이 모셔두었더니, 나에게 삶의 원동력이 되면서도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빛이 되었다.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정연우 작가의 <근원의 빛>이라는 작품에는 자아의 빛을 찾아가는 여정이 담겨 있었다. 빛의 여정을 통해 다양한 이들이 자신의 그림자를 인식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축복의 여정이다. 작가님의 작품에는 수백 개의 보석이 정확한 에너지 포인트에 위치하도록 하여 더 높은 차원으로 이끄는 온전한 자연의 빛을 담고 있었다. 몰디브의 바다에서 느낀 고요한 호흡과 진동이 작가님의 작품 속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자연과 예술은 다양한 미적 경험을 선사하며 세상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에술의 선, 형태, 색채, 질감 같은 요소들은 자연의 모방품이기도 하다. 많은 예술가들은 자연이 가진 본연의 모습을 예술로 구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영혼을 쏟는다. 나는 몰디브에서 자연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탐구하게 되었고, 예술과 세상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팍팍한 현실과 불안한 세상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많은 이들에게 자연과 예술은 아무런 대가 없이 치유력과 회복력을 선사한다. 난 오늘도 몰디브에서의 벅차오르던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때 갤러리를 찾아가 영감을 얻는다. 몰디브에서 예술을 그리고, 예술에서 몰디브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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