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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떼 Apr 03. 2020

주 3회 출근을 꿈꾸다 정말 3일만 출근하게 되었다

직장생활 일기

평소 직장생활을 하며 주 3회 출근을 꿈꿔왔었다.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노마드가 꿈이지만, 당장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이왕 회사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거라면 주 3회 출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내 여유 시간을 가지는 것이 소원이었다.


일 외에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기에는 항상 시간이 모자랐다.


주 3회 출근을 꿈꾼 것은 "빨래가 마르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책을 읽고부터였다.


빨래가 마르지 않아도 괜찮아 표지 / 출처 : YES 24`



이 책은 내가 모르던 삶의 방식에 대해서 알게 해 줬다. 주인공인 루키는 병원 원무과 일을 재택근무로 하는데, 한 달치 일을 받아와 일주일 만에 끝내고 나머지 3주일은 취미 생활을 하며 보낸다.




이 걸 보고 와, 세상에는 주 5일 출근하는 일만 있는 건 아니구나.라고 새삼 깨닫게 되었다. 불과 내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주 6일 출근에 주 6일 학교를 갔던 것으로 기억해 주 5일 출근도 많이 줄어든 것임을 알고 있지만, 아직도 너무 많고 길다고 생각한다. 책의 주인공 루키처럼 한 달 중 3주를 온전히 내 시간으로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회사에 준비하는 시간에 출퇴근까지 포함하면 하루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쏟아부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에 내 삶이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회의감을 느꼈던 터라, 주 4회, 주 3회 출근을 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다. 4차 산업혁명으로 AI가 발달해 간단한 업무들은 이제 AI가 대체할 것이라고 하니 점점 인간의 단순 업무가 사라질 것이라고 하여 가까운 시일 내에 가능하지 않을까 꿈꿔왔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언제든 컴퓨터가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무직이 아닌 AI가 날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또 회사를 나와 루키처럼, 자기의 시간이 많은 일, 또는 내 노동력과 시간과 1:1 교환이 되지 않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매일 일하기 싫다고, 주 3일만 일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중,  3월 마지막 주에 회사에서 4월 한 달, 주 3일 근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업무가 이전처럼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아 무급휴직 논의가 오가다가 결국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회사에 좋겠다고 결론이 난 모양이었다.



덜컥 겁이 났다.  월급도 덩달아 줄어들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원했던 주 3일 근무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월급은 그대로 받고 일하는 일수가 줄어드는 주 3일 근무였다. 최근에 이사를 한터라 지출도 컸고, 아직 이전 집의 계약이 끝나지도 않아 이중으로 월세를 부담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결정된 이상 따라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휴무가 아니었나!


내가 느꼈던 것과 비슷하게 회사 내의 젊은 직원들의 반응은 되려 긍정적이었다.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던 사람들도 있지만, 막상 쉴 생각을 하니 설렌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물론 회사가 어려운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랫동안 일해온 직원들은 1년에 단 2주 언저리 동안만 쉴 수 있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긴 휴가를 얻은 것에 대해 만족스러워했다.



수입이 줄어들어 원하던 바와는 약간 달랐으나 여태까지 모아둔 돈을 보태면 줄어든 월급으로도 한 달 정도 생활을 꾸려나가는 데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에 이왕 쉴 거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코로나 때문에 막상 휴가가 있어도 가보고 싶었던 곳에는 갈 수 없지만, 4월 일을 가지 않는 날들 동안 집에서 할 수 있는, 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해보려고 한다.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이 귀한 휴식 시간을 헛되이 보낼 것 같다는 두려움에 계획표를 세워 17가지나 되는 계획을 세워버렸다. 세우고 보니 방학 계획표 같았다. 코로나로 인해 얻은 직장인의 방학인 셈이다. 평소 정신이 없어 쓰지 못했던 글도 써보고, 옛날 사진들도 정리하고, 밀려뒀던 옷장 정리, 이사 짐 정리, 책 읽기 등 하나하나 이뤄가려고 한다. 사실 17가지나 되는 계획을 다 완벽하게 실천하고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학창 시절에도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수행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나 혼자서는 실천이 어려울 것 같아 친구와 계획을 공유했다.


사실 4월 2일 오늘이 첫 휴무 날이었는데, 생각보다 변수가 많아 많은 것들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그어 나가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앞으로 남은 7일의 휴무와 8일의 주말, 그리고 2일의 공휴일을 알차게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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