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모든 것에 있어 정확한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일을 함에 있어 어렵지 않다. 거의 모든 일이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현재 하노이에 머물고 있다. 4월에 치러질 전시회 때문이다. 이곳은 모든 일엔 체계가 잡힌 것이 없다.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 이루어 낸 나의 일에 있어 정점을 찍는 순간 발목을 잡혀 복잡한 마음뿐이다. 한국에 살다 보니 우리나라의 체재에 적응되어 처음 이곳의 시스템을 마주하다 보니 익숙한 것과 새로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것은 익숙한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결론이다. 사회 시스템 자체가 썩어 문드러진 느낌이다. 그리고 정부에서 자본은 풀어놓았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사상이 국민들에게 변질? 또한 변화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사회주의는 우리와 같은 자유주의 국가와는 매우 다르다. 그것을 알고 있지만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중국 같은 경우 전시회의 승인서 절차가 이 나라와 같이 복잡하지가 않다. 전시 한 달 전쯤 정확한 장소와 그림 목록을 보내면 바로 승인이 된다. 이 나라는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시 관련 승인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에이전시를 통해서만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
지친 몸으로 예민해져 있는 나에게 잠깐의 휴식을 선물한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에이전시를 알아낸다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사관 측도 하노이 한국문화원도 그 어떤 도움을 주질 않는다. 전시회를 치를 갤러리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오늘 갤러리 측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왜 나에게 다 전가를 하는지에 대해서. 한국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는 각 단체나 개인이 해외에서 문화활동을 할 경우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PDF파일과 유튜브 영상까지 만들어 홍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이곳을 정부 관계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그 어떤 도움도 주질 않는다. 이것은 엄연한 직무유기이다. 나는 그들에게 항의를 했다.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물면 현지화가 되어 그들도 이곳 사람들과 같은 사고를 갖고 있다는 느낌이다.
3월 1일 이곳에 도착 후 하루도 쉬지를 못했다. 71점이나 되는 전시그림목록은 나에게 늦게 도착하여 전시와 작가 소개 글과 함께 영문으로 번역하고 무거운 서류가방을 들고 계속 걸었더니 무릎까지 부었다.
전시회가 치뤄질 갤러리 모습이다.
처음 며칠은 화도 나고 어처구니도 없지만 이제는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온다. 한국의 미술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그리고 하노이의 지인들에게도 연락을 해 놓았다. 하노이가 너무도 좋았던 나는 이제 베트콩이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온다. 하지만 나는 유연하면서도 단호하게 처리할 계획이다. 내가 일처리를 못해서가 아니라 이건 시스템과 사회망 자체의 문제이기에 어쩔 도리가 없다. 나의 잘못이라면 현지 사정을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 갤러리 측에서는 그림목록만 보내주면 정부 승인은 바로 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발을 빼는 것 아닌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돌아보니 우린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틀린 부분도 매우 많은 그런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으나 솔직히 힘들다.