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미 완전한 존재다.
「나홀로 읽는 도덕경」_ 최진석 저_ 시공사
5월 9일 _ 1일 (처음 ~ p57)
<발췌>
철기에 적응해가는 세력과 적응하지 못하는 세력으로 나뉘어요. 완전히 새로운 생산 도구인 철기에 적응하는 세대는 소회 계층이었던 소인이었죠. 철기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세대는 기득권 세력인 군자들이었고요. 그러니까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은 군자와 소인 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볼 수 있겠죠.
앞으로의 세계는 새로운 생산 수단에 잘 적응하는 집단의 권력은 커지고, 그렇지 못한 집단의 권력은 줄어드는 방향으로 전개되겠죠.
노자나 공자는 그런 일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자신들이 사는 시대를 지적인 태도로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예민함을 가졌던 사람들이에요.
그 시대가 어떻게 새롭고 더 나은 사회로 진화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인 겁니다. (P20~21)
노자와 공자를 동양 최초의 두 철학자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은 이미 있던 믿음 체계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으로 말하기 시작한 사람들이에요. 철학의 등장은 믿음의 시대에서 생각의 시대로 넘어온 것을 의미해요.
공자나 노자를 철학자라고 하는 것은, 둘 다 신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독립했다는 의미가 제일 강해요. 천명을 극복하려고 덤빈 것이죠. 역사와 시대의 주도권을 인간을 초월한 존재로부터 뺏어 와서 인간에게 선물한 사람들입니다. (P24)
공자는 인간을 미완성의 존재로 봐요. 그래서 이상적인 기준을 세우고 학습을 통해서 쉼 없이 부족함을 채워가야 한다고 보지요. 그렇지만 노자는 인간이 갓 태어난 아기, 즉 적자일 때 완전한 상태라고 말합니다.
자기를 판단하는 기준이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되는 거예요. 기준이 외부에 있으면 외부의 것과 경쟁하고, 기준이 자기자신이면 어제의 자신과 경쟁하죠. 노자는 바로 이런 태도가 있어야 큰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당연히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네가 너를 믿지 않고 될 일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믿음의 대상이 된 너는 이미 완전한 존재다. (P39)
「도덕경」 안에는 ‘노자 왈’이라는 말이 안 나와요. 대신 ‘시이’라는 말이 나오죠. 즉 자연이 이러하기 때문에 우리도 이러하자는 식의 표현입니다. 과감한 주어가 등장하여 자신의 말을 설파하는 문장이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화자의 권력의지가 매우 약한 상태인 거죠. 화자가 자신의 권력의지를 약화시키니 자연스레 청자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커져요. (P44)
춘추전국시대부터 인간은 신으로부터 독립해 인간 스스로 역사의 책임자로 등장하잖아요.
신으로부터 독립한 인간은 역사의 책임자로 행동하면서 비의성.임의성.주관성 , 이 세가지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나온 게 권력의 작동에 적용해야 할 투명성.객관성.보편성이에요. (P47)
노자는 ‘보고 싶은 대로’나 ‘봐야 하는 대로’가 아니라 ‘보이는 대로’ 봐야 한다고 합니다. 주관성을 배제하고 이 세계를 보라는 거예요. 이것이 노자의 ‘무위’입니다. (P51)
공자와 노자가 등장하기 직전에 만들어진 개념이 ‘덕’이에요. 덕은 선생을 하는 태도라기보다는, 선행이 나오는 근본적인 힘, 즉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하는 근거나 능력 같은 것입니다. 나를 나이게 하는 힘, 그게 덕이죠.
인간이 덕을 가진 존재로 해석되면서 비로소 신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인간에게는 덕이 있으냐 없느냐가 얼마나 나은 인간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기분이 돼요. 더 잘 살고 싶거나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은 이 ‘덕’을 잘 길러야 합니다. (P56)
<단상>
춘추전국시대의 새로운 생산수단인 철기에 의해 권력이 좌우되었으며, 오늘날 그리고 앞으로도 새로운 생산수단의 적응 유무에 따라 세상이 크게 변화하고 그 가운데 권력의 크기가 정해진다는 것에 당연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고민할 거리가 추가되었다.
노자가 말하는 적자일 때 이미 완전한 존재라는 이야기와 외부가 아닌 자신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으나 실천하기 참 어려운 부분이기에 와닿았다 . 도덕경이 노자 자신의 이야기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청자 스스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사유의 세계로 들어가게 해준다는 것이 내가 도덕경에 끌렸던 이유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