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동기부여가가 되는 방법
가수 ‘싸이’의 공연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군인이던 시절 운이 좋게 싸이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국군 위문 열차’ 무대에 오른 싸이는 당시 병역문제가 발생하여 두 번째 군생활을 하고 있었다. 싸이는 그러한 불명예를 비웃기라도 하듯 재밌게 놀더라.
기대에 차서 싸이의 공연을 관람했다. 힘든 군 생활이 녹아내리는듯했다. 그런데 한 가지 찝찝한 점이 있었다. 관람석 옆자리에는 나와 가장 사이가 안 좋은 선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틈만 나면 트러블이 있었다. 껄끄러운 상대와 같이 공연을 보는 것이 개운치 않았지만 싸이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관객이라고 해봐야 군인들뿐이었지만 정말 뜨거운 무대였다. 재미있었던 점은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다. 싸이가 갑자기 사단장님께 한 가지를 제안하는 것이다.
"지금 여러분들이 미친 듯이 놀면 사단장님께서 내일 휴무를 주실 겁니다.
사단장님 맞습니까?"
아무리 연예인이지만 ‘병장’에 불과한 싸이가 사단장에게 ‘쇼부’를 친 것이다. 사단장님은 어쩔 수 없이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 분위기에서 거절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싸이는 그렇게 ‘쇼부’에 성공했다. 그가 ‘다들 일어나서 미친 듯이 뛰어놀자’고 외치자 정말 접신이라도 한 듯 모두 뛰어놀기 시작했다. 나와 그 선임도 어느새 눈을 떠보니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더라. 앞에 나왔던 다른 가수들이 호응을 유도해도 시큰둥했던 우리는 싸이의 공연 때만큼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싸이의 공연 덕에 껄끄러운 선임과 절친이 되었다. 가수 싸이는 말 그대로 최고의 ‘동기부여가’였다.
싸이의 공연에는 어떠한 힘이 있었던 것일까?
그에게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분명히 같이 무얼 하자고 지시했던 사람들은 많았다. 제안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반응하지 않았다. 마음이 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이 움직이면 몸이 움직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어찌 보면 싸이는 정말 대단한 ‘선동꾼’이었다. 주목할 만 점은 절대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강요가 아닌 보여주기만으로 관객은 모두 열광했다. 누군가를 움직이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은 바로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학원강사가 바라본 싸이
학생들을 공부하게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공부하라고 이야기해봐야 학생들은 하지 않는다. 나 역시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듣고 자라지 않았다. 그런 탓에 학생들이 숙제를 해오지 않거나 제대로 집중하지 않는 것을 통제해야 할 때 당황스러운 적도 있었다. 원장 선생님은 어느 날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허 선생님이 너무 부드럽게 학생들을 다뤄서 학생들이 간 보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나에게는 확실한 신념이 있었다. 강요해서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답했다.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줘야지 움직이라고 해봤자 절대 안 바뀔 겁니다.”
원장님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을지 모른다. 조언을 해준 것인데 정면으로 반박당했으니 말이다. 나는 방법을 달리하기로 했다. 제대로 보여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나는 우리 반 학생들과 전부 페이스북 친구로 등록되어있다. 학생들과 강의실 밖에서도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퇴근 후 나의 일상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했다. 내가 카페에 가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 숙제 노트를 잔뜩 쌓아두고 풀고 있는 모습들을 그대로 업로드했다.
동기부여를 한다는 것
강사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보면 학생들보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게 새벽 두세 시까지 공부를 하는 모습을 그들에게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가끔 공부 중인 학생들에게서는 수학 질문이 오기도 했다. 그러한 질문도 실시간으로 받아주었다. ‘공부하라’는 말보다 이 모습이 더욱 강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